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15일 ‘2차 총파업’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2회

<1편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메르스 정국에서도 정부는 노동자들이 ‘구조악’이라고 비판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을 내놨다.

▲박근혜 정권은 잡으라는 메르스는 잡지 않고 노동자만 잡으려고 한다. 무능의 극치며 꼼수도 이렇게 몰염치한 꼼수는 없다. 메르스 정국을 틈타 문제투성이 황교안 공안총리가 은근슬쩍 취임했다. 그리곤 노동시장 구조개악 계획도 발표했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들의 삶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착취와 고용 불안이 계속될 것이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만 한다고 일자리가 늘진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년까지 제대로 고용이 보장된 회사는 없다. 은행과 연구직 등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50세 이전에 모두 쫓겨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블루칼라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이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질서를 운운하는 정부가 자율적 노사 관계를 침해하는 등 법질서를 해치고 있는 것이다.

재벌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는 정부 같다. 그 무능과 편향은 국민들도 잘 아시는 것 같다. 바닥으로 떨어진 박근혜 정권의 지지율이 확연히 반등하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정치권 얘기를 해보자. 얼마 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만났다. 정부의 노조탄압과 관련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로 어떤 얘기가 오갔나.

▲노동관련 시행령이나 행정지침 등 행정권 남용에 대한 국회 심의 기구를 구성해 막아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 한편으론 문재인 대표의 소득주도성장론 동의하면서도, 노동과 노동자가 빠져있는 점은 아쉽다는 점을 밝혔다. 정부여당에 맞서 야당답게 강력하게 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결과 민주노총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노동문제를 중심으로 시행령과 가이드라인 등으로 권한이 없는 입법범위까지 행정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문재인 대표는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정부 행정지침에 대한 투쟁의 질 한 단계 높여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제안한 ‘행정입법 검토 소위원회’를 전체 상임위 차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특히 노동관계법 관련 정부 시행령,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예규 등의 위법성 문제는 환노위에서 전면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는데, 민주노총도 적극 참여해 대국회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지난달 말엔 한 위원장에 대한 법원의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이 지난 4월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 과정과 노동절 투쟁에 대해 저를 비롯해 다른 임원과 사무총국 등 무려 20명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다. 전체 조합원을 보면 50명이 넘는 동지들을 조사하며 탄압을 기획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민주노총 투쟁의 예봉을 꺾으려는 전방위 탄압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미 법원이 “변호사를 통해 출석 가능한 날을 밝힌 점 등에 비춰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고 보기 어렵고 체포의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저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각했음에도, 경찰은 또 영장을 재청구했고, 정치적 압력을 느낀 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집시법 위반과 교통방해 혐의는 체포나 구속을 해야 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안기구는 의도적으로 죄를 꾸며내고 경미한 사안을 중대범죄로 과장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맞선 총파업 투쟁의 발목을 잡으려는 노동탄압 의도로 보인다.

 

-치열하게 투쟁해왔던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회사측과 합의를 이뤄냈다.

▲최근까지는 용역깡패를 동원해 노조파괴 탄압을 벌였다. 그런데 갑을오토텍 사례는 그 용역을 쓰는 방식을 뛰어넘는 신종 노동탄압이었다. 전직 비리경찰과 특전사 출신을 아예 신입사원으로 채용해 노조와 갈등을 일으키고 폭력을 행사하며 노조 탈퇴와 파업 중단을 강요했다. 폭력과 폭언이 난무하는 공포 상황까지 몰아갔지만, 역시 민주노총 조합원이었다. 물러서지 않는 강고한 투쟁과 신속한 연대로 승리했다. 노조파괴를 위해 기획 채용했던 깡패신입사원들의 입사는 취소됐다. 노동자가 단결해 싸운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확인한 뜻 깊은 승리다. 갑을오토텍 조합원들과 연대한 동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고 하이디스 배재형 전 지회장

 

-노조를 지키려다 목숨을 끊은 금속노조 배재형 하이디스 전 지회장의 장례식이 53일 만에 치러졌다. 하이디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는데.

▲먹튀자본과 싸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자본의 잘못을 바로 잡는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하는데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나 몰라라 외면하고 있다. 세월호 때도, 메르스 때도, 먹튀자본이 먹고 튀어도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가 왜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전 국민의 의문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먹튀자본의 문제는 하이디스뿐만 아니라 발레오만도, 쌍용차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이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점점 더 자본이 더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더 빈번해질 것이다.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 자본이 철수하는데 있어서 고용이나 일자리를 담보하지 않고 유지하지 않고 나갈 수 없게끔 특별법으로 조치를 하고 자본을 통제하는 것이 국가의 기능이다. 유럽의 경우는 그런 문제에 대한 대응을 잘하고 있다. 이 정부는 왜 이런 것들을 못하는 것인지, 민주노총이 여전히 해결해 나가야 할 사항이다.

누구나 사람이 한 번 나면 죽지만 자신의 명을 다하지 못하고 목숨으로 불의함에 항거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열사의 뜻을 이어서 빨리 사태가 해결돼야 한다. 아직도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와 있다.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부도 역할을 해야 한다. 대만의 시민사회도 연대하고 있다. 이런 힘들이 모아지고 있다.

남아 있는 조합원들이 어떤 요구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장서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간절함이 있기 때문에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공장을 재가동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바람이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수많은 장기투쟁 사업장이 있다.

▲자본은 최소한의 양심도 버린 지 오래다.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단식과 오체투지, 고공농성이다. 스타케미칼은 400일이 넘는 고공농성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 자본이 고용의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민심은 노동자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투쟁을 좋아서 하는 노동자는 없고 파업도 마찬가지다.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기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고 파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잘 알고 있다. 힘을 모아가겠다. 노동자를, 국민의 일자리를 지켜낼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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