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협상, 합의점 찾지 못하는 2차 남북 고위급 회담

23일 오후 3시30분 시작된 2차 남북 고위급 회담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남쪽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쪽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차 접촉을 속개해 협상을 벌였으나, 24일 오전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회담을 계속하고 있다.

 

남북은 회담에서 최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서부전선 포격 사건,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 등으로 이어지면서 고조되고 있는 남북간 군사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그러나 남북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줄지 않아 해결 방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쪽은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건과 서부전선 포격을 북한의 군사 도발로 규정하고 책임 인정과 사과 등을 요구해 왔다. 반면 북쪽은 이들 사건을 부인하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담에선 남북관계 전반의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쪽은 이산가족 문제, 남북간 군사적 신뢰 조치, 북핵 문제 해결 등을 거론하며 남북관계 진전 방안을 설명했으며, 북쪽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단과 남북 경협·교류를 제한한 5·24 조치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제기했다.

 

이어지는 긴장국면

 

한편 남북 고위급 회담 중에도 북쪽은 잠수함 50척을 전개하고 남쪽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하는 등 군사적 대치 국면은 팽팽했다.

 

군은 23일 북한 잠수함·정의 70%가 동·서해 기지에서 사라졌다며 추적에 나섰다. 군 당국자는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잠수함·정이 기지를 이탈했다.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잠입해올 가능성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사격 준비에 들어간 북한군 포병 전력도 며칠 사이 두 배가 늘어났다고 군 당국자가 전했다.

 

남쪽도 22일 한미연합사령부가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에서 ‘2’로 격상한 뒤 이를 계속 유지했다. 5단계로 발령되는 워치콘은 평상시 ‘4’로 유지되며,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3, 2, 1로 격상된다. 북측 포격 이후 발령된 ‘진돗개 하나’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또 미군 주관의 레드 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참가했던 KF-16 등 공군 전투기 6대는 23일 남북 대치 상황 등을 고려해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알래스카에서 귀환했다.

 

“사과 받는 일 치중하면 안 돼”

 

한편 야당 내 대북 전문가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전 원내대표는 "사과를 받는 일에 너무 치중하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전략적, 전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그러나 북한에서도 남한에 폭격을 가하면서 비무장지대(DMZ)와 우리 경계 초소에서 700m 앞에서 한 것이라 전쟁의지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우리 측도 북한 초소 500m 앞에 안착하도록 쏴서 역시 전쟁의지 없다는 것이 밝혔다"며 "남북 공히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번 회담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지만 저는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도 CCTV를 통해 모든 것을 점검하고 지시하고 있다고 하고, 평양은 통신상의 문제가 있어 김정은 국방위원장 제1위원장의 지시를 받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로 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 회담 해법으로 전략적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남북관계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지, 사과 받고 재발방지책을 찾겠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난망해진다"고 조언했다.

 

또한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 현재 협상중에도 남북 공히 군사력을 전진 배치하는 것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며 "이는 현재 한미 군사훈련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북에서도 대응조치를 하는 것이고 협상을 앞두고 하고 있기 때문에 과대하거나 고민하게 평가할 필요가 없다. 전쟁은 우연하고 막연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남북 공히 자제하고 확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남북은 22일 오후 6시30분 판문점에서 1차 ‘2+2 고위급 회담’을 열어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9시45분 동안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회담은 북쪽이 21일 오후 김양건 비서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사태 수습’을 제안한 뒤 남쪽의 수정 제의와 북쪽의 재수정 제의를 거쳐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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