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난 지 70년 넘었지만 몇 명 끌려갔는지 아직도 파악조차 못해”
“전쟁 끝난 지 70년 넘었지만 몇 명 끌려갔는지 아직도 파악조차 못해”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03.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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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1회

 

“할머니들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양국 정상의 노력을 평가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얘기다. 반 총장이 지난 11일 유엔본부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 한명인 길원옥 할머니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대표도 함께 했다. 반 총장은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최종합의안에 대해 당시 환영성명을 내 논란을 일으켰다. 윤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대협을 비롯한 30여개 국제인권단체 명의로 위안부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반 총장에게 전달했다.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최종합의안을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피해 할머니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시민들은 연일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일부터 20일까지 미국을 방문한 윤미향 대표와 길원옥 할머니는 9일엔 주미일본대사관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한 뒤 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열기도 했다.

“할머니들 같은 경우에는 독립이랄까 광복이랄까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오는 날들조차도 소외되었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아프고, 대통령이 ‘역대 정부가 못한 위안부 합의를 해냈다’는 자랑에 기가 막히다.”

윤 대표는 “할머니들은 광복 70주년이 이렇게 고통일 줄 몰랐다고 하신다”며 “설날 때는 정부에서 할머니들께 편지를 보냈는데 똑같은 말로 ‘정부가 최선을 다했다. 역대 정부가 하지 못했던 거 이 정부가 해냈다’라고 했다”며 어이없어 했다.

“합의는 ‘피해자 중심’의 합의가 아니다. 유엔과 국제사회에 준한 인권 원칙이 전혀 없고 전쟁 당사국 일본이 저지른 불법적인 위안부 범죄를 나타내는 명백한 조항조차 없다”는 윤 대표는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책이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이는 또 다른 폭력”이라고 강하게 일갈했다.

윤 대표는 또 “감춰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 역 사정의 또한 올바로 세워져 피해자 분들의 인권도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한신대 신학과 출신으로 목회자를 꿈꾸다가 정대협 간사를 맡아 발을 들여놓은 이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25년을 함께 해왔다.

“합의안에 반발하자 빨갱이 내지 종북주의자로 모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권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그렇게 색깔을 입히는 것 같다. 일본과 과거사를 푸는 문제는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 정권이 위기가 올 때마다 약자들의 아픔을 이용해서 그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 행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구나 하는 것이 느껴진다.”

다음은 윤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3회로 나눠 게재된다.

 

-여러 가지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또 한 번의 3.1절이 지났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오늘날 우리에게 3.1절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피해 할머니들의 “우리는 아직 해방이 온 게 아니다”는 말씀 속에 그 의미가 가장 잘 녹아져 있다고 생각한다. 97년 전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던 순국선열들의 뜨거운 외침처럼 현재도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이 외침은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일본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강제로 연행한 증거가 없다고 변명을 하고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매춘행위였다’는 망언으로 피해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등 명예를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우리에게 진정한 해방은 오지 않았다.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전한 자주독립국가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영화 '귀향'의 장면

 

 

- 영화 ‘귀향(鬼鄕)’에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귀향’이란 영화제목을 보면, ‘귀(鬼)’자를 썼다. 어린 소녀들이 끌려가 죽어서 혼(鬼이) 된 뒤 고향(鄕)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런 시점에서 ‘귀향’이 우리 국민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아직도 전쟁터로 끌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여성들이 있다. 그리고 그 진실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지난 12월 28일 한․일 정부 간에 체결된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말할 것도 없이 무효라는 사실을 모든 국민이 안다. 1919년 기미년 만세운동이 있었던 해로부터 2016년까지 97년째인 3.1절 ‘12.28 한․일 합의는 무효’라고 선언하며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 일본 패망 후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 20만 명(2013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는 약 8만~20만명이다.) 중 2만 명이 귀국했다는데 현재 몇 분이 생존해있고 근황은 어떤가.

▲20만 명이라는 수치는 추정치에 불과하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몇 명이 희생을 당했는지, 몇 명이 살아 귀환했는지 사실을 알 수가 없다. 단지, 지난 25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다고 신고하신 분들이 남쪽에만 238명이었고, 북쪽은 250여명이었다. 남북 모두 합해 봤자 5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현재 생존자는 북쪽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남쪽에만 44명이 생존해계시지만, 이 분들 평균연령도 90세를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한 시기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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