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동자 연이은 사망 불구 정부는 산재 줄였다며 보험료 감면

 

가히 ‘2015년 최악의 살인기업’ 제조업 분야 1위 기업답다. 또 사망사고다. 전날엔 크레인 운전자가 14m 높이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진 상태. 하루 만에 또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소속 박모(38) 씨가 14일 오전 9시경 현대중공업 사내에서 차에 치여 숨졌다.

박씨는 납품업체 직원이 운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였다. 트랜스포터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급히 피하던 중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박씨를 보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고 현장 모습. 현대중공업노조 하청지회 제공

 

오토바이는 20m가량 끌려가고 나서야 덤프트럭 운전자에 의해 발견했다. 박 씨는 이 사고로 하반신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출혈 과다로 결국 사망했다. 덤프트럭 운전자는 선박 엔진을 납품하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죽음의 조선소’로 불려왔다. 그만큼 인명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한만도 9명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부지는 608만1000제곱미터에 달한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이번 사고 발생 하루 전인 13일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크레인 운전을 하던 정규직 노동자가 13m 높이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진 것이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관계자는 “덤프트럭 운전자가 오토바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라고 말했다.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는 “사고 현장에 신호수가 배치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며 “이번 사고 역시 안전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사고”라고 했다.

철재 구조물을 실은 덤프트럭이 이동할 때 신호수 4명이 배치돼야 하는데 이날 사고현장 인근에는 신호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운동본부는 “현대중공업 미포만에서는 하청 노동자들의 사망이 잇따르고, 가족들이 통곡한다”며 “하청 노동자의 연쇄 죽음은 위험한 업무를 하청에게 떠넘기고 안전설비 등 안전의무와 감독을 방기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의 간접고용 비율은 50%가 넘는다.

운동본부는 또 “현대중공업의 진짜 사장 정몽준 씨는 아무 권한도 없는 바지 사장에게 그 책임을 떠넘길 수 있냐”고 꼬집었다.

또 정부가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산재 보험료를 170억 원 감면해준 것과 관련해서 “정부의 보험료 삭감 명분은 산재 사고가 줄어들었다는 것인데, 이는 원청 노동자의 사고율만 집계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현대중공업에게 하청 노동자 연쇄 사망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을 넘어 도리어 산재 사망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산업재해를 줄인 공로로 감면 받은 산재보험료는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대중공업노동조합과 하청지회는 14일 ‘하청노조 집단가입 및 원하청 공동투쟁 5.14 결의대회’를 열었다. 원하청 노동자 1500여 명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모 현대중공업노조 위원장은 30일 거제에서 열리는 ‘전국조선소노동자결의대회’ 참석을 호소하며 “오늘은 회사 탄압에 맞서 원하청 노동자가 함께 싸우길 결의하는 날”이라고 했다.

하청지회 최충렬 교육부장은 “하청노동자는 임금 인상은 고사하고 다쳐도 눈치를 봐야 한다. 죽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하청노동자가 지금껏 투쟁하지 않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하청노동자들이 이 자리를 계기로 달라져야 한다”며 “회사 탄압에 원하청 노동자가 힘을 모아 이겨내자. 고통 받고 착취당하는 노동자 가슴에 불을 피우자”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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