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메르스 속 임금체계 개편에 민주노총 7월 총파업 돌입

 

노동계에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어수선한 ‘메르스 정국’ 속에서 정부의 무리한 정책 강행 의지는 노동계에 또 하나의 뇌관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임금체계 개편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합의 사항이어서 정부가 의지를 보인다고 해도 노동계의 동의와 협조가 없으면 현실화되기 쉽지 않다.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정부가 밀어붙이기에 나선 것은 내년 정년연장 시행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악화된 청년 취업난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을 앞두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정부와 노동계의 골을 살펴봤다. 

 


노동계가 심상치 않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일방적인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1차 총파업(4월 24일)에 이어 다음 달 15일 2차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총파업 목표로 임금피크제 철회,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중단, 최저임금 1만원 쟁취, 교사·공무원 탄압 중단,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민노총은 6월 말 전국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분위기 몰이에 들어갈 방침이다.

한국노총과의 연대투쟁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양대 노총 제조?공공 부문은 다음 달 4일 서울광장과 서울역 앞 등에서 대규모 공동집회를 열기로 했다.

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정부가 행정해석이나 가이드라인 등의 방식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관철하려는 행위는 직권남용이며 엄연한 입법권 침해”라며 “노동계의 강고한 연대 투쟁으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연내 임금피크제’ 도입 

단초를 제공한 것은 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 강행이었다.

최근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실업률은 9.3%로 집계됐다. 역대 5월 청년 실업률로 따지면 외환위기였던 1999년 이후 가장 높다.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도 2012년 56.8%, 2013년 56.4%, 지난해 55.3%으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경기부진 등을 이유로 상반기 채용규모를 줄인 탓에 신규채용시장이 축소된 영향이 가장 컸다. 정부가 공공기관에 연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이를 청년 채용 확대에 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만으로 이뤄지기는 ‘산 넘어 산’ 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 때 ‘취업규칙 변경 절차·기준 명확화를 노사, 전문가 등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정리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취업규칙 임의 변경 허용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은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여부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민간기업은 노사 자율로 결정하는 만큼 노동계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난항이 불가피하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근로환경의 악화를 의미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경영계는 보다 확실하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불통’과 ‘갈등’을 불러올 소지가 높은 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가 취업규칙 변경절차와 기준을 명확히 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합리성과 필요성이 있다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명확히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사의 자율에 맡겨야 할 임금체계 개편에까지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고 반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법원에서조차 극히 예외적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무리하게 차용해 노조 및 노동자의 취업규칙 변경 시 동의절차를 배제하려 한다”며 “7~8월 총파업을 비롯한 대정부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정부 방침의 핵심은 임금·단체협약 협상 시기에 사업장별 임금체계를 개악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신종 노조파괴 등장”

D-데이를 확정한 민주노총은 대표자회의를 통해 ‘2차 총파업’ 투쟁 의지를 다졌다. 7월 총파업 세부일정과 투쟁계획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다.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정부가 삼성을 비호하고 그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메르스를 더 확산시킨 정황이 드러났고, 대만 원정투쟁을 갔던 하이디스 동지들이 강제출국을 당하는데도 정부는 한마디 말이 없다”며 “갑을오토텍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노조파괴를 일삼는 사업주를 구속하고 기업노조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악 1차 구체적 내용을 발표했는데 핵심은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초점이 맞춰졌고 임금피크제를 공공부문 54개 사업장에서 306개 사업장으로 확산시켜 민간부문으로까지 확대하려 한다”고 했다.

최 수석부위원장은 이와 관련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은 단순하지 않은데 임금만이 아니고 고용과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고 노동조합 자체를 무력화하려 하기 때문에 민주노총은 수용할 수 없다”며 “최근 경찰청은 2년이 된 영양사들을 정규직으로 전화하지 않았다. 있는 기간제법도 안 지키는 정부”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민주노총과 장그래운동본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과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해 전국 대행진을 벌이고 있다”며 “메르스와 가뭄 속 노동자 민중의 절망과 분노가 높은 가운데 노동자가 죽어 가는데도 국민의 생명은 뒷전인 정부에 맞서 7.15총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용대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건설현장에서는 1년에 10,00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우리가 산재사망과 체불임금 등을 수십 년 간 외쳤지만 자본과 권력은 여전히 나 몰라라 한다”며 “특수고용직을 쟁점으로 하는 노조법 2조 문제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200만 건설노동자들이 10년, 20년을 외쳤는데도 저들은 신경도 안쓴다”고 비판했다.

이현수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이 정부가 태어날 때 국민행복시대를 말하며 국민을 향해 사탕발림을 했는데 정말 행복하냐?”며 “2000만 노동자 중 조직노동자가 10%를 밑도니 국가가 조직노동자를 보호육성 해야 할 판에 전직 비리경찰과 특전사들을 50명 이상 동원해 현장에 투입해서 신종노조파괴를 일삼고 노조를 깨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문 닫는다는 각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전국 지역에서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며 “정부가 공공부문 3가지 영역에서 2단계 가짜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 성과연봉제, 2진 아웃퇴출제가 그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7월 15일 민주노총 총파업은 민중이 권력에 반대하는 3가지 즉, 메르스라는 역병 창궐 문제, 가뭄, 2000만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수탈 문제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췄다"면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24일 공투본 공식 출범에 이어 7월 4일 1만2000명이 대학로에 집결해 대규모 집회와 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노동시장 구조개악 전면폐지를 걸고 8월 말 경고파업과 11월 전면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대놓고 노동자들의 숨통을 끊으려는 상황에서 7월 15일 총파업을 완수하지 못하면 민주노총 문을 닫는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라면서 “민주노조 깃발을 내리고 노동조합 손발을 묶고 민주노조 역사를 피눈물로 내리느냐, 아니면 투쟁에서 승리해 이 난국을 돌파하느냐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있다. 박근혜정권의 반노동정책을 박살낼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한국노총까지 총파업에 가세할 경우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수 밖에 없다. 노동계의 올 여름이 다른 때보다 더 뜨거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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