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국회 손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에 대한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여야 정치권의 ‘역사 전쟁’ 전선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교과서 이외에 학생들의 자습서와 교사용 지도서에도 문제가 있다며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교과서 문제를 ‘친일 청산’과 연결시키며 진보정당․시민사회단체와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등 전선을 확대시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통합’은 이미 먼 곳으로 떠나버린 상황이다. 분열 양상만 커지고 있는 역사교과서 문제를 살펴봤다.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벌집을 쑤셔놓은 듯 상처만 남은 곳에선 연기만 가득 피어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역사교과서도 문제인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일선 수업에 사용되는 자습서와 교사용 지도서 내용”이라며 “주체사상을 옹호하는 표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학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이 먹는 식사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아이들의 지식과 가치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교과서 문제를 역사 교육 관련 교재 전반으로 확대하면서 무상급식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김정훈 정책위 의장은 야당이 국정교과서에 대해 ‘유신교과서’라고 비판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것을 두고 “국민의 의식수준을 무시하는 것에서 나온 ‘정치적 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교과서 문제를 친일 청산과 연계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문 대표는 “정부가 추진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는 위안부 사진을 두고 ‘일본군을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아베 정권과 같은 시각으로 왜곡 기술했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개최된 1200차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도 참석하는 등 사흘 연속 장외 투쟁에 나섰다.
 

개혁 과제 ‘올 스톱’

새정치연합은 정의당,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의 연석회의 구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시민사회까지 포함한 당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실무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난데 없이 불거진 역사전쟁으로 정치권은 ‘블랙홀’에 빠졌다. 박근혜 부 하반기 핵심 국정과제였던 노동시장 개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도 국정화 논란에 휩쓸려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정기국회 안건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예정됐던 여야 원내지도부 모임도 전격 취소됐다. 양당 관계자는 “여야가 교과서 문제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자리를 잡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결론을 내려 오늘 아침에 취소했다”고 밝혔다. 여야 경색국면을 해소할 창구마저 막히면서 대정부질문 이후 국회 공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새누리당은 현안 처리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야당을 압박했다. 정쟁 유발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제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휘청이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부했듯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과 경제활성화 등 매우 중요한 내용은 반드시 해내야 한다”며 “각 상임위별로 야당과 긴밀한 접촉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당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노동개혁 5대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상임위에 상정조차 못한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은 국정화 시도 철회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여당과 맞섰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제라도 대통령은 청와대 밀실에서 역사 쿠데타를 일으키는 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민생의 광장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 가운데 국정화 전환에 따른 예산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교육부는 국정화에 따른 예산으로 44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다.

새정치연합은 국정화 관련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관련 예산 중 중․고교 역사교과서 개발 인건비로만 17억여원이 책정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야당이 반대하면 기재부의 예비비에서 충당해 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학자들의 집필 참여 불참 선언이 확산되는 가운데 역사까지 정쟁의 화두로 만들어놓은 정부에 비판의 화살이 거세지고 있다. ‘통제’에 대한 무리한 욕구는 결국 ‘화’만 부를 수 밖에 없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는 결코 일방통행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재 권력이 개입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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