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드라마 ‘송곳’ 실제모델,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1회

 

지난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노동개악 중단・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을 주장하는 이들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집회 시작 전부터 경찰은 민간 버스까지 동원하며 차벽을 세웠다. 일반 시민들이 통행조차 할 수 없는 촘촘한 버스 줄세우기가 감행됐다. 위법 논란 역시 피할 수 없었다. 시위가 시작된 후에는 물대포가 등장했다. 경찰은 매뉴얼도 물대포 사용 매뉴얼도 지키지 않고 캡사이신이 섞인 물을 시민들에게 쐈다.

그 과정에서 백남기 씨의 얼굴을 포함한 상반신에 물대포가 직사 살수됐다. 심각한 부상을 다한 그는 바닥에 누운 상태로 10여 초 동안 더 물대포를 맞았다. 그를 구호하려는 시민들 역시 거센 물줄기를 피할 수 없었다. 백남기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현재 생사를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찰은 책임이 없다는 반응이다.

 

 

여야의 반응도 극과 극으로 갈렸다. 지난 16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부대표는 "백남기씨가 물대표를 맞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정부 측은 불법시위 현장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데 그 과정을 지켜볼 때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경찰 등이) 백씨가 사경을 헤매는 상태까지 이르게 된 과잉진압을 책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원진 수석부대표는 "국정조사 전에 상임위를 열어서 시위가 뭐가 문제인지 볼 필요가 있다"며 "시위가 정상적으로 신고된 범위 내에서 됐나’라고 반문했다.

진압 과정의 위법 논란, 부상자 발생 등으로 시위의 본질은 잊혀졌다. 이들이 이 전장 속에 있을 수 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와 여당은 노동개혁 5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근속자의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 비정규직 기간 연장, 일반해고 도입 등이 그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노동개악이라 부른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권리가 더욱 약해질 것이라는 이유다.

지난 9·15 노사정 합의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 해소와 일반해고・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시대적 과제에 대한 대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국회 환노위에 상정된 5대 노동법안에는 합의되지 않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업종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노총은 9·15 노사정 합의 정신이 심각하게 왜곡,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오는 20일 한노총은 정부·여당에 노동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그 현장에 40여 년을 몸담은 사람이 있다. 바로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과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노동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하종강 교수이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송곳’의 등장인물 구고신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에게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보았다.

 

▲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과잉진압
 

-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물대포가 다시 등장했고 한 농민은 뇌사상태에 빠져있다. 메뉴얼을 따르지 않은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열릴 것을 예상한 정부는 처음부터 매뉴얼을 벗어날 정도의 적극적 대응이 아니면 진압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국정 역사 교과서와 노동시장 구조 개혁 등 다른 시기보다 중대한 정치 현안이 결합된 현 국면을 정부도 정권의 명운이 걸린 위기라고 판단하고 국민들의 광범위한 저항이 결집되기 전에 초기에 강력한 진압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그로 인한 불상사가 발생한다고 해도 정권 퇴진 요구가 한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형성되는 것보다는 부담이 적다는 고육지책의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 대규모 집회에는 공권력과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 이명박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했을 때 환경단체 회원들의 집회를 한국 경호원들이 저지하자 독일 경찰이 “시민의 의사 표시를 당신들이 보이지 않도록 가리는 것조차 위법”이라고 강력히 항의해 경호원들이 머쓱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적이 있었다. 똑같은 일이 박근혜 대통령이 캐나다 오타와주를 방문했을 때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피케팅을 하는 시민들을 한국 경호원들이 저지하자 캐나다 경찰이 시민들과 한국 경호원 사이에 들어가 한국 경호원들에게 “You can’t be touching them! Don’t touch!”라고 경고하며 시민들을 보호했다. 시민들의 비폭력 집단 의사 표시를 존중할 수 있을 만큼 인권의식이 형성된 사회였다면 공권력은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시민들에 그에 상응하게 대응하는 마찰이 되풀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대한 입장은?

▲ 공신력 있는 통계에 의할지라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들 중에서 ‘일하기 힘든 나라’ 3위, ‘기업하기 좋은 나라’ 2위에 해당하는 노동환경을 갖고 있다. 현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정부가 기업의 요구를 충실히 받아들여 더욱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보수 성향의 정부는 그 속성상 노동자보다 기업 입장에 기울어지는 경향을 가질 가능성이 많은데 현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기업의 요구에 충실히 부응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대기업 무능한 인사노무 관리자의 민원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겠다는 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내총생산 중 노동소득 비중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나라 경제가 외부의 충격으로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 한국 경제는 기업과 정부가 가진 돈을 어떻게든 노동자와 그 가족들 쪽으로 많이 옮겨야 튼튼해지는 상황이다. 기업이 정당한 노동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기업들은 퇴출시키는 것이 오히려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한다. 한국 경제는 적절한 노동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한계 기업들은 살려둬 봐야 나라 경제 도움이 되지 않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는 것이 사회 전체에도 유익하다는 것을 정부를 비롯한 사회 구성원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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