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환경미화 어머님들과의 데이트> “힘들다? 일자리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

 

아침 7시, 대부분의 학생들이 잠에서 깨어날 시간에 숭실대학교 하청업체 소속 환경미화원 어머님들은 이미 출근을 마친다. 학생들 등교 전에 지난 밤 동안 쌓인 쓰레기를 정리해야하기 때문이다. 주말을 쉬고 출근한 월요일 아침은 쓰레기가 평소보다 배로 늘어나있다. 옥상 흡연실에서는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가래침 등을 치우느라 애를 먹는다.
하지만 이들은 힘들다는 생각보다 60~70대에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가 앞선다고 말한다. 그 나이대 여성의 일자리는 식당 주방업무나 서빙, 청소업무가 대부분인데 최근에는 식당에서도 젊은 사람들을 쓰려하기 때문에 일자리는 더욱 줄었다며 일을 구한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이야기한다.

 


오후 1시가 조금 안된 시각, 환경미화 어머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안예선(가명, 여, 72), 전은아(가명, 여, 68), 고현숙(가명, 여, 67), 김선아(가명, 여, 65), 서연진(가명, 여, 62), 조미현(가명, 여, 57), 최유정(가명, 여, 57) 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들이 일자리를 찾기 시작한 이유는 다양했지만 이곳으로 오게 된 이유는 대부분이 비슷했다.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에는 나이가 걸림돌이 됐다는 것.

: 이 일을 한지도 5년차에 접어들어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계속 집안일만 했죠. 그러다 아들이 군대를 가면서 엄마도 같이 힘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 나이가 50대 초반이었는데 할 일이 마땅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때마침 숭실대에서 환경미화원을 구하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집과 거리도 가깝고 저한테도 잘 맞는 일이 청소구나 생각돼서 여기를 오게 됐죠. 아들이 군대 2년 가있는 동안 저도 일을 하니까 돈도 벌면서 서로에게 응원을 보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 이전엔 병원에서 10년 간 청소일을 했어요. 젊었을 때도 직장생활을 안 해봤는데, 남편이 세상을 뜬 뒤 일을 시작하게 됐죠. 52살부터 10년 간 일을 하고 정년이 돼서 나왔어요. 막상 나오니 이 나이에 어디 갈 데가 없더라고요. 그때 숭실대 청소일이 운 좋게 들어왔고, 3년 정도 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요. 큰 탈 없으면 70세까지는 일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돼 안정감을 느끼죠.

이들이 소속된 업체의 정년은 다른 곳보다 7세가량 더 높다. 그렇다보니 직장에 다니다 정년퇴직을 한 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 제가 72살이에요. 2008년부터 여기서 일했으니까 7년이 넘었죠. 숭실대에서 청소하는 분들 중에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아요. 같은 나이가 12명이 있는데, 이 나이에도 회사에서 고용해줬죠. 저는 지난해에 정년이 됐는데 2년 더 일할 수 있어요. 재계약이 됐거든요. 오래 일했으니까 회사에서 배려해줬죠. 몸이 건강하고 체력적으로 이상이 없는 한 계속할 생각이에요.

: 이 회사가 좋은 점은 나이가 70세가 넘어도 고용을 해줘요. 이 나이에 남자 분들은 경비일을 많이 하고, 여자 분들은 청소나 식당일을 주로 하죠. 이제는 식당도 60대 이상을 고용하는 곳이 거의 없어요. 나이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은 청소 밖에 없다고 할 수 있죠.

기쁜 마음으로 일자리를 구했지만 청소업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업무와 생각보다 많은 일거리는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 처음에는 아침 6시까지 나와 청소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특히나 새벽 시간이 많이 바쁘거든요. 아침까지는 정신이 없어요. 저희가 오후 4시에 퇴근하는데 그 이후로 쌓이는 쓰레기가 많아요. 그래도 1년 정도 지나니까 적응이 됐죠.

: 담배 때문에도 힘들어요. 근래에는 그나마 괜찮아졌지만 2~3년 전만해도 학생들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많이 폈어요. 바닥에 침을 뱉어놓는 경우도 있고, 껌이 바닥에 붙어있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이 힘들게 하죠. 담배꽁초는 재떨이에 버려줬으면 좋겠어요.

고된 업무지만 학생들이 수고를 알아줄 때는 보람을 느낀다.

: 어느 해부터는 이 건물에 있는 학생회에서 어버이날에 작은 선물과 카네이션을 주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어요. 작은 것 하나라도 저희한테 신경 써준다는 느낌이 좋았어요. 편지로 고맙다고 말해주기도 했고요. 우리를 염두에 두고 챙겨준다는 거잖아요. 사람을 기억해 준다는 점이 고마운 거죠.

: 지나다니면서 ‘수고하시네요’ 말 한마디만 건네줘도 정말 고마워요.

여느 피고용자들처럼 애로 사항도 있을 터. 업체 소속 두 노조(기업노조, 민주노조)가 나서 개선에 앞장선다. 지난 2월에는 민주노조가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과도한 간섭과 낮은 수준의 임금 등을 문제 삼았다. 실제 4년제 대학 환경미화원의 평균 임금이 143만원. 숭실대 환경미화원은 그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업노조에 속해있던 환경미화원들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두 노조의 입장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 민주노조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에요. 객관적인 사실들은 맞는 내용인데, 받아들이는 입장이 달랐던 거죠.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서 기업노조는 상식 밖의 사안은 아니라고 봤어요. 그렇다고 회사가 모두 잘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기업노조는 그러한 사안에 대해서 양보를 한 거죠. 회사가 있어야 우리도 있으니까요. 상생의 길로 가는 선택을 한 거죠.

두 노조 간의 입장 차이는 있었지만 각자의 의견을 표출하는 과정은 바람직한 결과를 냈다.

: 대학 청소노동자 평균임금보다 우리 임금이 적은 건 사실이에요. 노조가 없을 때는 그런 사실도 전혀 몰랐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임금 협상도 할 수 있게 됐고, 3년 이상 근무하면 근속수당을 주는 조항도 만들었어요. 업무 환경도 많이 좋아졌죠. 각자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너무 강경하게 대응하면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니까요.

조금은 부족한 임금이지만 그것에 맞춰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자녀가 2명 있는데, 둘 다 회사에 다녀요. 각자 돈은 따로 저축하고, 생활비는 조금씩 모아서 사용하면서 생활하고 있죠.

: 여기 올 나이쯤이면 자녀들이 대부분 학교를 졸업한 후에요. 등록금 같이 큰돈이 들어갈 곳은 없으니까 조금 부족해도 맞춰 살아가는 거죠. 애들한테 손 안 벌리고 내 돈 내가 벌어서 쓰고, 손자나 형제자매들에게도 마음 편히 돈 쓸 수 있고요. 그런 기쁨으로 나와서 일하는 거죠.

: 불만을 갖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요. 현실에 맞춰서 즐겁게 사는 것이 최고인 것 같아요.

새벽부터 시작되는 업무, 바닥을 쓸고 닦느라 굽어진 허리에 힘도 들지만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환경미화원 어머님들의 모습이다. <어머님들의 요청으로 사진은 싣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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