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4회> 인터뷰: ‘낙동강 현장조사’ 기록,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사무처장

 

올해도 낙동강은 ‘녹조라떼’로 뒤덮였다. 이제 더 이상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매년 발생하는 당연한 현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느린 유속, 정체된 것처럼 느껴지는 강물, 그 위를 가득 덮은 녹조, 그리고 녹조 사이로 배를 내밀고 죽어있는 물고기들….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낙동강의 모습이다.

▲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사무처장

‘2015 낙동강 현장조사단’은 지난 7월 20일부터 2박 3일 동안 대동선착장, 함안보, 합천보 등에서 조사활동을 펼쳤다. 문제의 원인은 조사 때마다 같다. 바로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보’ 때문이다. 보 건설로 인해 유속이 최대 38배까지 느려졌다. 오염원이 머무르고 수온이 높아지면서 녹조가 발생한 것이다. 구조적 문제로 보 아래 바닥보호공이 깨지고, 바닥이 유실된 곳도 발견됐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번 조사에 참여한 ‘낙동강 지킴이’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사무처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 처장은 수년 동안 4대강 사업 현장 곳곳을 다니며 녹조현상 및 역행침식, 물고기 떼죽음 등 낙동강의 참상을 낱낱이 조사하고 기록해왔다. 지난 4월엔 환경운동연합이 한 해 동안 풀뿌리 환경운동에 헌신한 개인 및 단체에 수여하는 제3회 ‘임길진환경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임길진 환경상은 한국인 최초로 미국 미시간주립대 학장을 지내고 생태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고(故) 임길진(1946~2005년) 박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정 처장은 '낙동강 지킴이'로 4대강 사업의 이면을 알리기 위해 활동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정 처장은 지난 달 말 낙동강 현장조사 결과를 3회에 걸쳐 연재하기도 했다. 다음은 정 처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최근 낙동강 현장조사를 했다고 들었다. 어떤 조사들이 이뤄졌나?

▲ 낙동강이 4대강 사업 이후에 변화된 모습을 확인했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계속해오던 것이다. 조사기간 동안 녹조현상이나 보 아래쪽 세굴현상 또는 침하현상을 수중촬영으로 확인했다. 또한 현재 흐르지 않는 강이기 때문에 부유물 같은 것들이 바닥에 많이 쌓인다. 그래서 퇴적토가 갯벌과 같은 상태가 돼있다. 그 퇴적토를 떠서 조사를 실시했다. 마지막으로 수심별 용존산소 문제를 조사했다.

 

- 얼마 전 태풍이 지나간 뒤 조류 경보가 해제됐다. 현재 상태는 어떤가?

▲ 조류가 조금은 희석이 돼있는 상태다. 하지만 가장자리에는 여전히 녹색 띠들이 형성돼 있는 것이 보였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시간이 지나고 수온이 오르면 다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상현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 녹조현상이 비가 오고 수온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강바닥은 거의 펄로 뒤덮였다. 용존산소도 거의 없어 강바닥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생물도 살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세굴현상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 큰빗이끼벌레 논란도 여전하다.

▲ 이끼벌레는 주로 정체 수역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물 흐름이 없고, 수온이 높고, 녹조가 창궐하는 곳에 증식한다. 녹조가 창궐하는 조건이라는 것은 수질이 악화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수질이 나빠지고, 강물이 정체돼 있고, 수온이 올라가면 녹조가 대량으로 증식되는 것이다. 이처럼 녹조현상, 큰빗이끼벌레 출현, 물고기 떼죽음 같은 현상들은 모두 연결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낙동강 상류인 상주보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상주보 상류에도 큰빗이끼벌레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 2차 피해의 위험도 있을 것 같은데.

▲ 물고기 죽음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들의 죽음까지도 연결 될 수 있다. 녹조현상이라는 것은 조류의 대량 증식 현상이다. 조류중 남조류는 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그 남조류를 먹은 물고기나 야생동물, 새, 뱀 등이 죽은 것을 확인했다. 이런 현상들을 봤을 때 야생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큰빗이끼벌레 경우 물고기의 산란처와 서식처인 바위틈새, 나뭇가지, 수초 같은 곳에 달라붙어서 서식한다. 그런 곳을 잠식하기 때문에 물고기가 산란을 할 수 없다. 요즘 어부들을 만나보면 치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 어류들의 생태계도 녹조문제나 이끼벌레가 창궐해서 교란을 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 강바닥이 펄이 됐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 강이 흐르게 되면 위에 있는 부유물들이 자연스럽게 흘러서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오염물이나 부유물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강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저질토를 형성하게 되면 펄과 같은 작용을 하고, 그 상태로 산소 같은 것들이 유통되지 않아 산소가 고갈된 층도 발생하게 된다. 바닥 주위 용존산소는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로 나오고 있다. 수중생태계가 망가져가고 있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 처리의 예산 비중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 비점오염원도 충분히 관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비점오염원이 관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점오염원도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대도시의 하수종말처리장 용량 부족 등으로 처리가 안 되는 오염원들이 강으로 그대로 들어오기도 한다. 오염원은 계속 들어오고 물은 흐르지 않기 때문에 강물이 썩어갈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 이전에도 오염원이 강물로 들어오는 것이 문제가 됐지만 4대강 사업 이후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 최대 맹꽁이 서식지였던 대구의 대명유수지도 예전 같지 않다고 들었다.

▲ 맹꽁이들은 물이 잠기는 곳에서 산란을 하지 않는다. 물이 잠겼다가 빠지는 곳에서 산란과 서식활동을 하는데. 지하수위가 올라와 계속 물이 잠겨있는 상황이다. 맹꽁이의 생태계도 교란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을 것 같은데.

▲ 굉장히 큰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고기들이 거의 잡히지 않는다. 작년에도 예년에 비해 1/10로 줄었다고 했는데 올해는 그것보다 더 안 잡히는 상황이다. 부산·경남 쪽 어민들은 하굿둑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어민들은 낙동강을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강도 살아나고, 물고기도 돌아오고, 어민들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보와 하굿둑의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지난 6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한 인터뷰에서 녹조 현상이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 환경부는 정부의 한 부서이다. 정부로서도 공식적으로 녹조문제와 보 문제의 상관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수자원공사 차원에서도 펄스방류라고 하는 부분적인 보 개방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도 문제를 갖고 있다. 사후적인 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류량도 미미하다.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녹조가 생기기 전에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 또한 물의 흐름이 상시적으로 생길 수 있는 정도의 양을 방류해야 한다. 그래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조치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녹조 제거시설, 무인비행기 예찰활동 등)은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본다.

 

 

▲ 달성습지의 맹꽁이. 이들의 집단 산란처인 대명유수지의 지하수위 상승으로 이들의 산란에 큰 영향을 받게 됐다.

 

- 4대강 사업의 목적은 저수량을 확보해 생태계를 복원하고 수질을 개선한다는 것이었다. 생태계 복원과 수질 개선에 대해서는 이미 앞서 설명이 된 것 같다. 저수량은 확보 됐나?

▲ 물은 확보가 됐다. 하지만 수량은 4대강 사업 전에도 충분했다. 4대강 사업 이후 더 많은 물이 확보됐는데 그 물에 대한 용처가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더 확보된 물은 배를 띄우는 정도밖에 사용되지 않는다. 이런 결과로 돌아볼 때 4대강 사업은 강 살리기 사업이 아니라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 대운하가 계속 추진되고 있다고 보는가?

▲ 그럴 수 있는 개연성이 남아있다고 본다. 물을 많이 확보했고, 수문을 갑문으로 바꿔 달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각심을 갖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올해 극심한 가뭄이 왔다. 남쪽 지방은 가뭄 피해가 비교적 덜했는데. 4대강 공사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 전혀 얼토당토 없는 말이다. 낙동강 수량은 가뭄과 상관없었다. 이미 수량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을 가뭄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하기는 곤란하다. 올해 가뭄이 심했던 곳은 강원도나 산간벽지 부근 이었다. 4대강 사업으로 물을 확보했지만 그런 곳까지 연결돼있지 않기 때문에 가뭄 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눈 먼 떡이라고 볼 수 있다.

 

- 낙동강의 오염된 물은 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인가?

▲ 가뭄 시 단기적인 해갈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오염된 물에 대한 위험성이 남아있다. 녹조로 인해 그 안에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성물질이 농작물에 전이 된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가 이뤄져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 풀이 완전히 장악한 내성천의 모래톱. 회룡교 하류 내성천의 모습.지금도 이럴진대 영주댐이 완공되고, 물을 가두어버리면 내성천의 모습은 완전히 교란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 4대강 보수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 자체를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보수공사는 계속 반복되는 행위일 뿐이다. 그것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때문에 보수공사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이 사업은 결함이 있는 사업이었다. 규모는 댐인데 설계는 보에 맞춰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결함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구조적 결함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

▲ 4대강 사업의 규모는 댐인데 보로 설계가 됐다. 댐을 건설할 때는 모래를 모두 걷어내고 암반층이 드러나면 그 위에 콘크리트를 타설한다. 하지만 지금 4대강 보는 모래 위에 바위를 고정시키고 그 위에 콘크리트 본체를 얹어 놓은 형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낙동강 물의 수압을 견딜 수가 없다.

 

-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는가?

▲ 흐르는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수위가 떨어지고 모래톱이 돌아 올 것이다. 그 다음 강변의 수초가 자라나면서 습지를 이루게 된다. 이후 모래와 습지가 자연 정화 시스템을 발휘해 생태계가 천천히 되살아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루 빨리 보에 갇혀 있는 시스템을 예전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 4대강 사업이 이루어진 다른 지역과 연대한 활동도 이뤄지고 있나?

▲ 그렇다. 이번 조사에도 지역의 많은 단체들이 함께 했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그 외 지역의 많은 단체들도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활발하게 노력할 것이라는 것을 이번 조사기간 동안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 일단 조사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조사의 결과를 통해 강의 변화상을 시민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또한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강을 원래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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