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드라마 ‘송곳’ 실제모델,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중요하지만.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 또는 근무 환경 수준을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 두 가지 해결 방안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은 그 방향을 ‘비정규직 철폐’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라는 구호로 구분한다. 비정규직은 어디까지나 비정상적 고용 계약이어서 장기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비정규직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에도 해로운 영향을 끼치게 된다. 비정규직 자체를 줄이는 정규직화(‘비정규직 철폐’)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줄이는 비정규직 노동조건 향상(‘비정규직 차별 철폐’)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저하시키는 것은 국내총생산 중 노동소득 비중을 더욱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올바른 해결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 IMF가 2012년 10월에 발표한 ‘한국 경제 지속 성장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면 향후 10년간 연 1.1%씩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한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험난한 노조 설립과 노동 운동 과정
 

- 드라마 ‘송곳’ 어디까지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가. 아니면 오히려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가 더 많은가.

▲ 드라마 ‘송곳’은 지금까지 한국의 어떤 드라마도 해내지 못한 노사관계의 실제 모습을 가장 싱크로율 높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 노사관계 곳곳에 흩어져 있었던 실화들을 최규석 작가가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해 수미일관하게 재구성한 것이다. 실제 사건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만화나 드라마를 보며 “소름이 돋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게시판에는 서비스 업종은 물론 사무직, 생산직 직장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리 회사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는 반응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한국 사회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이 드라마가 다 보여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다루고 있는 부분은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표현하고 있다.

 

- 드라마에서 보여준 것처럼 노조 가입까지의 과정이 가장 힘들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 실제로는 노조가 설립되기 전까지 수많은 모임들이 진행되고 그 과정에 참여하는 노동자들 개인도 많은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송곳’에는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 그러한 심리 묘사가 충실히 그려지고 있다. 마트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 대여섯 명과 함께 커다란 삼겹살 식당 한 귀퉁이에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서너 시간씩 열띤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들이 난다. 실제로는 그런 과정이 여러 번 되풀이된 뒤에 노동조합 설립 총회가 이루어진다. “모여라”고 해서 모인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한 번에 뚝딱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 40여년 전과 비교했을 때 노동운동 환경이나 사회의 관심은 나아졌다고 보는가?

▲ 부분적으로 나아진 영역도 있지만 우리 사회 피고용자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의 노동환경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한국은 OECD 가입국가들 중에서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전체 피고용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노동환경이 예전보다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경우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노동운동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보수적 성향의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사회 구성원이 노동운동을 이해하는 수준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퇴보하는 상황이다. 노동자들의 권리 확장 요구가 기업경쟁력을 저하시키고 나라 경제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전근대적 인식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

 

- 현재 노동시장 구조 중 가장 잘못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나라 경제에 유익하다는 잘못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단기 계약직 곧 비정규직 양산은 기업들로 하여금 단기적으로 인건비를 절약하고 인사노무관리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외에 사회에 미치는 유익한 효과가 거의 없다. 정당한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기업들만이 나라 경제에 유익한 영향을 미친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을 지향한 나라들의 경제가 장기 지속적으로 성장한 사례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적정한 고용을 유지하고 정당한 임금을 지불해야 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초다.

 

- 최근에는 어떤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가? 앞으로의 계획은?

▲ 현재는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구 노동대학)에서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 초빙교수이지만 학장 보직을 맡았고 학교에서 연구실도 마련해 줬다. 성공회대학교이기 때문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로 설립 16년째를 맞은 노동아카데미의 내실을 다지는 일에 충실하면서 현장의 노동자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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