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우리말 달인’ 엄민용의 ‘우리말 나들이’

 

우리말에는 소리나 글꼴이 비슷하지만 뜻은 완전히 다른 말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이를 알지 못해 엉뚱한 표현을 쓰는 일이 흔합니다.

요즘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많이 쓰는 ‘햇빛’과 ‘햇볕’도 의미가 완전히 다른 말로 꼭 구분해 써야 합니다.

‘햇빛’은 말 그대로 “해의 빛”, 즉 광선입니다. ‘살아생전에 그의 소설은 햇빛을 보지 못했다’처럼 “세상에 알려져 칭송받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쓰입니다. 반면 ‘햇볕’은 “해가 내리쬐는 뜨거운 기운”, 즉 온기를 뜻합니다.

따라서 “햇빛이 따뜻하다”거나 “햇볕이 눈부시다”라고 쓰면 안 됩니다. 햇볕이 따뜻하고, 햇빛은 눈부셔야 합니다.

또 요즘 신문과 방송에서 “작렬하는 태양이…” 같은 표현을 무척 많이 쓰는데요. 정말 그러면 큰일납니다. 왜냐고요? 그랬다가는 인류가 멸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렬하다’는 “포탄 따위가 터져서 쫙 퍼지다”를 뜻합니다. 이 때문에 ‘홍길동 선수의 홈런포가 작렬했다’처럼 “운동경기에서의 공격 따위가 포탄이 터지듯 극렬하게 터져 나오다”를 뜻하는 말로도 쓰입니다. 그러니 태양이 작렬하면 인류가 멸망한다는 제 얘기가 허튼 소리는 아니죠?
‘작렬하는 태양’은 ‘작열하는 태양’으로 써야 합니다. “불 따위가 이글이글 뜨겁게 타오르다”를 뜻하는 말이 ‘작열하다’이거든요.

그리고 ‘태양’을 ‘햇님’으로도 많이 쓰는데요. 이 역시 바른말이 아닙니다. ‘별+님’이 ‘별님’, ‘왕자+님’이 ‘왕자님’, ‘대리+님’이 ‘대리님’이 되듯이 해를 높이면 ‘해님(해+님)’이 되거든요.

끝으로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를 얘기하면서 ‘하늘이 꾸물거리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이럴 때는 ‘꾸물거리다’가 아니라 ‘끄물거리다’를 써야 합니다.

왜냐고요? 지금 당장 국어사전을 뒤져 보세요. 그래야 우리말 실력이 늡니다.

<경향신문 엔터비즈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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