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의자 놀이’…“이제 ‘내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
끝나지 않은 ‘의자 놀이’…“이제 ‘내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
  • 김은영 기자
  • 승인 2015.09.11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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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단식농성’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또 다시 곡기를 끊어야 했다. 10일이 훌쩍 지났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47). 지난 8월 31일 다시 회사 공장 정문 앞에서 선 그가 선택할 수 밖 없었던 것은 ‘단식’. 쌍용차 파업 이후 3번째다.
생존과 생계, 죽음과 절망의 경계를 오가다 생계를 위해 생존의 벼랑에 다시 선 사람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절망의 의자 놀이’는 6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단식농성중인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또 다시 이 한 목숨 거는 것뿐”

칠흑 같은 낮과 밤. 전기 끊긴 공장에서 눅눅한 한 여름의 습기와 더위, 그리고 한 가족 같던 직장 동료와 대치하며 보낸 77일, 인간이 아닌 곤충이 되어 배와 가슴으로 거리를 기어가며 투쟁했던 오체투지와 삼보일배. 70m 눈보라 치는 상공에 올라가 버틴 101일의 고공 굴뚝 투쟁까지.

지난 1월 쌍용차의 대주주 마힌드라 그룹 아난드 회장이 신차 티볼리 발표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티볼리가 선전하고, 쌍용차가 흑자로 돌아서면 순차적으로 필요에 따라 인력을 충원할 것이고, 그 인력은 2009년 실직자 중에 뽑게 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노조측과 쌍용차 유가족들은 사측의 긍정적인 시그널에 희망을 가지고 8개월간 긴 기다림을 가졌다. 하지만 9일 현재까지 24차례 실무진 협의 및 5차례의 대표 만남이 있었지만 양측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호 만족할만한 협의안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노조 측의 주장은 4대 의제 관철. 해고자 복직과 47억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쌍용차 정상화, 유가족 지원대책 등이다. 이 중 핵심 의제는 해고노동자 187명의 낙오자 없는 복직 문제이다.

 

 

-지난 1월 대주주 마힌드라 그룹 아난드 회장의 기자 회견 이후 노노사 협의가 급물살을 탔다. 최종식 사장을 대표로 한 한국 사측과 협의가 지지부진 하다면 인도 본사와 협의를 할 수는 없는 건가. 인도원정 투쟁의 구체적인 계획은 있는 것인지.

▲협의가 앞으로 계속 파행과 결렬이 지속된다면, 인도 본사와의 협의를 위해 인도 원정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23일 지부 회의를 통해 ‘인도 원정행’이 가결되었다. 현지 인도 시민 사회와 인도 노총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있다. 더 구체적인 실행안은 교섭 결과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해당 협의가 파행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우리는 사측의 진정성에 호소하고 있으며 진정성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한국 사측의 대화와 협상에 임할 것이다.

 

 

-현재 쌍용차의 지분은 75.14%가 외국 지분이다. 한국 사측의 협상 주도권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는가.

▲현재 인도 마힌드라 회장이 교섭 협의 내용을 일괄 보고 받고 있고 한국 사측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종식 사장의 결단이 곧 아난드 회장의 결단이라고 보고 있다. 일임했다고 본다. 즉 현재 협의안 타결은 최종식 사장 및 한국 사측의 결단이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다. 특히 절차상의 문제가 있겠지만 손배가압류는 사측의 과감한 철회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난드 회장이 말한 복직 해결 문제는 ‘쌍용차가 흑자로 돌아서고, 티볼리가 선전하면’ 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치가 ‘흑자’나 ‘선전’의 기준이 되는 지 알고 있는가.

▲기자회견을 통해 언급한 부분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아난드 회장이 약속한 부분이고 현재 티볼리의 판매 호조로 공장 가동률 등을 생각했을 때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이 회사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회사 사정이 정말 어렵다면 단계적 복직을 수용할 수도 있지만 언제까지 복직할 수 있다는 기한 명시를 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하지만 사측에서는 이를 수용해주지 않고 있다.

 

 

현재 쌍용차는 소형 SUV 티볼리 판매 호조로 8월 현재 총 1만771대를 팔아 판매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45.7% 급증했다. SK 증권은 지난 8월 쌍용차 관련 국내 외 우려 요인들에도 불구 티볼리의 내수 시장 판매 호조에 따른 판매 실적 개선으로 인해 2016년부터 흑자 전환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도 지난 7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티볼리 17만대 이상의 판매 목표로 삼고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9일 현재 단식 10일째다. 몸 상태는 어떤가.

▲지금은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지금 내 몸 상태보다 빨리 교섭을 진행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서인지 몸이 힘든 것은 참을 수 있는 것 같다.

 

<사진=민주노총>

 

-지난 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범대위와 함께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후 진전이 있었는지.

▲실무진 협의가 오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진전 상황이 없다. 다행인 것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19일까지 협상의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부득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파행된다면 범국민적인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그간 7년여 동안, 또 협상이 시작된 지난 1월 이후 8개월 동안 우리를 지켜보는 국민들과 시민단체, 각기 각계 대표들이 있다.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으로 재조명이 되도록 이슈화할 생각이다. 실행 방법은 논의 중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사측과의 ‘대화’다.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언제든지 대화와 협상의 문을 열어 두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사측의 일방적인 2646명의 정리해고자 발표가 있었다. 당시 대상이었던 이들 중 현재 몇 명이 회사로 돌아갔고 복직이 필요한 해고노동자는 지금 현재 몇 명인가.

▲사측의 입장은 “‘정리 해고자’는 없다”였다. 당시 정리해고자를 희망퇴직자와 분사자, 무급 휴직자로 분류해버렸다. 2646명 중 1666명이 강제적 ‘희망’ 퇴직자가 되어 회사를 떠났다. 무급 휴직자로 분류된 486명과 징계를 받은 이들은 회사로 돌아갔다. 대략 600명 안으로 보고 있다. 현재 187명의 복직을 희망하는 해고노동자들이 남아있다. 이 187명이라는 숫자 안에는 사망한 이와 정년 퇴임자도 포함되어 있다. 복직희망을 위해 재판을 건 이들은 153명이다. 하지만 이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우리는 낙오 없는 모든 이들의 ‘복직’이 필요하다. ‘우리들’을 다 수용하겠다고 밝히면 이 숫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셈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쌍용차의 임금협상이 무분규로 무사히 끝났다고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사측 왈(曰) 임금협상이 정치적인 투쟁만 일삼는 금속노조와는 관련이 없어서 무난하게 잘 끝났다고 보도 되었는데 기업 노조와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별개인 것인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기업 노조 활동이 원만하게 잘 타결되도록 우리는 그동안 참고 또 참고, 기다렸다. 임금협상 기간 동안 우리들 문제까지 같이 협상하려면 힘들 것 같아 우리는 뒤로 물러서 있었다. 그래서 협상이 타결되고 난 후 8월 휴가기간이 끝나고 이제 조속히 협상하자고 이렇게 다시 모인 것이다. 우리를 이분화 하고 이질화 시켜서 분리하고자 하는 매체들의 악의적인 보도일 것이다. 기업이 정상화되고 모든 노조원들이 성실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정상적인 일터를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희망이다. 그 모든 활동에는 지금 쌍용차에 다니고 있는 동료들, 형제들이 다 포함되어 있다.

 

 

-6년이 넘는 시간인데 그동안 생계가 어려웠을 것 같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들인데 어떻게 생활해 왔는지.

▲다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다 보냈다. 31명의 간부들을 제외하고 모두 여기 저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흩어져 일하고 있다. 평택은 곧 쌍용차다. 삼촌, 조카, 친척들이 연계되어 있는 ‘한마을’이다. 그런데 평택에서는 ‘낙인’이 찍혀 제대로 된 일자리는 구할 수 없다. 쌍용차 해고자 경력 때문에 정규직은 꿈도 못 꾸고 비정규직과 일용직을 전전하며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협상 결과를 궁금해 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101일간 굴뚝 투쟁을 해온 이창근 쌍용차지부 정책 실장과 89일을 버틴 김정욱 사무국장이 있다. 복직을 위해 그렇게 힘든 기간을 굴뚝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 아닌가.

▲ 매서운 한파를 그 굴뚝 위에서 보낸 사람들이다. 굴뚝 투쟁 할 당시에는 모두들 너무 힘들고 지쳐 있는 상태였을 때였다.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도 있었겠지만 벼랑 끝에 선 ‘분노’가 그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극한에 몰리면 모든 것을 놓고 싶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오랜 투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의 상처가 깊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이제 곧 지도부 임기가 끝이 난다. 이후 계획이 있는지.

▲어려운 문제다. 이달 안에 새 지도부가 들어서야 한다. 교섭이 원만하게 진행이 안 되고 파행되거나 결렬되면 나로서도 아무런 역할을 할 수가 없어져 버린다.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어 일을 맡아가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빨리 지속적으로 노노사 교섭을 이끌어 가야 한다. 기간을 정해놓고 물러서지 않고 지금으로서는 임기와는 무관하게 강력하게 추진하려고 한다.

 

 

“노예로 있는 모든 이들은 영원히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 그리고 허용된 모든 경우에서의 적합한 임금을 벌기 위하여 충실히 노동할 것을 권유한다.”

지금으로부터 152년 전 1863년 1월 1일, 미국 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은 ‘노예해방선언’을 공표한다. 피부색과 출신 지역에 의해 인간이 아닌 인간의 소유물이 되어야 했던 19세기의 노예들. 그들은 피부색이 다른 인간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부품처럼 다루어졌다 인간으로 존중 받게 되었다.

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인간이다. 정당한 임금과 정당한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돌아가고 싶다. ‘내 공장, 내 자리로’. 그래서 오늘도 곡기를 끊고, 70미터 상공에 올라가 겨울을 나고, 길거리에서 자고, 몸으로 바닥을 긴다. 그렇게 인간의 존엄성을 시험 당하면서도 자기 자리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에게 ‘복귀선언’을 해줄 ‘링컨’을 간절히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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