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주말에도 호출만 오면 두 아이 안고 택시 타고 나가 일했는데…”
“밤에도 주말에도 호출만 오면 두 아이 안고 택시 타고 나가 일했는데…”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5.12.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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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원센터 상담사례 통해 본 비정규직의 현실-2회

 

광주광역시비정규직지원센터(비정규직지원센터)가 2015년 비정규직 노동상담 사례를 발표했다. 비정규직지원센터는 올 한 해 동안 차별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노동법률 상담 및 구제활동을 벌여왔다. 최근 발표회에선 지난 1년 동안의 상담 통계를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차별, 최저임금 위반,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상담 내용별 통계 수치와 사례가 발표됐으며 상담자들도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비정규직 노동상담은 총 758건(지난해 대비 50% 증가)이었으며 전화상담(77.57%)이 월등했고 출장 및 거리상담(11.61%)과 내방(10.42%) 순이었다. 분야별로 볼 때 임금과 관련된 내용이 45.98%로 월등히 높았으며 산업안전 및 산업재해(9.05%), 징계·해고(8.65%), 4대보험(6.1%), 근로시간(4.88%) 순이었다. 총 상담 중 40건이 사용주와의 조정으로 해결됐고 의견서 작성이 24건, 고용노동청 사건대리가 20건, 자료검토가 89건이었다.

노동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비정규직지원센터 상담실장 김세영 노무사는 “통계수치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모두 표현해줄 수는 없다. 상담실의 도움으로 문제가 해결된 경우도 많았지만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가슴이 아프지만 묻고 가야할 사연들도 있었다”며 “상담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따뜻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문제해결을 고민해주는 곳이 되고자 한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광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가 발표한 상담사례다. 1회에 이어 두 번째 이야기다.
 

◎ 사례3 : “아이들 태우고 나와 주말에도 일했는데…”

오 모 씨는 학교에 수산물을 납품하는 A업체의 지점장과 면접을 봐 2013년 6월 24일에 B업체에 채용되었다. A업체는 학교에서 입찰을 할 경우 한 업체에서 독점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개의 수산물업체를 형식상 이름만 갖춰놓고 함께 관리했다. B업체도 A업체가 관리하는 수산물 납품업체였다.

B업체에서 일하던 오씨는 한 달 후인 2013년 7월 말경 A업체 지점장으로부터 C업체로 가서 일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C업체도 A업체가 만들어놓은 유령회사였다. 4대보험도 B업체에서 C업체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실제 일은 B업체, C업체 뿐 아니라 A업체가 만들어 놓은 여러 유령회사를 모두 관리하는 일이었다.

오씨가 그 업체에 들어간 이유는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 반까지 근무하고 퇴근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늦게까지 근무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월급여를 70만원 밖에 주지 않았지만 감내하고 일을 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업무량이 많아 아침에도 일찍 출근을 해야 했고 오후 4시 반 퇴근도 불가능했다. 야간이나 주말에도 ‘A학교에 가서 입찰해라’라는 지점장의 지시를 받으면 애 둘을 안은 채 택시를 타고 학교로 달려갔다. 그나마 올해 4월에는 월급이 90만원으로 올랐다.

열심히 일을 하면 경력을 쌓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4년 6월 30일 A업체 지점장으로부터 갑작스런 해고통보를 받았다. ‘학교가 곧 방학에 들어가니 인력이 필요 없다’며 ‘오늘까지만 일해 달라’고 했다. 평소 애들 때문에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해고할 줄은 몰랐다.

퇴직금을 달라고 했지만 회사는 줄 수 없다고 했다. B회사에서 C회사로 소속이 변경되었으니 어느 회사에서도 1년 이상을 일하지 않았기 때문에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씨는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했고 고용보험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하던 중 상담원으로부터 비정규직지원센터를 소개받았다. 이후 센터에 내방, 상담을 했고 상담실에서는 자료를 검토하여 진정진술서를 작성, 증빙서류 제출 등을 지원했다.

결국 노동청에서는 사업주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사업주는 100만원도 안 되는 퇴직금을 일부러 몇차례에 나누어 조금씩 입금하고 있다. 오씨는 돈을 다 받더라도 진정을 취하하지 않고 사업주가 처벌되는 모습을 꼭 볼 생각이다. 이 사업주는 오씨 전임자에게도 이런 식으로 퇴직금을 지급했다. 오씨는 이 사업주의 못된 버릇을 고쳐주고 싶다고 했다.

 

 

◎ 사례4 : “산재 신청도 힘들었지만 산재인정 이후에도 걱정 많아”

올해 75세인 박 모 씨는 빈 공장을 지키는 경비일을 7년간 해왔다. 조금이라도 벌어서 자식들 부담이 되지 않게 하려고 시작한 일이다. 이 공장이 팔리면 비어있는 다른 공장으로 옮기고 또 그 공장이 팔리면 다른 공장으로 옮겼다. 목포, 장성, 광주 외곽지역 등지를 옮겨 다녔고 이번에는 남원에 있는 공장을 배정받았다.

부도가 나거나 폐업된 공장이 다시 팔릴 때까지 비어있는 공장에는 전기와 가스가 안 들어오고 물도 나오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공장에 물이 안 나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떠한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 24시간 혼자 경비를 서야 해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도 없었고 교대근무자도 없었다. 홀로 텅 빈 공장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이었다.

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공장을 옮길 때마다 물을 얻어다 쓸 곳을 찾아야 했고 물이 떨어지면 자전거를 타고 가서 받아와야 했다. 사고가 난 그 날도 물을 받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10분 거리의 슈퍼마켓으로 가는 길이었다. 커브길에서 내려오는 트럭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박씨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병원에 입원, 수술을 했다.

박씨의 가족이 센터에 찾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산재가 가능하겠냐고 물었고 업무수행에 동반되는 생리적 행위이며 공장 내 물이 없어 주변에 물을 구하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점을 회사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증빙서류를 잘 갖추면 산재처리가 가능할 수 있다며 산재서류 작성을 도왔다.

이후 가족은 산재서류를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고 공단에서도 까다로운 사안이라며 여러 가지 서류를 추가로 요구했다. 가족이 동분서주, 드디어 산재승인이 났지만 아직도 어려움은 남아있다. 7월에 사고를 당했는데 아직까지 낫질 않아 병원에 입원해있는 상황. 하지만 입원치료 기간이 곧 종료될 것이며 더 이상의 연장은 어렵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산재 승인은 됐지만 이후 과정도 녹록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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