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행 방침, 대학교수들 집필 보이콧 등 전방위로 번지는 반대 불길

 

지난 12일 정부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공식 발표했다. 이념적 편향을 없애겠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의 역사 교과서가 국정화 될 예정이다. 하지만 절차상의 문제, 우편향 우려 등으로 야당과 여론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국정 교과서의 명칭을 ‘올바른 역사 교과서’로 결정했다며, 전문가로 구성된 집필진과 심의위원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균형 있게 서술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힘을 실어주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방문 출국을 앞두고 “역사교육은 결코 정쟁이나 이념 대립에 의해서 국민들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현행 교과서의 좌편향 사례를 언급하며 “검인정 체제 하의 교과서는 좌편향으로 기술돼있어 친북 사상을 퍼뜨리는 숙주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고 국민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갈등과 국민 여론의 반발은 국정화 확정 전부터 계속돼왔다. 2000명이 넘는 현역 역사교사와 서울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34인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또한 부산대, 연세대 등 각 대학 역사학과 교수들의 반대 성명도 이어졌으며, 전국 각계의 단체 및 정당, 시민들까지 반대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정화 확정 후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연세대 사학과 교수 전원은 13일 "제의가 오리라 생각지도 않지만, 향후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 보이콧을 선언했다.

연대 사학과 교수 13명 전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처신을 절대 하지 않겠다"며 "국정화 강행은 학문과 교육이라는 안목이 아니라 오로지 정치적 계산만 앞세운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40년 전 유신 정권이 단행한 교과서 국정화의 묵은 기억이 재현되는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모두 집필을 외면하면 교육 현장에 피해가 생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의 한국사회는 40년 전과 전혀 다른 상황"이라며 "일선 학교의 많은 교사는 비뚤어진 역사 해석을 바로잡아 가르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은 12일 미신고 집회와 해산명령 불응의 혐의로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15명을 연행했다. 연행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13일에는 야당들이 연대해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시작과 동시에 근처의 보수단체 회원들과 충돌이 일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야권 세력이 힘을 합쳐 박근혜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는 "13일 심상정 대표, 천정배 의원과 함께 야권이 정파를 떠나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채택율 제로(0)의 교학사를 국정교과서로 돌린다고 성공할 수 없다"며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역사학자는 없다. 설령 어용학자를 동원해서 만든다고 해도 정권이 바뀌면 사라질 1년짜리다. 1년짜리 교과서를 위해 이념을 분리하는 참으로 나쁜 정권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여당의 '자학 사관' 극복 주장과 관련해선 "우리 근현대사가 친일 세력과 독재 세력에겐 자학의 역사로 보이겠지만 국민들에겐 조국의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고 쟁취한 승리의 역사였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친일 역사관, 독재자 역사가 올바르다고 가르칠 수 없다. 친일과 독재가 올바른 역사일 수 없다"고 했다.

14일은 일본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1200차를 맞이한 날. 문 대표는 "정부가 추진한 교학사 교과서는 위안부 사진을 놓고 위안부가 따라다닌 경우라고 아베와 같은 시각으로 역사를 왜곡 기술했다"며 "오늘 할머니들의 분노는 아베와 박근혜 대통령을 동시에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장관의 일관성 없는 입장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교학사 교과서 채택 당시 ‘역사관의 다양성 확보’를 내세웠던 황 장관은 하나의 역사관을 교육하는 국정 교과서 정책을 확정했다.

황 장관을 비롯한 여당과 보수단체의 “하나의 통일된 역사를 교육함으로써 국민 사이의 혼란을 없앨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일각에서는 “검정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쳐서 역사에 혼란이 생겼다는 얘기는 나온 적이 없다”며 “특정 정권이나 특정 이념에 사로잡힌 이들이 문제 삼고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정교과서의 최대 논란은 ‘역사왜곡’이다. 지난 2013년 교과서 검정 심의를 통과한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경우 일제 강점기의 긍정적 해석과 친일 및 독재의 미화로 논란이 일었다. 이외에도 1500군데 이상의 오류가 나타나 심의기준에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교학사 교과서는 거의 0%에 가까운 채택률을 보이며 현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한편 일부 시도교육감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인정도서’를 만들어 역사교과서 보충교재로 쓸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14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정화가 오히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지 않을까라는 염려도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정고시한 것에 의하면 2018년에 새 교과서를 적용하게 되어 있는데 왜 그것보다 1년 먼저 당겨서 2017년에 내놓겠다고 하는가"라고 말했다.

장 교육감은 "지금 정부에서 하고 있는 그 국정화, 이것이 오히려 정치적 편향이나 정권에 입맛에 맞는 역사의 왜곡으로 갈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과거에 다 경험했지 않았나? 유신독재 시절의 교과서나, 2년 전에 특정 출판사(교학사)의 교과서를 보고 온 국민이 참 분노하고 이럴 수 있느냐, 그런 예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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