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끝나지 않은 싸움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

 

2005년 8월 경상남도 밀양. 한국전력공사가 송전선로 경유지와 변전소 건설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송전선로 설치를 반대했다. 이로부터 10년이 흘렀다. 강산도 변했을 시간. 하지만 아직도 반대운동은 진행 중이다.

사업은 2000년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되면서 시작했다. 이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북경남변전소를 잇는 765kV 송전선로 경과지가 밀양으로 선정됐고, 2005년 8월에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2007년 11월 사업 개발 승인을 받았고, 2008년 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가 완강했다. 이로 인해 착공이 중단됐고, 2009년 1월 토지사용 및 수용 재결신청을 냈다.

 

▲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사진=카톨릭뉴스 지금여기>

 

2011년 한전은 밀양주민과 18차례의 대화를 진행했다. 토지보상 문제와 관련된 각종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012년 1월에는 송전탑 설치에 반대하던 이치우 씨가 분신자살을 택했다. 2013년에는 유한숙 씨가 농약을 마시고 음독자살을 하는 일도 일어났다.

이후 공사의 재개․중지가 반복됐고, 2014년 6월 공사의 재개를 위해 건설현장에서 농성을 벌이던 주민들을 대상으로 행정대집행이 이뤄졌다. 주민들은 온몸에 쇠사슬을 두르며 저항했다. 하지만 경찰이 투입됐고, 철거 과정에서 수십 명이 부상을 당했다. 행정대집행은 완료됐다.

결국 2014년 말 송전탑 공사가 완료됐다. 올해 6월부터는 상업 운전이 시작됐다. 그렇게 끝이 날 줄 알았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25가구의 주민들이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고, 이치우 씨의 분신자살 이후 진행되고 있는 촛불문화제도 200회를 훌쩍 넘겨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10년의 기간 동안 주민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수십 명이 다쳤다.

그리고 지난 19일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하다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되었던 18명의 주민과 활동가들에 대한 결심공판이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서 열렸다. 18명에 대한 38건의 사건이 병합된 공판.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활동가들은 총 65명이 기소되었거나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검찰 측은 주민 2명에 대해 각각 징역 4년, 주민 1명에 대해 징역 3년,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에 대해 징역 3년 등을 구형했다. 이날 18명에 대해 구형된 형량을 모두 합치면 징역 28년 4개월이고, 벌금은 1300만 원에 달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나긴 싸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이계삼 사무국장을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최근 검찰이 밀양송전탑 반대주민 15명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대책위의 입장은.

▲ 당치도 않다고 생각한다. 징역 4년을 2명, 징역 3명을 2명에게 구형했다. 징역 4년, 3년은 특수강도나 강간 이런 범죄자들에게 구형하는 형량이라고 들었다. 혐의 사실은 실은 과연 기소가 될지도 명확치 않은 일들이다.

결국 밀양 주민들을 ‘공안사건’ 다루듯이 중범죄로 취급하는 검찰의 시선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암투병중인 70대 노인들에게 징역 4년을, 여경들에게 모멸적으로 끌려나오는 상황에서 발버둥 치다 여경의 손가락을 깨물었다는 명목으로 비닐하우스에서 겨우 일해서 하루 일당 4만원을 버는 70대 노인에게 벌금 500만원을 구형하는 것이 정말 사법정의가 맞는가?

 

- 결국 송전탑은 들어섰고, 전기가 흐르고 있다. 좋지만은 않은 상황에 반대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지난 12월 26일, 철탑 선하지에서 농성장을 꾸리면서 꾸준히 요구했던 것이 있다. 첫째, 지난 10년간의 파행과 폭력에 대해 정부와 한전이 주민에게 사죄하고, 긴요하지 않은 전력설비를 이렇게 강압적으로 밀어부친 사태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라는 것이다. 둘째, 주민들이 입게 될 재산 및 건강상의 피해에 대해 정밀하게 실사하는 기구를 구성하라는 것이다. 셋째, 이 신고리-북경남 송전선이 고리원전단지의 노후 원전이 폐쇄되고, 신고리 원전의 증설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면 철거하라는 약속을 하라는 것이다.

 

- 반대 주민들 중에는 노인들이 많다. 1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반대운동에 힘이 부치는 일도 많을 것 같은데.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인가.

▲ 역시 2012년 1월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 자결했을 때, 그리고 2013년 10월 하루 3천명의 공권력으로 사실상 계엄과 같은 완력으로 주민들을 제압하던 때, 2013년 5월 이후 개별보상금을 내걸며 주민들 간의 분열과 폭력이 절정으로 달하던 시기였다.

 

- 지난해 6월 농성장이 강제 철거됐다. 철거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당시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준다면.

▲ 세월호 사고 이후 눈치를 보던 정부가 지방선거 압승 이후 자신감을 갖고 경찰 2천 병력으로 4개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했다. 하루에만 10명이 넘는 어르신이 혼절하고 긴급 후송되었다. 알몸으로 쇠사슬을 걸고 울부짖었지만 경찰은 칼로 농성막을 찢으며 노인들을 제압했다. 문명국가의 수치라고 할 수밖에 없는 끔찍한 폭거였다.

 

 

- 철거 이후에도 촛불 문화제가 이어지고 있다. 벌써 200회가 넘었다. 처음과 비교해 변화된 점이 있다면.

▲ 처음에는 연대활동가들 없이 주민들과 대책위 일꾼들만 치르는 집회였다. 그러나 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많은 연대자들이 참가해 매번 50~100명이 넘는 성황을 이룬다. 또한 각자 먹을거리들(샌드위치, 떡, 김밥)을 해 갖고 와서 나누며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작은 잔치마당이다.

 

- 탈핵·탈송전탑 운동이 함께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 전국 곳곳의 핵발전 예정지역이나 송전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역에 연대하고 있다. 올해에만 전국 2,900여㎞를 순례해 ‘탈핵탈송전탑원정대’(한티재)라는 책을 냈고 군산, 영덕, 삼척 등 곳곳에 투쟁을 지원하고 있다.

 

- 이밖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 밀양 주민 및 연대활동가 65명이 기소되어 재판 중이다. 벌금이 매우 크다. 그 벌금을 모금하기 위해 ‘탈핵탈송전탑원정대’ 판매 활동을 하고 있고, 전교조와 함께 ‘탈핵교육자료’ 보급 사업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제주 강정마을에 평화기행을 2박3일간 다녀왔고, 밀양투쟁이 10주년이 되는 올 12월까지 밀양송전탑 백서를 펴내려고 준비하고 있다.

 

- 송전탑 건설 위로금 수령 여부로 찬반 주민 간의 갈등이 더 심해졌다고 들었다. 마을 분위기는 어떠한가.

▲ 매우 좋지 않다. 마을 간의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정말로 감감하다. 마을 행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찬성파가 득세한 마을에서 반대 주민들에 대한 핍박은 심각하다. 마을회관도 사용하지 말라고 하고, 이장을 강제로 교체하거나 반대 대책위가 주최하는 행사를 마을에서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곳도 있다. 한전의 개별보상금 부당 수령 문제로 물리적인 폭력이 있는 곳도 있다. 매우 심각하다. 한전과 정부는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 박일호 밀양시장이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대대책위와 특별지원협의회 등 공식적인 단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가.

▲ 거짓말이다. 반대대책위와는 전혀 대화하지 않는다. 지난 2월부터 매일 아침 밀양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공문도 여러 차례 보냈지만 대화를 거부했다.

 

- 지난 6월에는 광주에서 ‘국제고 송전탑 문제’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2의 밀양 송전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대한 생각은.

▲ 밀양 사태를 겪으며 송전탑 문제에 대해 정부와 한전이 조금 더 진전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일방통행식의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끔찍한 희생을 치르고도 배운 바가 없는 것이다. 매우 유감이다. 제2의 밀양사태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 같은 시기 동화전마을 대책위원장 김정회 씨의 DNA채취 요구에 대해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이후 진행 상황은.

▲ 이미 법원에서 영장까지 발부했지만, 집행은 되지 않고 있다. 우리 주민들이 서울에 있는 대검찰청 앞에까지 가서 항의 기자회견도 실시했다. 만약 집행된다면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다.

 

- 밀양 송전탑 문제로 행정대집행법이 개정되는 등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이뤄왔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전원개발촉진법 같은 악법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이 법이 존속하는 한 막무가내식의 발전소와 송변전 설비 건설은 계속 이어지게 되어 있다.

 

-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는.

▲ 아직 보상금을 수령하지 않은 200여 세대 주민들은 의지가 확고하다. 이 분들이 바라는 대로 굴하지 않고 제2의 밀양을 막기 위해, 에너지 민주화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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