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독재의 후예” VS “북 주장과 일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야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연일 ‘감정 싸움’에 가까울 만큼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서 정작 현행 역사 교과서의 문제는 무엇인지, 해법은 꼭 국정화여야 하는지 등 핵심 쟁점들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예산으로 예비비 지출을 의결했다. 사진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년 총선을 의식한 이념 공방을 접고 여론이 이 문제를 차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논의의 장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는 이유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 교육위원회의 지난 15일 대변인 담화를 언급하면서 “최근 야권이 역사 교과서에 대해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북한 교육위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과거를 미화하려는 역사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원 원내대표의 발언은 야권의 비판과 북한 교육위 대변인 담화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색깔론에 가깝다는 비아냥을 샀다.
 

‘누구를 위한 국정화’

새정치민주연합도 문재인 대표가 직접 나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배경에 대해 직접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하며 “선친이 친일·독재에 책임 있는 분들이다 보니 그 후예들이 친일과 독재 역사를 미화하려는 게 이번 교과서 사태의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국사학자의 90%가 좌파다”, “역사학도가 거리에서 시위하느라 학업못했다”, “국정화는 전국민의 미개화와 극우화” 등 강도 높은 설전이 정부와 정치권에 난무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권 내에서도 최근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국정화에 앞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이미 여야는 정부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예산으로 예비비 지출을 의결한 사실을 놓고 또다시 격하게 충돌했다.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주 국회 교문위에서 예비비를 할지, 본예산을 할지 결정된 게 없다고 ‘위증’을 한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예산국회 ‘보이콧’을 시사했다.

이에 반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7년까지 교과서를 보급하려면 지금 착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이 없을뿐더러 철회할 생각도 없다”고 맞받았다.

역사는 하루 아침에 쓰여지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누구를 위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인가를 생각하면 답은 나온다”며 “역사학자들이 대거 빠진 교과서의 후유증은 21세기 대한민국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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