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화물차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화물차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 김은영 기자
  • 승인 2016.03.10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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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화물연대 풀무원 분회 윤종수 분회장

“화물노동자가 죽어갑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풀무원 본사 앞에는 꽃샘추위와 함께 화물연대 풀무원 분회 노동자들이 걸어 놓은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낀다.

하지만 플래카드에 관심 가지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지나가는 행인들도 연일 벌어지는 일이라는 듯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지나쳐 버린다.

풀무원 제품을 차량으로 운송하는 화물연대 소속 지입차주들의 목소리는 지쳐가고 있다. 전면파업에 들어간 지 6개월을 넘겼다. 생계 수단도 끊기고 아이들은 파업으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만 기다리고 있다. 봄이 왔지만 이들 가족들에게 함께 하는 일은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18일 청주지법은 후레쉬물류측의 손을 들어줬다.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윤종수 분회장과 인터뷰를 통해 양쪽 상황을 되짚어 보았다.

 

▲ 윤종수 풀무원 분회장<화물연대 제공>

 

-풀무원 측에서는 지난 해 1월 노사 간 합의가 되어 12개 안을 사측에서 수용했다고 밝혔다. 임금인상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2015년 1월 인상? 11톤 기준으로 510만원인데 오른 게 아니다. IMF 수준이다. 그 때 당시 금액이다. 20년 전 금액이다. 그 때로 원상복귀 된 것에 불과하다.

 

 

-사측에서는 현재 후레쉬물류 소속 지입차주들에게 돌아가는 임금 수준이 동종업계 수준 보다 더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금도 동종업계보다 높다는 입장이다. 유가보증금도 가장 많다고 한다.

▲유가보증금 많이 준다? 유가 보증금이 뭔가. 한마디로 나라에서 보조해주는 금액이다. 많다는 건 그만큼 노동 강도가 세다는 뜻이다. 즉 일을 제일 많이 시킨다는 의미와 같다. 우리 40대 노조원 평균 근무시간이 19시간에 달한다. 하루 24시간 중 19시간이다. 사람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는 시간이다.

 

 

-사측 주장에 따르면 동종업계의 경우 11톤 기준 평균 운행시간이 13시간인데 반해 여기는 평균 11톤 11시간(대기시간 2시간)이라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인가.

▲다시 사측에 묻고 싶다. 그게 어떤 기준으로 그렇게 셈 한 것이냐고. 하루에 20시간 일한 적도 있다. 그만큼 일을 시켰다. 그걸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 요구는 단순한 것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인간답게 대우해달라, 조정해달라고 선처를 구한 것이다.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으니 노조를 만든 것이다. 십수년간 일을 해오면서 노조를 설립한 것이 지난 2014년 11월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더 얻으려 했다면, 다른 목적이 있었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일을 해오고 있지 못 했을 것이다. 노조 설립일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우리 노조원 가운데는 20년간 일한 사람이 2명이나 있다. 19년 된 사람도 1명 있다. 14~15년 된 사람들은 많다. 지금 현실이 그렇게 힘든 거다. 그래서 노조를 만들었는데 이제 노조를 만드니 노조를 깨려 한다. 지금의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은 회사가 노조를 깨길 바래서 그런다고 생각한다. 노조만 없으면 지금과 같이 일을 시킬 수 있으니까.

 

 

-사측은 차량에 부착된 그룹 CI 등을 훼손해서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풀무원 측은 빨간 페인트로 차량의 브랜드 로고를 훼손한 사진을 확보해서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도색유지계약을 유지하지 않겠다면 백색으로 도색해라, 그렇게 하면 페인트 가공비용도 지급하겠다는 등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 사측에서도 대화를 하고 싶은데 도색유지와 관련해서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 타협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는데.

▲도색 유지 계약서 문제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도색유지 계약서 문제를 들어 언론플레이 하는 것은 사실은 노조 활동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우리의 노조 활동을 원치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도색유지 서약서도, 우리가 노조를 만들고 나서 만든 것이다. 우리가 일 시작한지 20년이다. 그전에는 왜 안 중요했나?

 

 

 

 

-사측에서 공개한 ‘도색유지서약서’를 보니 지난 2015년 1월에 상호 협의한 것으로 나오는데 사실인가.

▲상호 협의한 것은 맞다.

 

 

-사측에서는 도색 유지를 하기 싫으면 백색으로 칠하라고 하며 도장 비용도 대겠다고 하는데 왜 백색으로 도장하지 않았는지.

▲사측이 먼저 약속을 깬 것이다. 원래는 풀무원 로고가 아닌 엑소후레쉬물류 로고로 바꾸겠다고 사측과 협의해 결정지었다. 노조가 들어오니까 풀무원 로고를 엑소로 바꾸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분회 이름도 엑소후레쉬분회로 바꿔달라고 요구해서 수용했다. 그래서 2015년에 진짜 분회명을 바꿨다. 그리고 엑소후레쉬 도색을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백색 도장을 하라고 의견이 하달되었다. 어디서 나온 말이냐 했더니, 엑소측에서는 “풀무원 본사 전략기획실 지침”이라고만 했다. 우리와 처음 약속한 것을 어기고 백색도장을 하라니 할 수 있겠나? 당시 노조원이 105명으로 늘어난 상태였다. 노조원 중에는 고정으로 일을 하지 않는 비정기적 운송차량인 ‘용차’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 차량의 색은 백색이다. 일을 주면 하고 없으면 놀아야 한다. 이들은 노조 가입 전에는 꾸준히 일을 받아서 했는데 노조에 가입했다고 하니까 일주일에 겨우 한 건, 이렇게 일을 준다. 먹고 살 수가 없어진 거다. 노조 가입 했다고. 이러한 차들이 10대였다. 운수회사 사장이 화물연대를 탈퇴하면 다시 일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용차 노동자들은 전원 다 탈퇴했다. 왜? 살아야 하니까….

 

 

-용차 노동자들을 보면서 어떤 위기감 같은 게 들었나.

▲그렇다. 우리가 백색으로 도색하는 순간, 우리도 일거리를 고정적으로 받지 못하는 용차 노동자들과 같은 신세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두려움이 쉽게 백색도장을 할 수 없게 만든 거다. 사측에서는 백색도장이 된 차량은 ‘용차’니까, 언제든지 더욱 더 ‘갑’의 입장에서 일을 부릴 수 있을 것 아닌가? 살기 위해, 너무 힘들게 일을 해서 좀 더 사람답게 노동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는데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는 현실이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다.

 

 

-사측에선 로고를 그대로 유지하는 이유가 수천만원의 차량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풀무원 로고가 붙은 차량은 사고 팔 때 프리미엄이 있다. 백색 도장이 된 용차로 차를 뽑으면 1억원이다. 여기에 냉동탑을 올리면 1억 2000~3000만원, 풀무원 로고를 붙인 차량은 1억 8000만원이 된다. 그렇게 사서 일을 하고 있는데 백색 로고를 붙이면 어떻게 되겠나. 가장 큰 문제는 지난해 2월 2일 “백색도색을 하겠다”며 엑소후레쉬 측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해온 것이다. 우리는 따졌다. “아니, 왜 후레쉬 로고 단다고 약속해놓고 백색도색으로 가나?” “회사에서 원하니까 방법이 없다. 정 원하면 방법이 있다” “그게 뭔가?” “로고를 탈부착하게 해주겠다” 이렇게 귀띔해왔다.

 

 

 

 

-그게 무슨 말인가. 백색도색을 하라고 하고 다른 방법이 있다고 말했단 건가.

▲그렇다. 도색유지 서약서를 쓰면 로고 탈착을 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전체 90명 중 40명이 찬성을 하고 도색유지 서약서를 썼다. 나머지 50명은 서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유지계약서를 쓴 40명을 제명해야 하나? 표결에 부쳤다. 다 월급 받고 살자고 노조 만들었는데 그 사람들을 저버릴 수가 없었고 나머지 인원들은 다 유지계약서에 사인을 하기로 한 거다. 그게 지난해 1월의 일이다.

 

 

-지난 9월부터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생계가 막막할 것 같다.

▲파업 중이니까 당연히 임금은 없다. 카드빚 내서 다들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문제는 운송료다. 임금이야 일 안하고 있으니 당연히 없는데 파업하기 전 차주들이 미리 지불하고 운행했던 운송료(유류대)가 입금이 안 되고 있다. 막막할 뿐이다.

 

 

-지불해야 할 사측은 엑소후레쉬물류와 계약을 맺은 대원냉동 측이다. 이들의 입장은 무엇 인가.

▲그들도 하는 말은 같다. “합의점을 찾아 찾아나가자, 대화로 풀어나가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너희가 “26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원냉동 측은 파업이 끝난 후 파업 비용을 공제하고 유류대를 향후에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9명이 복귀를 했다. 다행히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은 탈퇴는 안 한 상태다. 사측에서 내라는 3000만원을 손해배상하고 들어갔다. 왜? 당장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리고 우리에게도 계속 회유하고 있다. “30개월 할부로 해주겠다”고.

 

 

 

 

사측은 지금 안 들어오면 손해배상 금액을 70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단다. 윤 분회장은 억울하다고 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한 가지. ‘대화’, ‘열린 대화’를 원한다.

이들은 엄동설한 겨울 내 영하 18도의 추위에서 4명이 부천 원혜영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천막살이를 했다. 수서 풀무원 본사에도 공원 앞에 천막을 치고 사측과 대화하길 기다리고 있다. 윤 분회장과 소속원들은 성수동 이마트 앞에서 풀무원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작고 힘없는 목소리지만 이들은 오늘도 대화의 길이 열리길 희망하고 있다. 이제 9명이 사측이 원하는 요구사항대로 복구해 32명만이 외롭게 남은 상태다.

이제 봄이 온다. 봄바람 타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상생의 장으로 나아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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