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 변호사로 살아온 13년, “제가 왜 연행전문변호사냐고요?”
노동인권 변호사로 살아온 13년, “제가 왜 연행전문변호사냐고요?”
  • 최근원 기자
  • 승인 2015.07.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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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1회

 

작년 한 해 ‘미생’이라는 만화와 드라마가 화제가 됐다.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능력을 쌓아도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야만 하는 이 시대의 현실. ‘미생’의 주인공인 ‘장그래’가 큰 공감대를 얻은 이유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정부는 장그래를 연기한 임시완을 내세워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청년 일자리가 해결됩니다”라는 공익광고를 내보냈다. 중장년층과 정규직들의 양보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종 정책들을 쏟아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노사정위원회를 열었다. 하지만 노사정위의 협상이 결렬되자 보란 듯 강공 일변도로 돌아섰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정부가 내놓은 것들은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정책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동안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늘어만 가는 현실. 하지만 그에 반해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노력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정부는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그에 맞는 노동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운동본부)가 출범한 이유다.

 

▲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

 

지난 3월 18일 380여 개의 시민단체와 뜻이 있는 사람들이 정부의 비정규직 확산 정책을 막고 무수히 많은 장그래들의 ‘미생(未生)’이 아닌 ‘완생(完生)’을 그리며 모였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비정규직법과 제도를 폐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입법화하기 위함이다. 노동조합은 꿈도 못 꾸는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모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운동본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지난 6월엔 ‘최저임금 1만원, 장그래를 정규직으로! 10만 대행진’도 벌였다. 국민이 정부의 노동정책에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온라인, 오프라인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통계청이 실시한 201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1824만명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는 837만명, 45.9%에 달한다.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가 장그래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고용불안과 차별,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이들. 삶의 유지를 위해 목숨을 건 고공농성도 불사해야 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 함께 뛰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의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이다. 노동·인권 변호사로 살아온 지 13년, 이제 그에겐 ‘연행전문변호사’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연행당하는 사람들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아니라 연행되는 걸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라며 붙여진 웃지 못 할 우스갯소리. 최근 세월호 1주기 집회에서 인권침해감시활동을 하다 연행됐다가 풀려났고 지난 2013년 7월 대한문 집회 때도 그랬다. 하지만 두 번 모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됐다.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규탄성명을 냈다. 그의 변호를 위해 이름을 올린 변호사는 50명이 넘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 법정에는 34명의 변호인이 출석했다.

권 변호사는 늘 노동자들과 함께 있어왔다. ‘삼성전자서비스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티브로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무효 소송’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이주노조 설립신고 반려 취소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의 이런 활동 뒤에는 노동운동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대(금속공학)를 졸업한 그는 방위산업체인 ‘풍산’에 입사했지만 노조를 만들려다가 인사조치 됐다. 그리고 1988년 공장 폭발사고로 노동자가 숨졌고 이에 항의하는 대자보를 붙였다가 해고됐다. 복직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사법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권 변호사는 나이 마흔이던 2002년 민주노총 법률원을 설립하고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노동운동도 법으로 대응하는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변호사가 마흔일 때였다. 그리고 13년이 흐르는 동안 노동자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함께 해왔다. 때론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졌다. 쌍차 정리해고 사건 대법원에서. (중략) 대법원에 일말의 기대를 했다는 자체가 너무 부끄럽고 참담하다. (중략) 오늘로서 나는 천민자본과 이를 옹호하는 권력의 카르텔이 너무도 강고한 이 땅에서 노동자들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겠다는 망상을 버리도록 한다. 이 땅을 우리 후손들에게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민중이 진정으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모색을 새로이 시작해야 한다.”

해고된 쌍용차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던 2심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었을 때의 심경을 SNS에 올린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에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활동 그리고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노동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검찰이 지난 6일 민변 소속 변호사들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사건의 내용과 민변 입장은.

▲ 지난 2013년 7월 25일 대한문 앞 쌍용차 집회 당시 경찰이 집회를 실질적으로 방해했고, 그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약간 발생했던 사항이다. 핵심은 공무집행 방해를 인정할 수 있느냐가 됐는데. 대한문 집회 당시 민변에서 집회신고를 합법적으로 한 상태였다. 집회 신고의 범위를 벗어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집회장소 안에 병력이 폴리스 라인을 치고 사실상 점거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이 질서유지를 한다는 이유로 집회 장소를 침범하고 그로인해 집회를 침해 내지는 방해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항의를 하는 것은 정당방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항의한 변호사들을 범죄자로, 가해자로 기소하고 징역형을 구형했다. 이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 뒤바뀐 상황이어서 매우 충격적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찰의 공소제기에 대해서는 전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권영국 변호사 본인도 통진당 해산과 관련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전에는 세월호 1주기 집회에서 인권침해감시활동을 하다 두 번째로 연행되기도 했다.

▲ 지난 6월 15일에 첫 공판이 있었다. 다음 기일은 증거에 대한 다툼이 조금 있어서 공판 준비 기일로 진행을 한다고 결정돼있다. 공판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월호 집회 때 연행 건도 이번에 구형된 사건과 직접 연결돼있는 사건이다. 그 부분에 대해 7월 13일 최후 진술과 결심공판이 있었다.

 

- 영장실질심사장에 변호인만 34명이 출석했다고 들었다.

▲ 변호사의 제 1의 사명은 국민의 기본권 옹호이다. 4월 18일 세월호 1주기 집회 당시 광화문에서 했던 역할이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서 충돌을 방지하고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인 자신의 역할 또는 변호사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 연행됐다. 이처럼 변호사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 자체가 범죄시 돼버리면 변호사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그만큼 변호사들에게는 문제가 매우 중대하고 심각하다는 공감을 얻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이야기를 해보자.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운동본부는 어떻게 시작됐는가.

▲ 지난해 7월 1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할 때 비정규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9~10월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속한 정부 관계자들이 정책을 하나씩 흘리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대책과 노동시장 2중 구조 개선에 관한 것들이다. 예를 들면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확대하겠다’,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하겠다’,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겠다’와 같은 내용이었다. 발표 전 여론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때 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 하에 40여개 정도의 노동단체가 모였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 계약저지 긴급행동’이다. 그 단체에서 정부가 하나씩 발표하고 있는 비정규 정책에 대해 기자회견과 반대집회를 했다. 이후 12월 29일 정부가 비정규 종합대책을 전면적으로 발표하게 된다. 이 발표에 대한 전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이 됐다. 5차례 정도의 준비회의를 거쳤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대응 기구가 필요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대응기구, 비정규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종합적인 사회적 연대기구 그리고 일정부분 투쟁기구의 성격을 갖는 종합적인 조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에 38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법조, 문화, 종교 등)들이 참여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비정규직 법제도 폐기, 상시업무 정규직화, 진짜 사장 책임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약칭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이다.

 

-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금의 노동시장은 이중화 돼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양극화돼있다. 정부는 고용이나 근로조건이 이중화 돼있는 문제에 대해 개선책을 내겠다고 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들여다보면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겠다’, ‘파견 업종을 55세 이상 그리고 전문 관리인에 한해서는 전면 허용하겠다’와 같은 내용이 있다. 또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그에 따른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 그것을 쉽게 하기 위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절차를 완화하는 것, 그리고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것 등이 포함됐다. 그 함의를 정리해보니 결국은 정규직의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이고, 기존 보호받고 있던 임금체계를 개편해서 전반적으로 임금을 더 낮추겠다는 것이고, 나아가 비정규직을 더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요약이 됐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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