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강행’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지난 8월 28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가 조건부 승인됐다. 2012년 1차, 2013년 2차 신청 부결에도 불구하고 3차 신청이 통과됐다. 환경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산양을 비롯해 멸종 위기종 10종이 살고 있는 서식지를 지나는 케이블카가 환경 파괴는 물론 경관도 해친다는 주장이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사업은 오색리 마을부터 끝청봉 하단까지 3.5km구간에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460억 원. 2017년 10월 완공한 후 2018년 1월까지 시운전을 거쳐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시기인 2018년 2월부터 상업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케이블카 설치 예정 지역이 산양 서식지를 지난다는 것. 이외에도 멸종 위기종들이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상부 종점인 끝청봉 하단은 200년이 넘은 나무가 우거진 숲이다.

지난 1차 신청은 대청봉과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2차는 산양들의 최대 서식지라는 이유로 부결됐다. 3차 신청지역 역시 산양서식지를 지나가고 있지만 올해는 통과가 된 것이다.

지난 9일 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범대위와 한국환경회의는 이번 승인에 대해 내용 및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환경위는 성명을 통해 “과반수 이상 정부관계자들이 참여한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표결을 거쳐 승인 결정했다”며 “자연환경 보전 방안 등을 충분히 강구하여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강원도의 숙원사업이었던 설악산 케이블카가 통과되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주민들도 많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로 얻는 경제 효과를 약 1520억 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조사와 달리 경제적 효과도 크게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싸움을 15년째 해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이다. 박 대표는 케이블카 설치 신청이 들어갈 때마다 설악산을 위로하기 위해 오체투지를 감행했다. 이번 승인이 난 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업 무효를 주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설악산에 깃들어 살며, 설악산을 보호해왔고, 앞으로도 끝까지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다는 그를 만나보았다.

 

▲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가 승인된 이후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던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곳의 경관은 어떤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구경할 만큼 뛰어난 곳인가?

▲ 오색리 마을부터 끝청봉 하단 3.5km구간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 이곳은 경관이 좋지 않다. 끝청봉 아래까지만 가고 등산로와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이 들어가 있다. 이것이 지켜진다면 설악산에서 진짜 보아야할 풍경은 케이블카에서 하나도 볼 수 없다.

 

- 지자체에서 경관도 좋지 않은 곳에 케이블카 설치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 일단 해놓고 보자는 거다. 시작만하면 대청봉까지 길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등산은 정상등정 위주의 문화이다. 산에 올라가면 정상에 꼭 가야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케이블카 상부 종점에서 바라보면 대청봉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상까지 연결시켜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다. 그것을 핑계로 정상까지 이어져야한다며 길을 열 것이다. 설악산뿐만 아니라 이미 덕유산과 얼음골 가지산에서도 등산로가 연계된 전례가 있다.

 

- 설악산 케이블카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 설악산 케이블카의 가장 큰 문제는 전국적으로 설치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가 놓여지면 우리나라 국립공원에 전부 케이블카가 들어갈 것이다. 이미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지자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설악산은 케이블카가 생기기에 가장 까다로운 조건을 갖고 있다. 천연보호구역을 비롯해 5가지 보호 장치에 의해서 보존이 돼왔던 것인데. 이곳에 케이블카가 들어오게 되면 다른 곳들은 볼 것도 없다. 온 나라가 케이블카로 덮이게 될 거다. 설악산만 4군데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강원도 전체에는 3차 승인되기 전에도 9군데에서 케이블카가 진행되던 상황이다.

 

▲ 4번 지주 예정지에서 바라본 케이블카 예정노선 끝봉우리 아래 상부종점.
▲ 끝청봉에서 바라본 예정노선과 오색마을
▲ 상부종점예정지
▲ 5번 지주 예정지

 

 

- 케이블카 설치 자체를 반대하는 이유는.

▲ 환경파괴, 산양들의 서식지 파괴 등의 이유가 있다. 이런 모든 것을 떠나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다.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경관을 보기위해서 오는 것이다. 그런데 케이블카 설치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으로도 보완할 수가 없다. 하부 종점 가이드타워 2개, 중간지주 6개, 상부 가이드 타워 1개로 지주가 총 9개 세워지는데 그 중 가장 높은 것은 57m이다. 대청봉에서 뻔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그런 지주를 세우고 8인승 곤돌라 33개가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경관훼손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 같다.

▲ 산양들은 그곳에서 살 수 없다. 해당 산양 서식지에 멸종 위기종이 10종이 살고 있다. 케이블카가 그것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주를 세우는데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곤돌라가 돌아가면서 소음과 진동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그것을 통해서 산양과 나머지 야생동물들이 서식처를 떠날 것이다. 또 상부 종점에 건물, 산책로 등을 위해 나무들을 자르게 되면 숲이 다 망가진다. 상부 종점 일대의 숲은 200년 이상 된 숲이다. 천연보호구역, 국립공원 자연 보존 지역 등 5개 분야의 보존 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곳에 어떻게 케이블카를 놓을 수 있는가.

 

- 케이블카 설치 승인이 나면서 보존 지역이 해제된 것인가?

▲ 그 사람들도 보존 지역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훼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친환경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 케이블카라는 것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케이블카가 설치되려면 토목 공사가 이뤄지고 모두 파괴된다.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

 

- 상부 종점 지역에 호텔이 들어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전경련에서 지난 5월에 심포지엄을 열었다. 당시 발표한 사항에 따르면 설악산의 경우 케이블카를 놓은 후 정상부에 200명 수용 규모 이상의 4성급 호텔이 들어간다. 레스토랑은 따로 짓는다. 산악자전거 코스, 산악오토바이 코스 등 온갖 시설이 다 들어간다. 설악산을 유원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벤치마킹한 곳이 체르마트라는 곳인데. 그곳은 마테호른이라는 유명한 봉우리가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마을이다. 그곳은 케이블카가 정상을 향해 올라가지 않는다. 주변 지역을 돌면서 풍경을 볼 수 있는 시설로의 케이블카이다. 정상에 놓인 케이블카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상 쪽으로 케이블카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 4번지주 부근 산양쉼터와 무인카메라
▲ 무인카메라에 찍힌 산양, 4번지주 부근.
▲ 상부종점 예정지의 신갈나무, 이곳은 200년이 넘는 오래된 숲.
▲ 5번 지주 예정지에서 찍힌 산양

 

 

- 정상을 향해 가는 것과 주변을 돌며 가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 주변을 돌아가는 케이블카는 이미 도로가 나있는 곳에 설치된다. 보존 지역이 아니다. 도로를 따라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케이블카가 아니더라도 트램, 전기자동차, 전기버스를 통해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하부 종점인 오색마을에서 백담사에 가려면 한 번에 가는 차편이 없다. 버스를 갈아타거나 택시를 타면 4만5000원이 나온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설악산을 순환하는 다른 교통수단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관광객들이 오색마을에서 자고 백담사를 다녀올 수도 있고, 백담사에서 자고 속초나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어 지역에 머물게 된다. 그런 것들은 전혀 없이 케이블카를 끝청봉으로 올린다고 하면 케이블카를 이용한 후 오색마을에 머물 사람이 누가 있는가. 20~30분이면 속초나 강릉처럼 큰 도시로 빠져나갈 수 있고, 바닷가로 갈 수 있는데 그 산골에서 누가 머물겠는가.

 

-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 지역경제 활성화 문제가 화두가 되기도 했다. 경제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것인가?

▲ 1차, 2차 신청에서도 하부 종점은 오색마을이었다. 당시 조사에서도 경제성이 없었다. 이번에도 똑같은 하부 종점에서 출발해 대청봉 주변에 비슷한 곳에 상부 종점이 생기는 상황이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경제성이 있다고 부풀려 진 것이다. 케이블카는 사람이 이미 많이 오는 곳에 놓으면 장사가 된다. 하지만 케이블카를 놓아서 사람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 통영의 케이블카가 그나마 장사가 잘 되고 있다고들 하지만 그곳도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통영은 사람이 케이블카 설치 전에도 많이 오는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사가 됐던 것이다. 하지만 한 번 타본 사람들이 2~3번씩 타러가지 않는다. 점차 사람이 줄어드니까 주변을 계속 개발하게 된다.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면 난개발이 이뤄지게 되고 악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오색은 하산객을 포함해서 1년에 50만명 정도의 사람이 온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을 60만명으로 잡고 있다. 가능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4대강 사업과도 많이 비교했다.

▲ 난개발이 닮았다. 자연을 파괴하며 돈벌이 하는 난개발, 4대강 사업을 통해 전국의 강들이 망가지고 있다. 케이블카도 설악산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설악산의 빗장이 열림으로써 전국에 케이블카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너도나도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이야기한다. 시작이 되면 막을 수 없다. 환경부에서 설악산과 지리산을 시범사업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승인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리산에 놓일 것이다. 지리산은 지자체 4곳이 겹쳐 있다. 그 중 1군데만 놓는다고 하겠는가. 4군데서 다 놓겠다고 할 것이다. 이외에도 속리산, 치악산, 계룡산 등 국립공원만 5~6군데가 놓겠다고 나서고 있다. 다른 곳은 어떻겠는가.

 

- 2012년 1차, 2013년 2차에서는 케이블카 설치가 부결됐다.

▲ 1차 때는 대청봉과 너무 가깝다고 해서 부결됐고, 2차 때는 산양들의 최대 서식지라는 이유로 부결됐다.

 

- 그렇다면 이번 3차 신청의 통과 이유는 무엇인가? 산양 서식지는 그대로 지나가고 있는데.

▲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환경부가 케이블카를 놓아주도록 컨설팅을 했다. 관련 부서에서 모여 비밀회의를 거쳤다. 양양군 케이블카 단장까지 참석하는 회의를 계속 진행하며 일정을 짰다. 그 일정에 따라서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감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설악산이 박근혜 대통령의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말 한마디에 모든 생태계의 보호 장치가 무너져버리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연은 우리만 혜택을 입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되돌려 줘야한다. 그것을 그렇게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 예정 노선에 찍힌 담비 발자국
▲ 5번 지주 예정지의 하늘다람쥐 똥

 

 

- 강원도 3대 현안 중 하나가 케이블카 설치였다. 꽤 오래 이어진 사안인데.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 지역 주민들 가운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양양에서는 그런 목소리를 내면 지역에서 매장되는 분위기다.

 

-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인 것 같다.

▲ 찬성하는 입장이 더 많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말을 할 수 없다. 찬성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1명이라도 더 온다는 것이다. 깊이 있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양양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정말 찾아야할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있다. 아마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몇 년이 지나면 가슴을 치고 통탄할 것이다.

 

- 설악산에서 환경보호 활동을 오랜 기간 했다고 들었다.

▲ 여기 온지 벌써 22년이 됐다. 사회가 막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때다. 당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와 환경단체와 설악녹색연합을 창립했다. 설악산 국립공원의 환경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젊어서부터 설악산을 좋아했다. 설악산을 꾸준히 다녔고, 그래서 설악산을 선택했다. 환경의 눈으로 들여다봤을 때 설악산이 엄청난 상처와 아픔이 있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 케이블카 반대 운동은 언제부터 하게 됐나?

▲ 15년 정도 됐다. 설악산을 보호하고, 설악산의 아름다움이 늘 지켜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양양 케이블카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문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다. 언론이나 SNS를 통한 홍보활동, 일반 시민들과의 대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반대 운동을 펼쳐 왔다. 3차 신청이 승인 났지만 법적대응을 할 것이다. 승인 과정이나 내용의 조작과 모략에 대응할 것이다. 끝까지 싸워서 케이블카가 취소되게 만들겠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각오 한마디를 해준다면.

▲ 끝까지 싸워서 막아내겠다. 그것이 우리가 부끄럽지 않은 조상이 되는 길이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온전한 모습을 되돌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그 일을 멈추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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