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총파업’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1

 

가히 카오스의 시대다. 정상은 비정상이 됐고 비정상이 정상이 됐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구분조차 힘든 혼돈의 시대다. 아파트 주민들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극단의 선택을 해야 했다. 2014년 한해 두 달 꼴로 한 번씩 벌어지다시피 한 국가적 재난은 꽃다운 무고한 이 땅의 생명들을 숱하게 앗아갔다. 꽃비 흩날리던 날 봄소풍 떠난 어린 청춘들의 원혼과 함께 가라앉은 세월호는 1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바다 속에 있다. 해고된 26명의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세상을 떴다. 살아남은 이들은 저 높은 공장굴뚝에 올라 100일 밤낮을 지새워야 했다. 또 다른 굴뚝과 고공탑엔 또 다른 노동자들이 오르고 있다. 무고한 시민이 하루아침에 간첩이 된다. 비판하면 종북 파렴치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지극히도 냉담하다. 누구는 민족성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먹고 살기 바쁜, 자기 몸 하나 챙기기 힘든 현실문제 탓이라고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에게 다가올 앞날들이다. <위클리서울>이 2007년부터 400여명의 사회각계 인사들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해온 이유다.
이번 호엔 5.1 노동절을 앞두고 노사정위 결렬 등 극악한 상황의 노정관계 속 총파업을 벌이는 등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에 온 몸을 던지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을 만났다. 한상균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처음 실시한 조합원 직선제에 의해 선출됐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지부장 출신으로, 2009년 77일간 이어진 쌍용차 점거파업을 주도하다 해직됐다. 이후 복직을 요구하며 171일간 송전탑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취임 후 4개월, 24일 총파업에 이어 노동절 궐기대회 및 이후의 투쟁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한상균 위원장을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만났다.

 

▲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민주노총은 24일 총파업을 필두로 총력 투쟁에 들어간다.

 

-민주노총 위원장에 취임한 지 4개월이 됐다. 어떻게 지냈나.
▲임기 시작한 첫 날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바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집에도 못 들어가고 사무실 바닥에서 자면서 지냈다. 처음이라 여러 가지 배울 것도 많고, 실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다녀야할 현장도 많다. 게다가 위원장직을 맡은 첫 해에 총파업을 피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졌다. 총파업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몸이 몇 개 더 있었으면 좋겠다.

 

-민주노총 직선제 1기 위원장이다.
▲민주노총이 직면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잘 되기 위해 조합원들이 스스로 직선제를 선택했다. 잘 싸워야 할 때라고 판단해서, 조합원들이 현장 출신인 저를 지지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세월호 유가족들과도 함께하고 있다.
▲1년이 지났지만 밝혀진 것이 없다. 현재 진실을 밝히면 참사의 책임을 정부가 면치 못하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1년째 아무 진전 없이 끌고 오고 있는 것이다. 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소득이 3만불, 4만불 된다고 해도 한국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가 될 수 없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가지고 있는 충격과 트라우마가 전혀 해소가 되지 않는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꾸 미룰수록 정부의 책임이 많다는 것을 국민들이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시행령을 통해 진실을 은폐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들, 노동계까지 함께해서 진실을 밝히는 투쟁을 함께 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가 침몰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2000만명이다. 좋은 일자리를 갖고 가정을 꾸리고 내일의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못된다. 직장을 떠나야하고, 비정규직으로 1.7년마다 재계약을 하며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비참한 악순환을 정부는 더 공고히 하려고 한다. 재벌만을 위하는 정책이다. 노동자의 삶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회는 침몰하고 만다. 그런 면에서 우리 노동계는 거대한 세월호에 승선해 침몰하고 있다.
산재사고도 세계 1위다.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연일 터지고 있다. 가스가 폭발하고, 무너지고 이런 문제들은 정부가 관련 규정들을 보완해야할 책임을 갖고 있지만 손을 놓고 있다. 재벌들의 반발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굴뚝에 올라가고, 자살을 해도 어느 현장에도 국가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이런 국가가 노동자들을 위해 필요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각각의 노동현장은 침몰하는 세월호와 다르지 않다. 함께 아파하고 행동할 것이다.
 


-24일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한다.
▲박근혜 정부가 4대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공무원 연금개혁, 노동시장 개혁, 교육 개혁, 금융 개혁이다. 실제적으로 전 부분이 노동자·서민과 관련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 서민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겠다고 천명했다. 노사정 합의라는 것은 신뢰를 가지고 해야 하는데, 시간을 정해놓고, 가이드라인을 다 정해놓고 협상테이블에 앉으라고 했다. 노동자들더러 들러리를 서라는 말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협상이 아닌 협박이었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협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한국노총이 들어간 노사정 협상은 예상대로 결렬이 됐다. 노동자들이 받을 수 없는 조건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노사정위가 이번처럼 파행으로 치달은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과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기업이 마음대로 해고를 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져 있다. 해고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노동조합과 무관하게 언제든지 해고를 할 수 있는 ‘해고 면허’를 달라는 주장이다. 단순하게 고용 유연화의 목적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무력화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해고를 통해서 정부와 사측이 주장하듯 고용창출과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가능한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법안을 냈는데,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살라는 법이다. 전 국민을 비정규직화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파견 기간을 2년으로 하고 있다. 처음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 때는 2년이 지나면 정규직 전환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평균 1.7년이 되면 계약해지를 하고, 재계약을 한다. 비정규직은 10년을 근무하나 20년을 근무하나 처음 입사할 때 받는 급여를 그대로 받는다. 비정규직들은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내놓은 대책이 기간을 4년으로 늘이겠다는 것이다. 또한 파견 업종을 넓혀서 불법파견이라는 재벌의 고민을 해결해주려 하고 있다. 순전히 재벌들만을 위한 정책들로 나열돼있다. 당연히 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총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소득 양극화 문제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또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의 정당성을 놓고 논의하려했다. 하지만 아무런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예고한대로 대의원 전체 결의를 통해 총파업을 결의하고, 조합원 투표를 해서 84%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했다.

 

-총파업에 돌입하는 24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에 없다.
▲대통령이 해외로 나간 지난 16일은 세월호 참사 1주기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절규가 가슴 찢어질 정도로 아프다.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정부는 오히려 진상규명을 방해했다. 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으로 결국은 객관적인 조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정부가 뭔가 구리기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
위로하기는커녕 유가족들을 탄압했다.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할망정 최루액을 뿌려댔다. 불의한 정부들이 할 수 있는 선택들은 폭력적인 공권력으로 분노하는 민심을 짓누르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기 전에 지시하고 떠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 단면이 세월호 주말 집회에서 드러났다.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 100여명을 연행했다. 특공작전을 방불케 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대포, 소화기, 최루액까지 동원해 폭압적으로 시민을 막는 모습이 군사 정부 때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나라가 온통 성완종 게이트로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정부의 실세들의 이름이 리스트에 올라있었다. 대통령의 부재시 그 역할을 대행해야하는 현직 국무총리도 그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고 결국 사퇴했다. 그들의 부패한 권력의 민낯이 다 드러났는데, 이보다 더 큰 일이 무엇이라고 외국으로 나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공무원 연금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연금을 지급하는 기간이 늘어나서 적자다. 연금 지급액을 하향조정하지 않으면 세금으로 충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까지 정부가 주기로 약속했던 연금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가 주장하는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 공무원 연기금은 적자상태가 아니다. 미래에 예상되는 적자를 과도하게 부풀려 호도하고 있다. 또한 연기금이 열악해진 것도 그동안 정부가 전용해서 다른 곳에 썼기 때문이다. 반성은 하지 않고 그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또한 공무원 연금은 후불임금의 성격이 강하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많지 않은 급여를 받으면서 일을 했다. 그 대신에 미래의 연금을 약속받았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연금을 깎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다. 때문에 100만 공직 사회가 공무원 연금 개혁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공무원연금을 하향조정하면, 다음 차례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전반일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노인 자살율과 빈곤율이 상당히 높다.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반대로 하려고 한다. 공적연금을 후퇴시키고, 민간보험의 시장을 확대하려는 의도다.
민주노총은 국민 모두의 노후를 국가가 제대로 책임져야한다는 수준에서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정부는 5월 6일이라는 시한을 정해놓고 공무원 연금 개혁을 마무리해야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는 공무원을 ‘세금 도둑’으로 매도하며 국민과 반목하게 할 때가 아니다. 부패 정부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는 일에 매진해야할 때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이른바 사자방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국민 혈세를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해서 수십조원의 손실을 끼쳤다. 앞으로도 얼마가 더 낭비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4대강 사업을 한다고 수십조를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했다. 이런 문제들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한다. 그리고 반성하고 다시는 세금이 이런 식으로 낭비되지 않도록 국가를 운영해야 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엉뚱하게도 비난의 화살을 공무원에게로 돌리고 있다.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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