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까지 배포? 역사교과서 국정화 그치지 않는 논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방침을 두고 논란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교육부가 ‘교과서 배포시기를 2017년으로 앞당긴 것을 시인했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번지고 있다. 2017년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같은 얘기는 지난 달 28일 교육부 과장급 인사들과 교육부 비서관들이 가진 공식 현안보고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중·고교 역사 교과서가 국정화가 되는 것을 전제로 적용 시점'의 물음에 "중·고교 역사 교과서가 국정으로 된다면 적용 시기는 2017년"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당초 알려진 '2015년 개정 교육과정' 중·고교 적용 시점인 2018년에서 1년 앞당겨진 것이다.

이와관련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는 "만약 교육부가 박근혜 정부 임기 마지막 해로 중·고교 국정 교과서 적용 시기를 앞당긴다면 이는 엄청난 무리수"라면서 "2018년에 적용하는 검인정교과서도 집필 기간이 빠듯한데 국정 교과서를 만들면서 이렇게 하면 '오류투성이' 교과서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박근혜 대통령 퇴임 전 선물로 바칠 작정이 아니라면 국정 교과서 추진 자체를 멈춰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국정교과서 오류투성이”

이런 가운데 올해 2학기부터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국정 역사 교과서가 오류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기본적인 사실 오류는 물론 문법 오류도 수십여 개가 발견됐다. 이 교과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만든 첫 국정 역사교과서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종환 의원은 7일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과 교과서를 교열전문기관에 맡겨 분석한 결과 비문, 오탈자, 띄어쓰기 등 기본적인 문법오류가 수십여 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교과서는 2012년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년 여간 집필, 수정, 심의 과정을 거쳐 실험본을 만든 후 연구학교를 대상으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친 후 다시 수정·보완, 최종 승인을 받은 교과서이다.

그런데도 기본적 문장 오류만 수십여 개가 발견된 것이다. 대표적인 오류로 든 게 교과서 21쪽의 "나무로 성벽을 세워"이다. 분석을 맡은 교열단체는 "성벽이 아니라 울타리로 해야 맞다"며 "성벽은 돌이나 흙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탈자도 여럿 발견됐다. 55쪽의 "지난 번 고구려에게 당한 치욕을"(지난 고구려에 당한 치욕을) 88쪽의 "생각을 버려야겠구만"(생각을 버려야겠구먼) 155쪽의 "주인 딸의 시중드는"(주인 딸을 시중드는)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역사교육연대회의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역사상 오해를 불러오는 비문 등 사실 오류 수십여 건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17쪽 "지붕에는 풀이나 짚을 덮고, 그 위에 풀을 올리거나 동물 가죽을 덮었다"가 대표 사례이다. "지붕에 이미 풀이나 짚을 덮었는데 다시 풀을 올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라는 것이다.

역사교육연대회의는 "두 개의 조사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문법상 오류를 비롯하여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의 수를 헤아리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라며 "비문은 국어를 함께 배워야 할 초등학생에게 그 자체로 상당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질 좋고 오류가 없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주장은 허구이며 그것을 구실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인식을 역사교과서를 통해 주입하려는 것을 뿐이라는 의구심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지금이라도 교육부가 국정제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중등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 중단을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역사학계 원로인 이이화 씨는 “역사는 접근 통로가 다양해야 한다”며 “교과서를 한 가지로 통일하면 교육의 획일화, 역사적 상상력의 제한을 부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역사를 국정교과서로 가르치는 나라는 북한과 러시아, 베트남 정도밖에 없다"며 "베트남은 국정교과서를 검ㆍ인정 교과서로 바꾼 한국의 사례를 배우려 하는데 정작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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