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새로운 미ㆍ중 냉전시대 재현되나.

▲지난 2011년 키신저가 쓴 그의 저서 ‘온 차이나(On China)’에서 지적했듯이 미국은 쇠퇴하는 국가다. 반면에 중국은 떠오르는 국가다. 중국은 유럽과 중동으로 가서 세력을 유지하고 또 러시아를 압박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과거 미ㆍ소 대결시대의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지난 우크라이나와 시리아문제는 바로 미국과 러시아와의 대결이었다. 러시아는 예부터 대륙세력 맹주국으로 바다로 진출하려 하고, 해양세력인 미국이나 영국, 일본은 계속 대륙세력이 바다로 진출 못하게 막았다. 1, 2차 세계대전이 바로 그런 전쟁이다.

미국은 ADB(Asian Development Bank), 월드뱅크(World Bank)를 통해 그동안 세계를 좌지우지 했다. 개발도상국가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나라의 목줄을 잡아 정치적으로 미국의 하수인으로 만들었다. 이를 이용해 미군을 주둔시켜 미국의 경쟁국과 군사적 위협국을 견제해왔다. 여기에 맞서 중국은 주변국가 인프라 개발 명목으로 돈을 거둬들여 최대지분을 가지는, 미국이 했던 방식을 쓰고 있다. 이런 힘은 바로 돈이다.

 

 

-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지는 것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지금 돈이 없다. 국가 재정절벽에 부딪힌 것이다. 미국은 무역으로는 이제 돈을 벌지 못한다. 군수품 즉, 군산복합체가 먹여 살려야하는 처지다. 그런데 그마저 잘 안되어 심각한 재정절벽을 맞은 결과, 2014년부터 10년 동안 국방비만 연간 500억 달러를 삭감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국가다. 500억 달러면 사드 한 대가 20억 달러인데 25개에 달하는 액수다. 한국 국방비 총액이 389억 달러(약 40조원)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새로운 강자인 중국을 견제할 군사력 증강에 필요한 돈줄이 없다. 그래서 이를 대신할 대리자 노릇을 해줄 나라를 찾았는데 이를 안 일본이 자진해서 나섰다. 돈도 좀 있고 미국처럼 중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으니 일본이 미국과 손잡고 ‘도와주마’ 하니 미국이 마다 할 이유가 없는 거다. 말하자면 미국 판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로 오랑캐를 친다)’ 전략이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미국은 2014년부터 이이제이 전략을 세웠다. 일본이 첫 번째 오랑캐로 뽑히고 두 번째로 한국이 지목된 것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견제하려 일본과 한반도를 양 날개로 삼는 전략이다. 그 증거가 바로 ‘한․미군사정보공유협정’이다. 초기에는 국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약정이라는 이름으로 협정을 맺었지만 내용은 똑같다.

미국은 일본과 이미 ‘미․일군사정보공유협정’을 맺었고, 한국과도 맺었기 때문에 중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아베가 미국 오바마를 만나서 ‘미․일방위협력지침’을 대폭 개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위대가 미군을 돕는다는 명목만 내세울 수 있다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파병이 가능하도록 법을 바꾼 것이다. 자위대는 본래 전수방위라 해서 일본 영공, 영해, 영토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단, 자위대는 누가 때리면 막는 역할까지는 가능하지만 그것도 멀리 못나가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법을 풀어버려 한반도와 남중국해 출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남사군도와 서사군도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군사적 출동이 필요하다면 해상자위대도 따라간다는 의미다. 이렇게 미․일 공동 군사행동을 하도록 한 게 지난해 4월 28일 맺은 미․일방위협력지침이다. 우리 국방부와 외교부는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강건하다고 강조하지만, 미․일동맹보다 절대 강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건 일본이 방위비 분담 명목으로 미국에 막대한 달러를 퍼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돈을 많이 내고 방위비 분담을 하면 영사재판권까지도 내준다. 우리는 돈을 적게 내니까 영사재판권이 없다.

 

 

 

 

- 일본 자위대, 한반도 파병 가능한가.

▲미국과 일본이 군사적으로 한 몸이 되어 중국을 압박해 들어갈 때,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물론 사드 문제만 아니면, 미국과 중국 또는 중국과 일본이 한반도에서 충돌할 일은 없다. 미국과 중국이 남사군도에서 서로 싸우는 것은 우리와 아무 관계가 없다. 문제는 사드 때문에 전장(戰場)이 한반도로 옮겨져 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중국과 마찰을 빚을 경우 일본 자위대를 한반도로 출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과 중국의 남사군도 분쟁은 우리 일이 아니다. 문제는 한반도다. 과거 청ㆍ일 전쟁과 러ㆍ일 전쟁도 한반도에서 일어났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한 지역이기도 하다. 6.25도 결국 미ㆍ중간 전쟁이었다.

 

 

- 지금 미국이 대선 열기로 뜨겁다. 차기 미국 대통령의 대아시아 정책은 어떤 방향이 될 것이라 보는가.

▲미국은 북한과 수교를 하지 않는 것이 아시아에서 중국견제와 패권을 유지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중국을 찍어 누르고 아시아에서 군사적ㆍ정치적 우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뭔가 핑계거리가 있어야 된다. 북한을 아시아에서 불장난하는 나쁜 놈으로 만들어서 방범활동을 강화하려고 하는 이유다.

게다가 정권말기인 오바마 정부가 어설프게 북한과 대화를 할 경우, 자칫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다. 만약 미국의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북한에 치고 들어 갈 것이다. 샌더스나 힐러리가 당선된다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힐러리는 2009년 미국무부 장관 시절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 패키지를 묶어서 그해 한국정부에 세 번이나 얘기를 했었지만 거절당했다.

 

 

- 마지막 질문이다. 한반도에서 향후 미국의 역할을 예상해보자면.

▲향후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대북정책에 많은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견제하는 정책의 최종 목적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유지다.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지 못하겠다는 것은 이젠 불멸의 진리가 됐다. 그 속에서 북핵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 개성공단의 운명은 차기 대통령이 나와야만 해결이 될 것이다. 장차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맹주싸움을 벌일 것이다.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마 영토를 반분(半分)하려 들 것이다. 그럴 경우 한반도가 어디로 편입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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