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아차 일용직 노동자에 산업재해 인정

기아자동차 해외공장 라인 설치작업에 투입됐던 국내 공사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에게 산업재해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함상훈)는 기아차 중국공장의 라인 설치작업에 투입됐다가 귀국 후 사망한 일용직 근로자 이모 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씨의 기아차 공장 근무는 단순히 근로의 장소가 국외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 씨를 해외파견자로 보고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국내 기계장치공사업체에서 월평균 15~22일을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 A씨는 2012년 중국 기아자동차 공장 라인 도급공사에 투입됐다. 당시 A씨가 소속된 공사업체는 기아차로부터 해외 공장 라인 설치 및 시운전을 도급 받은 S정공으로부터 또 다시 설치공사를 도급 받는 `2단계 도급` 형태로 공사를 진행했다.




A씨는 2012년 1월 19~26일 공사업체 소속 직원 18명과 기아차 해외공장에서 설치작업을 했고, 같은 해 7월 26~30일 재차 투입됐다. A씨는 두 번째 해외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7월31일부터 체중 감소와 심한 탈수증상을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달인 8월 3일 당뇨병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A씨 부인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공단은 그러나 A씨가 중국 현장 파견근로자이므로 국내 산재보상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유족급여 지급을 거절했다.

현행 산재보상보험법은 해외파견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해외에서 근무한 근로자가 사실상 국내 사업장에 소속된 형태로 통상적인 국내 작업과 동일한 근로를 제공했을 경우에는 해외파견자가 아니라고 보고 산재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A씨가 기아차 해외공장서 근무하면서도 소속 공사업체 임원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업무지시를 받은 점 ▲해외공장 작업 기간 동안 소속 공사업체로부터 일당과 호텔비 등을 받은 점 ▲입국 다음날에도 소속 공사업체 출근이 예정돼 있었던 점 등에 미뤄 A씨가 사실상 국내 사업장에서 소속 공사업체의 지휘에 따라 근무한 것으로 보고 A시가 해외파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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