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농성 노동자들을 찾아서> 4년 넘긴 기나긴 싸움 ‘유성기업’ 해고노동자들

 

지난 2011년 5월 유성기업이 아산공장의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진행된 직장폐쇄였다. 용역업체 직원 30여 명이 동원됐고, 이후 계속된 갈등에 유혈사태까지 벌어지며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4년이 훌쩍 넘은 현재 아직도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2009년 유성기업 사측과 노조는 ‘주간연속 2교대’ 도입에 합의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후 노동위원회의 조정 과정에서 ‘4조 3교대’안을 내놓았다. 이에 노조는 전조합원쟁의행위찬반투표에서 78%의 찬성을 기록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파업이 시작된 날 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용역업체 직원 30여 명이 정문을 막은 것. 이후 노조와 사측의 갈등은 계속됐고, 결국 5월 24일 공권력이 투입됐다. 공권력 투입 1주일 후에는 42명의 조합원이 복귀했다. 하지만 나머지 450여명의 조합원은 회사 정문 앞 비닐하우스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2개월 정도가 지난 7월 15일 조합원들이 모두 복귀했다.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이 뒤따랐다. 복귀 이후 27명의 노동자가 해고됐고, 2013년 법원의 부당해고 판결에 그해 6월 다시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사측은 2013년 10월 복직한 노동자 가운데 11명을 같은 사유로 다시 해고했다. 이들 11명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싸움을 이어가며 법원의 부당해고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은 창조컨설팅과 연관된 ‘노조파괴 공작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측이 노조파괴 컨설팅 회사를 동원해 해고, 손해배상 청구, 직장폐쇄 등 조합활동 방해에 나섰다는 것. 이에 대전고등법원은 지난 2014년 12월 사측의 노조파괴 혐의를 인정했다. 전국금속노조가 검찰의 사업주 무혐의 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재정신청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용역을 동원한 집단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난 8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전국 순회 투쟁을 실시했다. 투쟁을 통해 노조파괴 사업주 구속 처벌,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사업주 처벌 강화 촉구를 주장했다. 10일 간 노조파괴 사업장을 중심으로 전국을 돌았다. 집회와 문화제, 구간별 도보 행진 등을 벌였다. 특히 전국 순회 투쟁 첫 날인 8월 19일에는 천안버스터미널부터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까지 1km 가까운 거리를 오체투지로 행진했다.

금속노조는 “노조파괴 사업주 처벌이 늦어지면서 피해사업장 조합원들은 수년 동안 기업노조와 차별을 비롯해 노동탄압에 일상적으로 시달린다”며 “창조컨설팅과 사업주가 짜고 친 노조파괴 사업장 주요 재판 일정과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노조파괴 문제를 다시 사회에 환기하고 주요 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해 이번 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또한 유성기업지회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재판부조차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는 사측 유시영 대표와 관리자를 강하게 질책한 바 있다”며 “사업주 처벌을 위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의 빠른 판결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이렇게 해결되지 않아서야…”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도 유성기업 사건이 언급됐다. 금속노조 유성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국감 시작 전 대전고법 앞에서 벌인 피켓시위와 국감 방청이 영향을 끼친 듯 했다.

노조는 국감에 앞서 대전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는 노동자에게 살인행위와 같은데 11명의 노동자는 4년이나 쫓겨나 있었다”며 “더욱이 유성기업이 행한 재해고는 현대판 부관참시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기자회견 직후 대전고등법원 앞 1인 시위와 노숙농성도 시작한 바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10개 법원에 대한 국감에서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가 노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며 “문제는 법원이 이 사건 관련, 재정신청을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적극적으로 공소유지를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법원에서라도 재정신청이 받아들인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 보충심문을 한다든지 해서 공소를 철저히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2011년 유성기업 27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어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는 제가 2~3년 전부터 지속해서 지적해 온 사안인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오늘도 국감장에 들어오는데 노조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대전고법에서 재정신청을 인용해 줬지만, 아직도 이렇게 해결되지 않아서야 되겠느냐“며 말을 이었다.

박 의원은 또 "현재 대전고법에는 '직장폐쇄기간 임금청구소송', '부당징계 임금청구소송', '미지급연월차 임금청구소송' 등 3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며 "이제는 대전고법에서 유성기업의 부당해고를 명확하게 끝내주시고, 노동자들이 밀린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의원의 질의에 박홍우 대전 고등법원장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극심한 스트레스, 자살한 노동자도…

재해고 된 11명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른 조합원들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끝나지 않은 노사 갈등으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 지난 9월 충남노동인권센터가 유성기업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울 고위험군은 43.3%를 기록했다. 2012년 42.1%보다 1.2%p 높아졌으며, 전 국민 우울장애 비율 6.7%와 비교해 크게 높은 수치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심리 스트레스 고위험군 비율도 급격히 증가했다. 2012년 41.3%를 기록했던 수치는 올해 64.5%까지 급증했다. 또한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불안증세를 호소하는 노동자가 많이 늘었으며, 절반 이상은 외상후스트레스(PTSD)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조합원들은 잔업과 특근 등에 대해 차별이 이뤄져 봉급도 반토막 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가정불화도 생겨났고,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조합원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미 극심한 스트레스로 자살한 노동자도 있었다. 당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이후에도 계속된 부당한 대우가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4일에는 아산시청에서 결과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홍종인 유성기업 지회장은 “사측은 지금도 현장탄압을 멈추지 않고 힘든 조합원들의 심리상태를 악용, 불법을 유도해 체증하고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며 “최악의 심리상태에서 자살을 기도하거나 생각하는 조합원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합원들이 육체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죽어가고 있다"며 "이에 대해 사회적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체불 임금 31억9000만원

정신적 스트레스뿐만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31억 9000만원에 달하는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11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성기업이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마저 떼먹고 있다”며 “체불 임금의 규모는 무려 31억 9000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2104년 9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유성기업이 지난 2011년 실시한 직장폐쇄의 일부 기간이 적법하지 않다며, 직장폐쇄 기간 임금과 연월차수당을 지급하라는 노조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회사는 항소했지만 지난 10월 15일 항소심 재판부인 대전고등법원 역시 1심과 같은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또한 금속노조는 “유독 유성기업 사용주의 노조법 위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재판은 노조파괴가 벌어진 지 만 4년이 넘은 최근까지 1심도 마무리되지 못했다”며 “(검찰이) 충분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늦장만 부리다 불기소 처분을 남발해 노조가 항고에 이어 법원 재정신청 절차까지 밟아야 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과연 잘못을 반성하고 노조파괴 범죄자를 엄벌할 의지가 있는지 여전히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 저항하다 구속을 경험한 노동자는 19명, 투쟁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낸 벌금은 1억원에 이른다. 폭력사태로 다친 노동자들의 치료비는 총 1억 5000만원이었다. 반면 사측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금속노조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신속한 병합 심리를 통해 노조파괴 목적으로 31억 9000만원을 체불하고 있는 유시영 대표이사를 반드시 구속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고통 속에 힘들게 이어져오고 있는 4년간의 싸움. 하지만 그들에게는 지치지 않고 자신들의 손으로 정의를 쟁취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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