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게 이는 역사교과서 강행 후폭풍

 

정치권이 ‘불통 정국’ 속에서 여정을 멈췄다.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의 여파로 국회의 모든 활동이 당분간 정지상태에 놓을 전망이다.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한 달 남겨둔 내년도 예산안은 물론 각종 법안 처리는 올스톱 됐고, 선거구 획정 논의도 진전이 없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심이 천심”이라며 “자신들만 올바르다고 생각하면 정치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일침을 날렸다. 당분간 시계 제로 상태인 정국을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묻지마식’ 정국 운영이 정치권을 대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농성하며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당초 열리기로 했던 국회 본회의에 이어 이날 여야가 개최키로 한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 ‘2+2’ 회동,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역시 무산됐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국회에서 대국민담화를 내고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정부·여당은 확정고시만 하면 끝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절대 아니다”며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반대의 뜻을 밝혔다. 역사 국정교과서 금지법 제정과 헌법소원 등 법적․제도적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사도 감추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모든 정당과 사회단체 연석회의를 하고 국정화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기구도 출범시킬 예정이다. 1987년 6월 항쟁 때 야당이 재야․시민사회와 연대를 통해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한 것을 모델로 삼아 현 정부에 맞서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공동투쟁기구는 YMCA와 흥사단 등 중도 성향의 시민단체가 주축이 되도록 한다는 게 새정치연합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비롯해 비주류 일각에서 국회 보이콧 등 전면적인 투쟁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강경 대응을 둘러싼 당내 갈등도 표면화되는 양상이다.
 

‘공동투쟁기구’ 출범

새누리당은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민생 프레임’으로 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했다.

김무성 대표는 “교과서 집필이 정부에 맡겨진 만큼 더 이상 정치 쟁점화 돼선 안 된다”며 “국회의원의 직장은 국회인데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무단결근을 계속할 경우 고용주인 국민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새누리당 소속인 김재경 예결위원장은 “5일부터는 여당 단독으로라도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청와대도 현재의 대치정국을 ‘민생’ 화두로 정면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후반기를 맞은 박근혜 정부로서는 정기국회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016년도 예산안 처리와 노사정 합의에 따른 노동관계법 및 경제활성화법 처리, 한․중 비준안 처리 등 시급한 사인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는 야당을 압박하면서 경제 현안을 시급하게 처리하기 위해 대국민 설득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장관회의와 국무회의를 통해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 처리되고 노동 및 경제법안 역시 정기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각종 규제 철폐, 4대 부문 개혁 드라이브 등 경제․민생과 관련한 행보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 확정 고시가 이뤄진 만큼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 등 관련 부처가 책임지고 객관적인 집필기준을 마련한 뒤 다양한 집필진을 구성해 만들어가면 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청와대는 “교과서 국정화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조 하에 야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에 대해선 경제 활성화와 민생 문제 해결이라는 프레임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제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드는 일에 국민의 지혜와 힘을 모으고, 지금은 가뭄극복 대책과 민생,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독불장군식 정국 운영은 양쪽 모두에 상처를 남길 수 밖에 없다”면서 “결국 최종적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국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대결정국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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