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연금 개혁’, 정치권 신뢰도 ‘급락’
물 건너간 ‘연금 개혁’, 정치권 신뢰도 ‘급락’
  • 김승현 기자
  • 승인 2015.05.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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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갈등 또 다시 ‘꿈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되며 정치권이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회에서 130일 넘게 논의되던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을 비롯 공적연금 강화 방안 마련도 기약 없이 연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높이는 만큼 국민 부담이 늘어나거나 국가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 청와대의 의지가 강해 해법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연금 개혁을 둘러싼 난제들을 살펴봤다. 

 

▲ 지난 달 25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던 공무원연금 개악반대 집회현장


연금개혁을 둘러싼 당·청 갈등이 심상치 않다. 4월 재보선 이후 주춤하던 야권은 다시 ‘강공’을 선택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무산 과정은 청와대와 여권의 불협화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새누리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는 “다 알고 있었으면서 협상을 하고 나니까 이럴 수 있느냐”며 청와대에 불만을 표출했다. 

공무원연금 협상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등 야당 측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청와대가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뒤늦게 ‘월권’이라며 당을 비판했다는 얘기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논의 과정에 청와대 수석이 참석해 다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이번엔 친박계가 들썩였다. 김태흠 의원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했기 때문에 주먹만 한 혹을 떼려다 머리만 한 혹을 붙인 꼴 아니냐. 원내지도부의 총체적 전략 부재”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새정치연합 측의 수정 제안을 놓고 유 원내대표가 “더 시간을 끌 수 없으니 찬반 표결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김태흠 의원은 “국가 백년대계를 표결로 처리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러려면 차라리 무능한 원내지도부가 사퇴를 하는 게 옳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대통령 특보인 윤상현 의원도 동참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이미 친박계 의원들에게 ‘야당 안 수용 불가’ 지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후 “처음부터 당이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했으니 당의 책임”이라며 월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야권 ‘강경 기조’ 선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강력한 대여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된 뒤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은 야당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했다”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 대표자를 포함해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어렵게 합의하고, 여야 대표가 모여서 추인하고 국민들 앞에서 보증한 내용을 오로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뒤집었다”는 게 문 대표의 주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공무원연금개혁 특위 대책회의를 통해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야당은 기존 개혁안이 그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뜻이 강하다. 인사혁신처 등 주무부처와 공무원단체들, 여야가 추천한 연금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개혁안이 청와대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옥동자’에 비유하며 “특위 위원들이 ‘옥동자’를 어떻게 살려낼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합의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적연금 강화를 둘러싼 여야 간 시각차가 너무 큰데다 청와대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여서 정치권은 한동안 깊은 늪에 빠져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미뤄지면 9월 정기국회 처리를 목표로 8월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기구 구성도 연기될 수밖에 없다. 

‘미봉책’으로 불렸던 연금 개혁마저 무산되면서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의 불협화음까지 가세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 뜻을 통합하는 게 정치의 기능인데 지금은 오히려 역기능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4월 국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정치권이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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