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사태 현실로 공포 급속확산, 여전히 은폐 급급한 정부

 

‘난리’를 넘어 ‘대란’이다. 두 명이 사망했다. 확진환자는 25명으로 늘어났다. 가장 우려했던 3차 감염도 현실이 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와 밀접 접촉해 격리된 환자는 682명에 달한다.

정부는 “3차감염의 가능성은 낮다”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11일 만인 5월 31일에야 민관합동대책반을 꾸려 총력방역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 뒤 이틀 만에 일어난 일들이다.

1일 확진판정을 받은 6명중 2명이 3차 감염자였다.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 안일한 인식이 낳은 대란이다.

 

<사진=보건의료노조>

 

확진환자와 의심환자는 보건복지부가 설정한 방역망을 벗어나 평상시와 다름 없는 일상생활을 했다. 직장에도 아무 일 없는 듯 출근했고 항공기를 타고 외국 출장을 갔다. 언론 인터뷰도 했고 군장병과 접촉도 했다.

정부는 “3차 감염 사례가 없고 지역감염이나 전국적 확대 가능성은 낮다”고만 했다. 게다가 메르스 노출자에 대한 형식적인 관리로 결국 사태를 키웠다.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휴원, 휴교하는 등 공포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3차 감염 현실로

보건복지부는 급성호흡기부전으로 1일 사망한 메르스 의심환자 S(58)씨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양성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천식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5월 11일부터 입원 치료를 받았던 S씨는 같은 달 15~17일께 국내 최초 메르스 환자 A(68)씨와 접촉했고 이후 상태가 악화돼 사망했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S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다가 사망 당일인 1일에서야 S씨가 경기도의 한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복지부는 같은 날 국가지정격리병상에서 치료 중이던 메르스 6번째 환자 F(71)씨도 사망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지난달 15~17일 최초의 확진환자와 접촉했던 환자들이다.

환자는 6명이나 추가로 발생해 환자수는 2일 현재 모두 25명이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1002명), 아랍에미리트(76명)에 이어 세계 3위 메르스 감염국이 됐다. 4위는 요르단(19명)이다.

이 가운데 2명이 3차 감염자여서 파문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16번째 확진자(40)와 접촉한 2명과 최초환자와 접촉한 환자와 가족 등 4명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첫 3차 감염자는 73세와 78세 노인으로, 16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머물렀던 병원의 같은 병실에서 지난달 28~30일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다. 
 

“전염력 약할 것” 오판

메르스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휴교령을 내린 초등학교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한 초등학교는 2일 가정통지문을 통해 “메르스 확산에 따른 학부모님들의 불안이 높아짐에 따라 본교 운영위원회는 이번주 금요일까지 휴교하기로 결정했다”고 전달했다.

다른 초등학교들도 “외부인 접촉을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학부모에게 전송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뒤 숨진 여성이 치료받던 병원 소재 지역의 한 초등학교는 “○○지역에 메르스 관련 환자가 발생으로 감염우려·학생의 외부인 접촉 자체”라는 문자를 학부모에게 보내기도 했다.

인근 사립유치원도 잇따라 휴원에 나섰다.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메르스 의심환자가 숨진 병원이 소재한 지역 인근 사립유치원 6곳이 2일부터 5일까지 휴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실책이 자초한 부분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전염력이 약할 것이라는 ‘오판’ 때문에 벌어진 사태라는 것이다. 때문에 감염 의심자 통제도 느슨했다. 그사이 발병자는 계속 늘었다. 정부는 시민들이 ‘알아서’ 신고해주기만을 기다린 꼴이 됐다. 메르스 환자들은 정부의 방역망을 벗어나 버젓이 일상생활을 하기도 했다.

메르스는 40%에 이를 정도로 치사율이 높지만 전염력은 약한 질병으로 알려졌었다. 중동 외 지역에서는 발병 건수 자체가 적을 뿐 아니라 감염이 확산되는 경우도 드물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최초 감염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에게 지침을 주고 스스로 이를 지키게 하는 방식으로 ‘자가(自家) 격리’ 조치를 했다.

그 중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에 대해서만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고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겼다.

밀접 접촉자들을 직접 통제하지 않고 자가 격리한 것은 전염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환자수는 연일 증가했고 같은 병실, 혹은 같은 병동을 쓰지 않은 사람 도 감염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도 뒤늦게야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31일 “메르스 전파력 판단 미흡과 최초 메르스 환자 접촉자 그룹의 일부 누락 등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와 불안을 끼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1일에서야 “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접촉자 확인, 예방, 홍보와 의료인들에 대한 신고 안내 등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초기 대응 실패를 시인했다.

박 대통령은 “확진 환자와 접촉한 경우는 단 한 사람도 관리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될 것이고, 외국 사례와 달리 전파력이 높아진 원인이 무엇인지도 철저히 밝히기 바란다”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괴담이나 잘못된 정보는 신속히 바로잡고 일상생활에서의 예방법에 대해서도 잘 알려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1일 “보건당국의 허술한 초기 대응으로 감염이 확산된 것이 국민 공포와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 문형표 복지부 장관

 

“은폐하는데 급급”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은폐하는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정부의 메르스 확산방지대책과 방역조치는 여전히 주먹구구식이고 우왕좌왕 그 자체”라며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은폐하는데 급급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주도하고 있는 신종전염병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은 너무나 안이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감염병 대응과 질병관리의 총체적 난맥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대책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메르스 괴담의 진원지가 정부 자체인데도 메르스 괴담 유포자를 조사하여 처벌하겠다며 국민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했다.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병원의 경우 시설과 장비 인력이 구비돼 있지 않고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 환자로 판정될 정도로 고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노조는 “지정병원의 환자처치 매뉴얼조차 제대로 내리지 않아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은 불안에 휩싸여 있다”며 “시설과 장비, 인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면적 지원과 의료진에 대한 보호조치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현재 메르스 감염 사태에 대해 ‘주의’ 단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방역체계는 위험 수준에 따라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지난 5월 20일 정부는 최초 환자 확진 판정 이후 ‘주의’ 단계로 격상했지만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 나타나지 않아 ‘경계’ 단계로 격상은 하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2~14일 가량의 잠복기를 거친 뒤 38도의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질환 증세를 나타내고 감염경로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아 여전히 공기 매개 비밀감염의 가능성도 염두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가 ‘경계’ 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경계’ 단계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운영을 강화하고 범정부적 협조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국가 방역체계 활동을 강화하고 국가 방역검역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변이여부 감시를 강화하는 활동 등의 조치가 추가적으로 이루어진다.

노조는 “아직 메르스가 지역감염으로 확산된 것은 아니지만 2명의 환자가 3차 감염으로 밝혀져 지역감염의 가능성이 충분히 확인된 상황”이라며 “이미 전국 각지, 심지어 군부대 장병들까지 광범위한 접촉이 존재하는 등 의심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형식적 관리 속에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오랫동안 방치됐다는 것이다. 또 행적 확인이 필요한 기간은 메르스의 최대 잠복기인 초반 2일을 빼더라도 12일이나 돼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의심환자 중 증상이 발현되는 사람만 검사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1일 사망한 환자도 6일 만에 검사가 이루어져 분류가 늦은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검사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제 메르스 사태의 국면이 전혀 달라졌다”며 “그동안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메르스 양성 확진자 모두 최초의 감염자로부터 파생된 경우로, ‘또 다른 환자가 메르스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지역사회 전파 우려도 생긴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막상 ‘3차 감염’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심각성을 일축하면서 뒤늦게 알리는가 하면, ‘의료기관 내 감염일 뿐 지역사회로 확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애써 그 의미를 축소하려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실화된 3차 감염의 양상이 어떻게 되고 어떤 위협으로 될 것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소상히 밝혀 국민들을 안심시키기는커녕 또다시 괜찮다는 흰소리만 늘어놓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긴급한 정황들은 이전 수준의 안이한 대응으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정부는 메르스 대응 컨트롤타워를 격상시키고 대응수준 역시 범정부적 대응체계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다시 세월호 참극을 되풀이하지 말라.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 무방비 상태에서 전염병과 감염에 노출되어 있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란? (2014년 5월 질병관리본부 발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은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감염으로 인한 중증급성호흡기 질환이다. 최근 중동지역 아라비아반도를 중심으로 주로 감염환자가 발생, MERS란 이름으로 명명되었으며,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는 과거 사람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다.

▲임상적 특성
잠복기 : 5일(2~14일) 이내 증상 발생
증상 및 징후 : 38℃ 이상의 발열, 호흡기 증상(기침, 호흡곤란 등) 
만성질환 혹은 면역기능 저하자 예후 불량
치료 : 환자의 증상에 따라 적절한 내과적 치료 시행
예방 :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 및 동물(특히, 낙타)과의 접촉을 피하고, 중동지역 여행 시 손 씻기 등의 일반적인 호흡기질환 예방수칙 준수

▲역학적 특성
연령분포 1-94세(평균연령 48.5세) 남:여≒1.7:1
모든 환자들에게서 직·간접적으로 중동(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지역과 연관
최근 병원 내 감염을 비롯한 2차 감염자 비율 증가 
현재까지 명확한 감염원과 감염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낙타를 통한 감염 가능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으며, 확진환자의 가족, 의료진 등에서 밀접 접촉에 의한 감염 사례가 보고됨
* 밀접접촉(Close contact) 예시
- 확진 또는 의사환자를 돌본 사람(의료인, 가족포함)
- 환자 및 의사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동일한 장소에 머문 사람(동거, 방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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