“뭐라, ‘말꼬리 잡기’가 청소년들 힐링해주는 융복합 산업이라고?”
“뭐라, ‘말꼬리 잡기’가 청소년들 힐링해주는 융복합 산업이라고?”
  • 공민재 기자
  • 승인 2015.02.06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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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화상경마장’ 일촉즉발, 용산을 가다


서울 용산의 화상경마장 개장과 관련 마사회와 지역 주민들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용산참사’ 이후 평온했던 이곳이 화상경마장 개장을 놓고 또 다시 화약고로 변했다. 게다가 화상경마장이 들어선 곳은 학교와 주택가가 밀집한 곳이어서 주민들은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마사회는 ‘시범개장’이라며 화상경마장을 기습 개장했다. 당시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마사회 직원, 경마객 그리고 경찰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일대 주민들과 시민사회 등은 주거환경 훼손과 주변 학교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지난해 1월 22일부터 화상경마장 앞에서 개장에 반대하는 노숙 농성을 벌여왔다.






학교 앞에 경마장이라니…

마사회는 지난달 23일 ‘용산 장외발매소(렛츠런CCC, 문화공감센터) 개장’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그 하루 전인 22일 장외발매소 개장식을 가졌고, 6개 층(2~7층)의 문화센터에서 노래교실, 한국무용, 요가, 탁구교실 등의 문화강좌가 처음으로 진행됐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총 9개층은 장외발매소, 즉 화상경마장으로 이용한다고 밝혔다. 마사회 측은 그러면서 “당장 장외발매소를 운영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을 둘러싼 갈등은 1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아직 어떠한 결론도 나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서울시는 물론 국회에서도 개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마사회는 2001년부터 용산역 인근에 화상경마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규모와 시설이 부족하다고 판단, 2010년 새로운 건물 신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현재 논란을 빚고 있는 용산전자상가 인근 화상경마장 건물이다.

마사회는 2013년 9월 기존 화상경마장을 이곳으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새로운 화상경마장이 주택가, 학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2014년 1월 재차 이전을 시도했다. 주민들은 경마장 건물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 끝에 개장은 또 다시 연기됐다.

그러던 지난해 6월 큰 갈등이 빚어졌다. 마사회는 6월 28일(토) ‘시범개장’이라며 기습 개장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적극적인 제지로 경마객 대다수가 입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29일 주민들과 마사회 직원, 경마객 그리고 경찰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주민 심모(55. 여)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일부 주민들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가는 등 긴박한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사태가 잠잠해졌지만 이곳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라고 했다.  

이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사건은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마사회는 ‘영업 방해’라며 22명의 주민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마사회는 최근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했다”고 했지만,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마사회의 가처분 신청과 관련 법원이 내놓은 화해권고 방안은 ‘임시개장’이었다. 임시개장을 거쳐 이를 평가한 뒤 정식개장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 그렇게 마사회는 지난해 7월 중순부터 9월말까지 임시개장을 진행했고 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7인회’ 현명관의 선택은…

마사회는 더 이상 개장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형식적인 절차도 모두 마쳤다. 임시개장 당시 개장을 위협할만한 심각한 사건·사고가 없었고, 유해성 관찰조사 결과 4.10점을 기록했다고 했다. 이 조사는 각종 안전과 교통 혼잡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1~9점 중 낮을수록 유해성이 적다는 의미이며, 보통 5점이 유해성 여부의 기준이 된다.

이제 남은 건 현명관 마사회 회장의 선택이다. 현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자문그룹인 ‘7인회’의 일원으로 지난 2013년 12월 취임했다. 그가 우호적인 정치세력의 지원 속에 조만간 개장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 회장은 “‘마사회=경마’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말을 중심으로 한 레저, 문화, 관광 등이 모두 마사회의 업”이라며 “말 산업은 승마와 재활승마, 말을 이용한 청소년 힐링까지 융복합이 가능한 산업이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커 창조경제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주민들은 “마사회는 경마사업을 하는 곳이고 청소년 힐링과는 전혀 상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평가위원회에도 아예 참여하지도 않았다. 이런 가운데 마사회는 “임시개장 평가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며 정식 개장 의지를 밝혔다. 이처럼 ‘개장’과 ‘개장 불가’라는 양측의 명확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주민 김모(45. 남)는 “주택가와 학교 근처에 화상경마장을 들일 수 없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인근 성심여고는 박근혜 대통령 모교 아니냐. 박 대통령도 판단 잘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마사회는 처음부터 주민들을 속였다. 입지 선정 단계에서 주민과의 협의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용도를 은폐해 일단 건물부터 지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곳 화상경마장은 두 차례 용도변경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은 그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건물이 다 지어질 무렵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와 정치권 역시 개장 반대에 무게를 싣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각한 것은 물론 과정상에도 적잖은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11월 “주민들이 반대하는 용산 화상경마장은 개장해선 안 된다”며 “만약 권한이 있었다면 진즉에 폐쇄했을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정치권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여러 문제점도 추가로 제기됐다. 건물 신축 허가를 받을 당시 화상경마장이란 용도를 숨긴 사실은 물론 전과자를 경비원으로 배치하고, 그들을 ‘화상경마장 개장 찬성’ 집회에 동원하기도 했다.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 등은 이를 이유로 고소·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마사회는 경비원 문제와 관련해선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투쟁 1년, 큰 성과는 없지만…

주민들은 연일 기자회견을 열고 108배를 하는 등 개장을 막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위주가 돼 구성된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대책위원회’는 “화상경마장 반대 농성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마사회가 입점을 포기할 때까지 농성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육·주거 환경을 지키고자 노숙농성이라는 극한의 방법을 선택한 지 벌써 1년이 지났고 반대 투쟁을 벌인지는 600일을 넘겼다”며 “그럼에도 마사회는 각종 파렴치한 행동을 하며 화상경마장 개장을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매주 목요일 기도회를 열고 주말엔 시민사회와 연대해 집중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학교 교실에서 도박장을 바라보거나 도박에 병든 사람들을 보게 할 수는 없다”. 아이들과 이웃, 대한민국이 도박으로부터 보호받을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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