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오른쪽)

 

-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두고 한․일 간에 또 다른 외교적 쟁점이 되고 있다.

▲한국정부가 소녀상을 철거하는 것은 정부의 소관이 아니라고 계속 밝혔고 국민 앞에 공언 을 한 상태이므로 철거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을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 한국인의 국민감정은 철거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그렇게 공언해놓고도 지난번 '12.28 합의문'에 아무런 논의도 없이 소녀상 철거를 포함시켜 너무나 당혹스럽다. 비상식적인 합의안을 밀어붙인 한국정부가 이전에 표명한 공언대로 중립을 지키기를 바란다.

 

 

 

- ‘12.28 최종합의문’에서 중대한 쟁점을 지적한다면.

▲그동안 정대협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서서 활동을 함께 해온 피해 할머니들이 합의문 발표가 있자마자 즉각 거부입장을 표명했다. 그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무엇보다 ‘피해자 중심의 접근 원칙’이 무시당한 합의였다. 이 합의에서는 피해 당사자가 배제되었으며, 피해자들의 요구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원천무효 합의다.

또한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한 합의였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반인륜 범죄라 지목했지만, 일본정부는 피해자들에게 단 한 번도 범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대협은 일본정부에 대해 진상규명을 할 것과 공식 사죄,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역사교육, 추모사업, 망언에 대한 반박과 재발방지 조치 등을 강력히 요구해 나갈 것이다.

 

 

 

- 일본정부가 10억엔의 재단출연금을 내놓겠다고 했다.

▲합의문은 일본의 모호한 범죄인정과 사과가 이루어진 문서일 뿐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가적 범죄라는 걸 한 줄도 인정하지 않았으며, 위안부가 성노예제였다는 사실과 그 불법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즉, 무엇에 대한 정부의 책임 인정인지 확인할 수 없는 그런 합의였다. 법적책임이 결여된 상태에서 내놓겠다는 10억엔의 재단출연금도 제2의 아시아여성국민기금 출연방식에 불과하다. 이런 배상은 이미 1995년에 피해자들이 강력히 반대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기시다 외무상은 위안부 재단출연금과 관련한 회견에서 "전적으로 배상이 아니다"는 말로 회피하고 법적 책임을 부인하면서 "일본이 잃은 것은 10억엔 밖에 없다"면서 또 다시 상처를 주었다.

 

 

 

- 한․일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합의문에는 피해자에 대한 인륜적 후속조치가 빠져 있다. 단지 피해자들의 마음 상처를 치유한다는 명목으로 임시조치적인 출연금재단 설립을 한국정부가 먼저하고 일본정부가 자금을 출연한다는 교묘한 방식으로 피해갔다.

그 후속 조치 의무조차도 피해국인 한국 정부에 모두 떠넘기고 있다. 또한 다시는 국제사회 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등 가해국 일본정부가 내놓은 부당한 조건 부 합의는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한 근본적인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한․일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비극의 재발을 방지해야 할 책임이 가해국과 피해국 쌍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며 졸속처리했다.

그럼에도 양국정부가 이번 합의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고 선언함으로써, 20여년간 쌓아온 정대협과 시민단체의 여망을 정부가 꺾어버렸고, 결국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회복은 물거품이 되었다. 오히려 미래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고 역사인식에 있어 커다란 걸림돌을 만들었다.

 

 

 

-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일본은 미국과 방위협약을 맺고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 야욕까지 드러내며 군비 증강과 군대 파병을 위한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이래 전쟁을 할 수 없도록 평화헌법으로 묶어 놓은 전쟁범죄국이다. 그 전범국에게 다시 군대를 보유하게 하고 전쟁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과거의 불행을 다시 반복하는 자살행위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피해 할머니들의 간절한 소망인 '또 다시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생겨서 는 안된다'는 말씀을 상기해야 한다. 두 번 다시 한반도에 전쟁이 없어야 하며, 일본 자위대가 이 땅에 상륙하는 일이 없도록 힘을 뭉쳐야 할 때이다. 또한 남북한이 평화와 통일을 앞당길 수 있도록 화해의 물꼬를 터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1953년에 맺은 휴전협정이 아닌 완전한 종전이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 한․일 간 역사인식 차이가 개선되지 않는 현 시국에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과거 일본침략을 겪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이다. 그 말이 뼛속 깊이 우리 민족을 향한 교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나간 역사를 아프다고, 불편하다고 덮어둔다면, 우리의 미래는 과거와 같은 어둠을 다시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따라서 지난 역사를 올바르게 청산하고,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확실하게 촉구하는 일, 그 일을 위해 국민 모두의 뜻을 모아야 할 때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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