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잊었나, 물대포 맞아 사경 헤매는 그 농부를…
벌써 잊었나, 물대포 맞아 사경 헤매는 그 농부를…
  • 최근원 기자
  • 승인 2016.03.02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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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벌써 100일 사투벌이는 백남기 농민’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1회

 

▲ 사경을 헤매고있는  백남기 농민

2015년 11월 14일. 한 농민이 국가 권력의 폭력에 의해 생명을 위협하는 중상을 입었다. 100일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이야기다.

13만명이 모인 민중총궐기. 그리고 폭력진압으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부상자들. 그 가운데 중상을 입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을 향한 시선은 뜨거웠다. 모든 언론이 백남기 농민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는 폭력 시위냐, 폭력 진압이냐의 의견 충돌로 커져갔다.

사고가 일어난 지 100일이 훌쩍 지났다. 이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백남기 농민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진 듯하다. 그와 함께 정부나 경찰의 사과에 대한 관심도 사라져갔다. 여전히 정부와 경찰은 백남기 농민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관심이 사라져 가고 있는 순간에도 백남기 농민은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차도는 보이지 않고, 의사들조차도 좋은 상황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인공호흡기와 약물에 의지해 겨우 생명의 끈을 붙잡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잊혀져 가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나섰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 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도보순례단’이다.

이들은 지난 2월 11일 백남기 농민이 농사를 짓던 전라남도 보성에서 16박 17일 간의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도보순례에는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진보연대, 카톨릭 광주대교구 등의 단체가 뜻을 함께 했다. 그리고 150여 명의 시민들도 함께해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했다.

보성에서 시작해 서울에서 끝난 도보순례는 가는 지역마다 기자회견, 문화행사, 간담회 등을 열어 농민의 어려움을 알렸다. 그것이 백남기 농민이 지난 11월 14일 하고자 했던 이야기일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서로 공감하며, 농민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자 했다. 이들은 이렇게 쌓인 농민들의 목소리를 27일 제4차 민중총궐기에서 토해냈다.

백남기 농민이 입원해있는 서울대병원앞 농성장에서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을 만나 백남기 농민 그리고 도보 순례를 통해 이야기하려 했던 농민들의 어려움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

 

- 날이 조금 풀려 다행이다.

▲ 날씨가 따뜻해 이전보다 조금 낫다. 천막 안에 있으면 따뜻하기도 하고.

 

 

- 농성을 시작한지는 얼마나 됐나?

▲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지 100일이 넘었는데. 쓰러지고 난 직후 시작했으니 농성 한지도 100일이 넘은 것 같다.

 

 

- 백남기 농민의 상태는 어떤가?

▲ 당시 경찰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직사를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머리 안쪽은 의사들도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그대로 피부로 덮어놓은 상태다. 그 이후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공호흡기와 약물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의사들도 기적이 없는 한 살기는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 백남기 농민을 위한 도보순례를 진행했다.

▲ 백남기 농민에 대해서는 정부도 아무런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생명은 소중하게 생각돼야 한다.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거니까. 이것에 대해 정부도 전혀 말을 하지 않고 있고, 언론도 전혀 보도를 하지 않는다. 당시 뉴스에서만 잠깐 비추고 말았을 뿐이다. 지금 백남기 농민의 상태는 국민의 관심 밖이다. 백남기 농민이 11월 14일 이후 어떻게 됐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의 억울함을 이야기하고, 농사를 안심하고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던 농민이 국가 권력의 폭력에 의해서 죽음에 이르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농성장을 꾸렸고, 시민들에 대한 선전 홍보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백남기 농민이 농사짓던 전남 보성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16박 17일간 걸었다. 서울엔 27일 도착했다. 전국 도보 순례다. 이 억울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하소연하는 방법밖에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에 시작됐다. 마지막 날인 27일 서울에 도착해 4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했다.

 

 

- 도보순례에는 몇 명 정도가 참여한 건가?

▲ 처음 출발했을 때는 150~200명 정도 됐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적게는 100명, 많게는 200명 정도가 같이 했다.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기자회견, 문화행사, 지역 농민들과의 간담회 등을 열었다. 이를 통해 당시 백남기 농민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농업 문제에 대해 같이 토론하면서 지역민들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고 자 했다.

 

 

 

 

- 백남기 농민이 사고를 당한 후 농민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높아진 것 같은지.

▲ 아무래도 그전보다는 많이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서울에서도 농민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시민들이 우리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기대치까지는 못 미치지만 이전 보다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 농성을 통해 가톨릭 농민회가 현재 주장하고 있는 것은?

▲ 가톨릭 농민회가 주장하는 것만이 아니다.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통해 농민·노동·국정교과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주장했던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히 백남기 농민 한 사람의 문제에 대한 해결만을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들의 개선을 요구하면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백남기 농민의 쾌유, 국가 폭력에 대한 사과, 관련 책임자 처벌, 그리고 그날 13만이 모인 민중들이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고 했던가 하는 11대 요구, 이걸 관철시키기 위한 농성이라고 봐야 한다.

 

 

- 민중총궐기가 4차례나 진행됐다. 민중총궐기를 통해 변한 것이 있다면?

▲ 지금까지 무엇을 얻었다고는 볼 수 없다. 이 정권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외면하고 있고, 오히려 노동자들에게는 더 탄압을 가하는 상황이다. 위원장 구속, 내지는 많은 사람들의 소환을 통해서. 또한 백남기 농민이 죽음에 이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과 한 마디 없다. 농업 부분이나 민중총궐기에서 요구했던 부분들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다.

 

 

- 4차 민중총궐기는 어땠나?

▲ 전국을 순례하면서 지역 농민들과 같이 4차 민중총궐기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또한 4월 총선에 있어서 농업 정책을 제대로 세우는 국회의원들에게 표를 줘서 앞으로 먹거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지역 농민들이 대거 참여해 주었다.

 

 

 

 

- 민중총궐기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 이전과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노동 쪽에서는 노동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잘못된 협상들, 교과서의 국정화, 세월호가 아직까지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사안들을 내걸면서 이번 총선에 국민들이 함께 참여해 심판하는 계기로 만들자는 생각이다.

 

 

- 민중총궐기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 농민 부분만 이야기하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쌀값이 거의 비슷하다. 각종 FTA를 50여 개국과 하고, 작년에 쌀 완전 개방을 통해 농민들이 지을만한 농사가 하나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시절 쌀값을 21만원까지 올려 농민들이 농업의 수지를 맞추도록 하겠다고 공약 했다. 또 새누리당이 쌀을 완전 개방함으로써 관세를 513%로 매겨 우리의 쌀 시장을 보호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 농민들이 이대로는 살 수 없다. 같이 목소리를 내어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농민들은 총궐기 이전에도 국회나 청와대 쪽에 계속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쌀을 수입하면서 쌀값이 더 추락했다. 이에 농민들이 함께 한 목소리를 내보자고 생각해 민중총궐기에 함께 하게 됐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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