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가까운 노동자 일자리 잃은 지 8개월, 메아리조차 없는 외침이여!
300명 가까운 노동자 일자리 잃은 지 8개월, 메아리조차 없는 외침이여!
  • 최근원 기자
  • 승인 2015.11.1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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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해직자들의 외로운 싸움’ 금속노조 하이디스지부 김홍일 사무장-1

 

올해 3월 하이디스의 노동자 79명이 정리해고 당했다. 다른 200명이 넘는 노동자는 희망퇴직을 받아들였다. 결국 300명에 가까운 인원이 한순간 일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없다. 쌀쌀해진 날씨, 해고노동자들은 여전히 길 위에 있다.

 

 

갑작스런 통보였다. 지난해 흑자 전환한 이후로 안정을 찾은 듯 했던 회사는 생산라인을 없애버렸다. 사업 전망이 어둡다는 이유에서다. 단, 사측은 2014년 1200억 원 규모의 수입을 올린 기술특허 로열티는 포기하지 못했다. 특허 관리인들은 회사에 남았다.

현대전자에서 중국 BOE로, 그리고 대만 E-ink로. 하이디스의 주인은 두 번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결국은 기술만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두 해외 기업은 처음부터 국내 기술투자는 생각하지 않은 듯 했다.

4월 1일부터 시작된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투쟁. 250일 가까운 시간 동안 1명의 동료가 스스로 목숨을 잃었고, 4차례나 대만으로 원정 투쟁을 떠났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사회의 관심은 아직도 부족하다. 그들은 자신의 고용문제 뿐만 아니라 국내 전자산업을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의 외로운 투쟁을 김홍일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사무장에게 들어보았다.
 

“기술 유출, 예측 못한 건지 알면서도 방관한 건지”
 

- 최근 사측이 장비 매각을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 저희 입장에서는 고용을 유지하려면 현재 공장을 유지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다보니 역으로 사측에서는 공장의 기계를 반출하거나 공장을 없애겠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하면 노조의 투쟁의지가 꺾이지 않겠냐는 생각이죠. 일할 곳을 없애겠다는 겁니다. 그런 뜻으로 도발을 하고 공문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장비들이 1~2주 만에 빼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에요. 최소한 몇 개월씩 걸려야 빼낼 수 있는 장비들 입니다. 만약 고철로 판다고 하면 그 기간이 조금 당겨질 수 있겠지만.

 

- 공장 폐쇄에 따른 파업은 올해 초부터 진행 됐지만 이야기 되고 있는 문제들은 오래 전부터 지속된 것인데요.

▲ 2001년 현대전자 시절에 위기가 오면서 하이닉스 반도체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당시 채권단에서 반도체 부분을 제외하고 다른 부분은 분사 또는 매각을 진행했습니다. 저희가 일하던 LCD사업부도 2001년 7월 1일 부로 분사됐죠. 그 후로 1년 6개월 정도 지난 2003년 1월 21일에 중국 BOE에 매각됐습니다. 국내 첨단 기업 중에는 최초로 중국 기업에 매각 된거죠. 매각 당시에는 기술 유출 논란이 없었는데요. 예측을 못한 건지 알면서도 방관한 건지. 일단 사회적으로 문제는 되지 않았어요. 당시 BOE는 LCD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소규모 전자회사였습니다. 그러다가 2006년 7월 즈음, 그러니까 저희를 인수하고 3년 정도 경과한 후에 고의부도를 냈습니다. 국내 사업을 정리하고 중국으로 철수를 한거죠. 그 과정에 저희 쪽 기술 인력, R&D와 공장 쪽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200~300명 정도 빼가서 중국에 공장을 짓기 시작합니다. 국내에는 전혀 기술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중국 공장이 설비를 끝내고 양산을 시작할 때 즈음 국내 사업을 부도낸 거죠. 중국에 갔던 인력은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국내로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 어떤 문제들이 발생했습니까?

▲ 그 후로 1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시의 과정이 지금 큰 문제가 돼 나타나고 있죠. TFTLCD사업이 기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과 많은 부분 유사합니다. 그러다보니 국내에서 당시 삼성이나 LG, 현대 그룹이 LCD사업을 하게 됩니다. 굴지의 3대 그룹이 사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BOE가 저희를 인수한 이후로 세계 시장 경쟁률이 5위 까지 올라왔어요. 2015년에는 메모리 반도체에 뛰어들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결국은 前현대전자가 전혀 검토 없이 하이디스를 매각했던 것이 지금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는 것이죠.

두 번째는 2006년에 하이디스가 법정관리 됐고, 법원에서 법정관리 탈피를 시키기 위해 M&A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대상이 됐던 업체가 현재 저희를 인수한 대만의 E-ink였습니다. 그때는 대만 영풍위 그룹의 전자 쪽에 관련된 소그룹이었죠. 여기는 LCD 동종업계였어요. 저희보다 규모가 훨씬 영세한 회사였습니다. 당시 매각을 통해 또다시 기술유출 논란이 있을 것 같아 80일 정도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 당시 파업을 통해 협의된 사항은 무엇인가요?

▲ 그때 인수합병 되는 과정에서 저희가 관철시킨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특허를 매각하지 않는다는 것과 BOE그룹으로 부터 받은 지분은 고스란히 하이디스 제정을 위해 투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BOE그룹에 R&D 인력이 유출되고, 공장을 지어준 댓가로 새로 짓는 공장의 지분 25%를 받았습니다. E-ink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그 지분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논의한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80일 동안 파업했던 노조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받아 돈도 하나도 못 받았습니다. 정부나 채권단에서도 전혀 도움을 준 것이 없었어요.

 

흑자전환 이후 갑작스런 공장 폐쇄
 

- E-ink에 인수된 후 기술 유출은 없었나요?

▲ E-ink 쪽에서는 노조와 합의된 내용 때문에 기술 유출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갖고 나온 카드가 중화권에 있는 디스플레이 업체를 대상으로 저희 특허권을 갖고 임대업을 하고 있어요. 기술을 갖고 장사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0~20년 쓰는 조건으로 연 얼마씩 받는 형태로. 그렇게 벌어들인 돈이 어쨌든 하이디스 경영을 위해 쓰여 지면 저희 입장에서는 기업 가치가 더 높아지는 거니까 반대를 할 이유가 없었죠. 그 뒤로 지속적으로 경영상태가 호전이 됐고, 작년에는 흑자전환이 됐습니다.

 

- 흑자전환이 됐지만 E-ink 측에서 공장을 폐쇄시켰는데요.

▲ 올해 1월 7일에 느닷없이 3월 말 부로 공장을 폐쇄한다고 통보가 내려왔죠. 공장을 폐쇄한다는 것이 회사를 폐업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생산라인만 접겠다는 것이죠. 특허 관리하는 인원만 두고 특허 수익료만 받아 기업을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생산라인을 폐쇄하니까 영업도 필요 없고, 안에서 일하는 인력도 필요 없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특허 관리하는 인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다 3월 말 부로 정리하겠다는 말이었죠. 사측은 희망퇴직을 받아줄 테니까 신청하면 퇴직금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 정리해고를 하겠다고 공지한거죠. 2008년부터 회사상태가 좋지 않은 때도 회사는 계속 유지시켰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고 있는 판국에 공장을 폐쇄하고 정리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됐습니다. 그래서 79명이 희망퇴직 신청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그 인원을 중심으로 4월 1일부터 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라인을 재가동하면 충분히 타산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공장을 재가동하면 충분히 비전이 있어요. 그래서 공장 폐쇄와 장비 정리 등을 막도록 일관되게 요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대주주 입장이 너무 강하다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경영에 뜻이 없다면 다른 회사에 매각하라는 요청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은 그것도 받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특허권도 같이 매각하라고 요청하니까요. 사측도 특허권에 욕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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