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이 땅 모든 농민들 고통 한 몸에 안고 누워 있는 것”
“백남기 농민, 이 땅 모든 농민들 고통 한 몸에 안고 누워 있는 것”
  • 최근원 기자
  • 승인 2016.03.03 09: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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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벌써 110일 사투벌이는 백남기 농민’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쌀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면?

▲ 우선 쌀 재고 물량이 많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쌀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지금은 남북관계가 경직되고, 북이 핵실험을 하면서 관계가 얼어붙고 있는데, 북측으로 쌀을 보내고 북에 있는 광물질을 가져오는 물물교환이라도 해서 남북 간의 경제교류를 이어가야 한다. 이는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도 될 것이고, 쌀도 소비할 수 있다. 북측에 쌀이 모자라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라도 사용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경직돼있는 현 상황에 이런 교류를 통해 남북관계를 완화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여러 방안을 통해 우리 쌀을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소비는 북과의 교류, 쌀 수입 중단을 통해 촉진할 수 있다. 그 정도로 해서 쌀값 안정을 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한다.

 

 

- 우리 쌀의 소비가 얼마나 줄어들고 있나?

▲ 한 때 마트 같은 곳에서 파는 쌀 같은 경우 수입쌀과 우리 쌀을 섞어 크게 우리의 지명을 붙이는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들은 잘 모르고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 식당 같은 곳은 이미 수입쌀을 많이 쓰고 있다. 그렇다보니 일반 소비자들이 쓰는 양으로는 우리 쌀의 소비가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은 일반 학교 급식이나 군인들에게도 국산 쌀을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기농 쌀 같은 좋은 쌀도 남고 있다. 이런 것들을 많이 소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한 예산을 살펴보면 그리 많지도 않다. 군인들이 좋은 쌀을 먹어 제대로 건강관리를 해야 나라를 잘 지킬 것 아닌가. 그런 것들도 정부에 얘기해 봤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 쌀 이외에 다른 작물들은 어떤가?

▲ 지금 거의 제대로 되는 작물이 없다. 조금 있으면 매실이 나온다. 매실부터 가을에 나오는 감, 사과까지 과일 농사도 되는 것이 없다. 나무 위에 그냥 둔 채로 수확을 포기 해버린다. 이 역시 수입 과일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는 과일이 없다. 열대지방 과일이 판을 치고 있으니까. 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블루베리부터 거의 외국산 과일이 판을 치고 있다. 재래시장의 경우도 중국산 농산물이 70~80%를 잠식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은 거의 되는 것이 없다.

 

 

 

- 지난 2월 4일 우리나라를 제외한 12개국이 TPP 공식 서명을 했다. 우리나라의 참여 가능성은?

▲ 우리나라도 참여하려고 할 것이다. 참여를 위해 일정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특히 농업 부분에 있어 상대국이 원하는 것들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적극 반대한다.

지금 50여개 국과 이미 FTA를 맺고 있기 때문에 TPP는 큰 의미가 없다. TPP를 가입하려고 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아야 하는데 그게 바로 농업 분야이다. 관세를 낮추고 수입 품목을 확대하는 것 등이기 때문에 전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 부분에 대해 다른 산업에서 우리가 수출을 많이 할 수 있는, 경제적인 부분에 도움이 되느냐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농업은 물론이고 다른 산업에도 큰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 이미 맺어져 있는 FTA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 언론이나 정부도 마찬가지로 FTA를 통해 기반이 약한 농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것은 모두 예측을 했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나타나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무역 공유제를 마련해서라도 농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제도의 보완 없이 FTA를 계속 밀고 나가면 한국의 농업은 몰락 할 수밖에 없다.

 

 

- 무역공유제라면 FTA를 통한 수입의 일정 부분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인가?

▲ 그렇다. 우리가 FTA를 통해서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하면서 피해를 보는 것들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농업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다른 나라도 농업보호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것은 국가가 생명 산업인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국가를 위해 하는 것이다. 농민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인식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농업을 제대로 지키고 식량 안보 측면에서 접근해야한다. 단순히 농민이 어려우니까 경제적으로 조금 도와주자,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되고 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농업 보호 정책을 제대로 펼쳐서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 FTA 자체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는 것인가?

▲ 그렇지는 않다. 끝까지 해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 그러나 지금 힘 있는 경제 논리에 의해서 체결이 됐으면 약자인 농업분야도 제대로 된 정책을 통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 무역협정이 맺어질 때마다 농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

▲ 국제협상을 할 때 WTO체계 속에서 대상을 전 품목으로 확대하면서 수입을 막아내는 것은 관세였다. 중국과 우리가 쌀 가격이 6배 차이나면 그 6배에 대한 관세를 부과해서 못 오도록 했다. 농업 보호정책과 농업에 대한 지원을 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중고가제를 40년간 실시했는데, WTO에서 한국의 이중고가제는 한국 상품의 시장 경쟁력을 높인다며 이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중고가제로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없앴다. 그렇다면 미국의 경우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직불제도를 하고 있다. 사실 그 제도나 이 제도나 같다. 힘이 센 나라에서 하는 것은 합법이고, 힘이 약한 나라에서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서 없앤 것이다.

어쨌든 협상에서 두 가지를 하고 있다. 수입 국가에서는 수입 품목에 대한 관세를 100% 높이자는 것이고, 우리가 취약한 곳은 보호정책을 펴서 농업에도 지원을 많이 해라, 그래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FTA는 관세를 하루아침에 없애는 것이 아니다.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긴 시간을 두고 관세를 없애는데, TPP에 가입하면 그걸 앞당기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그 관세 벽을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 국민의 식생활 속에서 주식으로 쓰거나 평소에 자주 먹는 것들은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완전히 자유롭게 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은?

▲ 백남기 농민이 저렇게 누워있는 것은 백남기 농민 한 사람이 누워있는 것이 아니다. 농민 한 사람에 대한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다. 백남기 농민이 저렇게 누워 있는 것은 이 땅의 농민들의 고통을 한 몸에 안고 누워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백남기 농민의 문제 해결이 이 땅의 농민 문제의 해결과 함께 묶여 있기 때문에 같이 풀어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갖도록,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이 농성장 외에 다른 수단도 생각 중이다. 백남기 농민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이 농성장을 사수하고 지킨다는 각오 하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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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2016-03-04 10:12:13
좋으신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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