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난 야생화와 무성한 수목들…전쟁터에도 태초의 자연은 있더라!
피어난 야생화와 무성한 수목들…전쟁터에도 태초의 자연은 있더라!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5.05.08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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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의 여행스케치> 5월에 떠나는 오산 나들이

 

5월의 산천은 온통 푸르다. 한낮의 열기에선 벌써 여름 기운이 묻어나는, 두 계절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달이기도 하다.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때 이른 더위를 마주하며 경기도 오산으로 가는 길. 광활하게 펼쳐진 녹색 들판이 참으로 싱그럽다. 하늘과 땅이 키운 순수한 자연이다.

오산은 경기도의 중심 도시지만 외지인에게는 낯설게 다가온다.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산을 대표하는 여행지가 있으니 바로 세마대와 독산성이다. 이 두 곳은 삼림욕과 트레킹을 할 수 있어 오산 사람들은 물론 수도권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트래킹 코스로 좋은 독산성길

 

☞솔숲 그윽한 독산성 산길

시내에서 독산성(오산시 지곶동)을 찾아간다. 세마대(洗馬臺)와 독산성을 알리는 이정표를 보고 좁은 산길(시멘트길)을 오른다. 인적 없는 오붓한 산길을 얼마쯤 올랐을까. 산림욕장을 지나 보적사란 암자에 다다르니 아득히 펼쳐진 오산 들녘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몸에 엉겨 붙은 땀을 씻어준다. 절집 특유의 고요함이 흐르는 암자 경내에서 잠시 마음의 때를 지운다. 아집과 욕심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잠시나마 본래의 ‘나’를 찾을 수 있다면 이 또한 큰 즐거움이 아닌가.

두터운 독산성 성문(북문)이 일주문을 대신하고 있는 보적사는 서기 401년 백제의 아행왕이 전쟁 승리를 빌며 세웠다고 전한다. 가람을 둘러싼 성곽은 그 옛날 삼국전쟁을 그려보게 한다.

 

▲ 독산성으로 오르는 길
▲ 단층누각으로 지은 세마대


임진왜란이 한참이던 선조 26년, 권율 장군은 이곳 독산성(禿山城)에서 노략질을 일삼는 수많은 왜적을 물리쳤다. 한양으로 접근한 기요마사 부대를 상대로, 독산성의 지세를 최대한 활용,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독산성은 사방이 바위로 이루어진 벼랑이었고, 나무 한 그루 찾아볼 수 없는 험한 산세로, 적이 밑에서 치고 올라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조총으로 무장한 왜적은 산성 밑에서 권율 장군이 지휘하는 조선군에게 큰 봉변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싸움이 난관에 처하자 순간 묘안이 떠오른 왜장 가토는 “저 산성의 지세는 사방이 바위뿐이다. 분명히 물이 없을 것이다. 군사를 뒤로 물리고 조선군의 물과 양식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라. 며칠만 포위하고 있으면 저절로 투항할 것이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가토의 예상대로 조선군은 목이 말라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권율 장군은 “걱정할 것 없다. 왜적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말과 쌀을 내와라”라고 명령했다. 그런 다음 준비해온 말을 매어놓고 말 등에 쌀을 끼얹게 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말에게 목욕을 시키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물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가토는 “아, 내 착오였다. 물이 저렇게 많다면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 즉시 퇴각하라”며 작전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다.

 

▲ 독산성과 붙어 있는 보적사


백제시대에 쌓은 독산성은 둘레가 3.6㎞로 걸어서 40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4개의 성문을 두고 있으며 현재 석축 약 400미터가 남아 있다. 성곽을 따라 난 오솔길 양편으론 짙푸른 녹음이 무성하다. 여기저기 피어난 야생화와 갖가지 수목들은 태초의 자연 그대로다. 곳곳에 놓여 있는 벤치에 앉아 풀벌레 소리, 새 소리를 듣다 보면 이곳이 전쟁터였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다. 
 

▲ 독산성에서 내려다본 오산 들판
▲ 세마대 옆의 숲속 쉼터

 


☞산림욕장에서 맑은 공기 마시기

독산성 중앙에는 쌀로 말을 씻겼다 해서 이름 붙은 세마대(洗馬臺)가 서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단층 누각으로 일제 치하 일본인들이 파괴했던 것을 이승만 대통령 시절 중건했다고 한다. 흘림체인 ‘세마대’란 현판은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다. 세마대의 사연을 적어놓은 중건기에는 1957년 오산 주민들이 뜻을 모아 세마대를 복원하였다는 사실과 성금을 낸 사람들의 명단이 나와 있다.

누각이 서 있는 산봉우리(해발 208미터)는 밋밋한 평원으로 전나무, 떡갈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깔고 누우면 초여름 무더위가 싹 달아난다. 나무들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오산 평야와 오밀조밀 들어선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 물향기수목원-단풍나무원
▲ 물향기수목원-산림전시관


왔던 길을 되짚어 5분 정도 내려가면 산림욕장이 있다. 잣나무 숲에서 내뿜는 피톤치드 향기를 온몸으로 맡으며 산책로를 거니노라면 몸과 마음이 즐겁다. 각종 운동기구가 갖춰진 체력단련장은 이곳만의 자랑거리. 세마대가 있는 독산성은 하이킹 코스로도 제격이다. 독산성이 빤히 올려다 보이는 길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산길을 오르면 체력 단련은 물론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다. 자녀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 듯. 몸도 마음도 푸른 5월, 역사의 체취가 서린 독산성과 세마대를 찾아 심신의 활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 물향기수목원-습지생태원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

수도권 전철 1호선 오산대역에서 5분 거리인 임업시험장 내에는 물과 나무와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조성된 물향기수목원이 있다. 수목원이 들어선 <수청동>은 이름 그대로 맑은 물이 많다는 동네로, ‘물향기’수목원은 여기서 따왔다.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수목원은 예쁜 이름만큼이나 볼거리가 많다.

약 10만평의 부지에 습지생태원, 수생식물원, 한국의 소나무원, 단풍나무원, 유실수원, 분재원, 무궁화원 등 19개 테마원과 산림전시관, 숲속쉼터, 잔디광장, 전망대 따위의 부대시설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야외 주제원 외에 나비,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같은 곤충들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곤충생태원, 닭·꿩·공작 등을 사육하는 관상조류원, 겨울에도 푸른 잎을 볼 수 있도록 꾸민 난대양치식물원 등 실내 관람시설도 눈길을 끈다. 특히 지상 2층 규모의 산림전시관에는 수목원의 사계를 주제로 한 사진전 등 기획전시와 다양한 상설 전시가 연중 열리고 있다. 수목원 꼭대기에 있는 나무로 만든 전망대에 오르면 짙푸른 수목원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 물향기수목원-수생식물원


수목원은 천천히 둘러보면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로 규모가 제법 크다.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은 1600여 종에 이른다. 수목원 안에는 환경보호를 위해 매점이나 식당이 없지만 준비해간 도시락 등을 숲속쉼터에서 먹을 수 있다.

수목원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알고자 한다면 11월까지 운영하는 해설프로그램에 동참해보는 것도 좋겠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두 번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실시한다.
 

▲ 물향기수목원-소나무길
▲ 물향기수목원-숲속쉼터


수목원 해설은 10∼15명씩 소그룹별로 자원봉사 숲 해설가 1명이 20개 주제원을 돌며 1∼2시간 동안 진행하며 주제원별로 식재된 수목의 이름과 유래, 특성, 얽힌 사연 등에 대해 재미있는 설명을 들려준다. 신청은 일주일 전에 홈페이지(http://mulhyanggi.gg.go.kr)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입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18시까지, 입장료는 어른 1500원, 어린이 700원이다. 문의:☎ 031-378-1261, 031-8008-6665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오산나들목 우회전-1번국도 4거리 우회전-수원 방향-세마대4거리 좌회전-독산성 이정표 보고 우회전-산길-독산성(세마대). 오산시내에서 세마대행 버스(1시간 간격) 타고 독산성 앞에서 내린다. 수원역-세마대사거리- 독산성 삼림욕장(30분 정도 소요). 경부고속도로 오산 나들목-1번국도 만나는 지점(2번째 사거리 주유소 끼고 우회전)에서 수원 방향으로 우회전-오산천(은계교)지난 후 3km지점 고가 끝나는 곳에서 좌회전(우측에 오산대 전철역 있음)-물향기수목원. 수원에서 오산 방향 1번국도-병점-세마대-오산대역 앞에서 우회전-물향기수목원. 평택에서 수원 방향 1번국도-송탄-오산-오산천(은계교) 지난 후 3km 지점 고가 끝나는 곳에서 좌회전(우측에 오산대 전철역 있음)-물향기수목원.
*추천 맛집: 시내 오산동에 있는 능이밥상(031-377-2225)은 능이버섯을 주재료로 능이생불고기, 능이한방백숙, 솥단지곤드레밥을 맛깔스럽게 차려낸다. 능이버섯은 예부터 ‘1 능이, 2 표고, 3 송이’라 불릴 정도로 맛과 향이 뛰어나다. 한방에서는 혈액을 맑게 해주고 심신을 안정시켜준다고 해서 약용으로 많이 쓰인다.

<수필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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