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논란’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실장-1회

 

지난 9월 23일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가 발표됐다. 이목을 끌었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고시에 따르면 중․고등학교의 역사 교과서가 현 정부에 의해 국정화 되더라도 학년별 시행규정에 따라 2018년 이후에야 가능하다. 애초 2017년 적용 예정이라고 밝힌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발언은 지켜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과정을 ‘수정 고시’하는 방법이 남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국정 교과서 반대 물결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2000명이 넘는 현역 역사교사와 서울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34인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또한 부산대, 연세대 등 각 대학 역사학과 교수들의 반대 성명도 이어졌으며, 전국 각계의 단체 및 정당들도 반대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실장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일관성 없는 입장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교학사 교과서 채택 당시 ‘역사관의 다양성 확보’를 내세웠던 황 장관은 하나의 역사관을 교육하는 국정 교과서 정책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황 장관을 비롯한 여당과 보수단체의 “하나의 통일된 역사를 교육함으로써 국민 사이의 혼란을 없앨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검정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쳐서 역사에 혼란이 생겼다는 얘기는 나온 적이 없다”며 “특정 정권이나 특정 이념에 사로잡힌 이들이 문제 삼고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정 교과서의 최대 논란은 ‘역사왜곡’이다. 지난 2013년 교과서 검정 심의를 통과한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경우 일제 강점기의 긍정적 해석과 친일 및 독재의 미화로 논란이 일었다. 이외에도 1500군데 이상의 오류가 나타나 심의기준에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교학사 교과서는 거의 0%에 가까운 채택률을 보이며 현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지난 2일에는 교육부의 긴급 브리핑이 이목을 끌었다. 고교 한국사교과서 집필진이 수정명령 취소소송 판결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것과 관련 “사회적 논란을 지속하기 위한 처사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사교과서 수정 논란은 교학사 교과서 논란에서 시작됐다. 당시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 외에도 좌편향 논란에 휩싸인 교과서 7종을 함께 수정토록 명령했다. 이에 좌편향 논란 교과서의 집필진 12명은 수정명령 취소 소송을 냈다. 교육부가 적법적인 절차 없이 특정사관의 반영을 강요하는 수준으로 수정을 명령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1심)과 서울고등법원(2심)은 교육부의 명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했고, 소송을 냈던 집필진 12명은 지난 1일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교육부의 긴급 브리핑에 대해 곧 있을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발행체제 발표를 앞두고 국정화를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부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국정 교과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정교과서 논란, 친일 문제 등에 관해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인터뷰 전문이다.

 

 

- 후반기 국정감사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국정 교과서 논란이 꼽히고 있다. 여야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 현재 야당은 명백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문제는 힘 있는 여당인데 여당 내에서도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이견이 있거나 썩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여론 조사에서도 전국 중·고교 사회과 교원 2만4195명 가운데 응답자 1만543명 중 77.7%인 총 8188명이 ‘반대’라고 이미 답했다. 답은 나와 있다. 교수들 또한 국정화 반대 선언을 대학별로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의지 때문에 밀어붙이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들린다. 권력층의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문제이다.

 

 

-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

▲ 이미 한나라당과 그 후신인 새누리당 그리고 뉴라이트 등 일련의 보수 세력들은 자신들이 구상하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 내용을 여러 번 밝혔다. 2008년 3월에 나온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의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나 2013년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의 경우 일제 강점기를 근대화가 진행된 시기로, 친일파와 독재자를 근대화의 선각자나 민족지사로 미화하거나 자유민주주의자로 서술하는 등 인식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교학사 교과서의 경우 평균 한 페이지에 5개 이상의 오류가 나오는 자격 미달을 보였다. 그런데 집권 여당은 현행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느닷없이 좌경화된 교과서라고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좌익과의 역사 전쟁을 선포하며 이 교과서들을 정권이 나서서 옹호했다. 그러나 교학사 교과서가 전국 고등학교에서 단 한 학교만 채택됨으로써 사실상 폐기 처분되자 2014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교과서 발행체제에 대한 재검토 지시가 내려지고 이로써 국정화로 전환한 것이다. 학계나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로부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엉터리 한국사 교과서가 퇴출되자 공권력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국정화’의 본질이다.

 

 

- 정부가 국정화 교과서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교과서 기술 원칙이나 서술 내용에 대한 문제도 크지만 이보다 더 근본 문제가 있다.

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애초부터 그 동기가 불순하다. 검인정이냐 국정화냐 하는 교과제도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 인식을 어떻게 공교육의 현장에 효과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데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교육적 입장과는 무관한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문제의 본질이다. 교과서의 국정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에 입맛에 따라 고쳐질 수밖에 없기에 교과서 국정화는 교과서 사유화에 다름 아니다.

 

 

- 국정화 추진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국정화 지지 교사의 이름이 도용된 사례가 있었는데.

▲ 숫자 자체가 부풀어졌다. 1000명 선언이라고 했는데 실제 인원은 660명이다. 그나마 퇴직 교원 210명을 제외하면 현직 교원은 450명이다. 한 언론의 조사에 따르면 20여개 학교의 50여명 교원을 무작위로 확인한 결과 7개 학교 10여명은 해당 학교에 근무하지 않았다. 어떤 교사는 국정화를 반대하는데 오히려 자신의 이름이 국정화 지지 서명에 도용됐다고 밝혔다. 경기도 ㄱ중학교의 경우 63명이 근무하는데 99명의 교원이 선언에 참여했다고 나온다. 마치 이승만 시대 부정선거 개표를 보는듯한 느낌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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