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보다 노동자 임금 올리는 게 경제부양에 훨씬 효과적”
“부자감세보다 노동자 임금 올리는 게 경제부양에 훨씬 효과적”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03.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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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학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학장

 

- 외국의 노동교육과 노동인권 교육 실태는 어떤가.

▲ 독일에 살던 한국인 학부모 자녀가 학교에 갈 연령이 되어 취학통지서가 와서 읽어 보니 마지막 문장에 경고문이 있었다. 그것은 귀댁의 자녀에게 입학 전에 선행교육을 하면 학교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경고였다. 사교육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독일은 사교육이 없다. 한국의 부모들에게 이것은 상상이 안 되는 일이다. 우리애가 꼴찌 하라고? 해서 아빠가 아이에게 독일 알파벳 등을 미리 가르쳤다. 며칠 후에 담임교사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거의 분노하는 어투로 “왜 그렇게 비겁하게 하는가. 당신 아이만 100m 달리기에서 50m 먼저 뛰 게 하고 싶었는가. 그 아이가 평생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하며 사는 아이로 만들고 싶은가. 그 아이가 인간성이 나빠지면 당신이 책임을 질 것인가. 왜 교육을 학교에 맡기지 않는가?”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부부는 부끄러웠다. 영국도 아이들 선행학습을 ‘커닝’하는 것보다 더 부도덕하다고 가르친다. 절대 미리 배우지 말라는 것이다. 프랑스도 유치원에서 알파벳이나 구구단을 가르치면 유치원 허가를 취소할 정도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노동교육과 노동인권교육 현실은.

▲ 한국처럼 노동교육을 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다. 노동이라는 단어가 한국교과서에 아 예 없다.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의 인식차이는 엄청나다. OECD 경제국가에서 이런 교육을 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의 사회교과서에는 노동 운동사와 미국 노동사에서 실패한 파업과 성공한 파업이 기술되어 있다. 그것도 부문별 노동조합인 교사노조와 철도노조, 공무원노조 등이 어느 주에서 처음 노동운동을 시작했는지 수록되어 있다. 한국은 중고등 사회교과목이 모두 63종이다. 그걸 전수조사를 한 적이 있다. 1만7000쪽에 달하는 책에 노동이라는 단어자체가 없다. 노동에 관한 인식이 없이 학생들이 졸업 후에 직장에 다니게 되면, 그만큼 피해를 그대로 입을 수밖에 없다. 노동인권의 권리를 침해당해도 침해인줄을 모른다. 대부분 노동자가 되는데 당해도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엔 서울시 교육감이 특성화 노동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가 여당으로부터 질타를 당하고 학부형에게 사과를 하라는 압박을 받기도 했다.

 

 

- 노벨수상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교수가 부자감세보다 노동자 임금 올리는 것이 경제부양책에 효과적이라는 말을 했다.

▲ 미국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이자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2008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경제이론에서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노동자와 서민의 임금을 올려주는 것이 경제악화를 막는 지름길이다’고 말한 바 있다. 부자감세보다 노동자 임금을 높이는 것이 경기부양에 훨씬 더 효과적임을 밝힌 것이다. 이것이 크루그먼의 지론이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론이다. 한국은 이런 교육을 하는 교수가 거의 없다. 주류경제학자만이 득실거릴 뿐이다. 오로지 기업입장에 맞는 경제 분석을 내놓을 뿐, 노동자측을 고려하는 교수는 찾아볼 수 없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부자들은 돈을 가졌기 때문에 건물 임대료 좀 더 올려 받았다고 돈을 더 쓰지 않는다.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돈 쓸 곳은 많은데 없어서 못 쓴다. 따라서 서민들에게 돈이 풀리면 시장으로 곧바로 흘러들어 간다. 이 돈은 계속 멈추지 않고 동서남북으로 돌게 된다. 고스란히 경제성장 요소가 되는 것이다. 부자감세보다 노동자 임금을 올리는 것이 훨씬 경제부양책에 효과적인 이유다”는 심오한 말을 했다. 이것이 경제학에 서 말하는 ‘건전한 내수’다.

 

 

- ‘천민자본주의’라고 비난받기도 하는 미국은 어떤가.

▲ OECD국가 중에서 노동자가 집권해서 정치 세력화가 안 된 나라는 두 나라뿐이다. 미국과 한국이다. 그런데 미국의 민주당은 나름 진보 정당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정치자금이 엄청나게 필요한 구조다. 민주당 정치자금의 절반이 미국인 노동자에게서 나온다. 또한 민주당의 경우 노조에서 반대하는 사람이 후보가 된 적이 없다. 미국에서는 민주당이 나름대로 자본주의 내에서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이다. 그러니까 오바마의 “노조에 가입하고 싶다”는 말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지금의 두 배로 인상한다는 법안을 내놓으며 의회에서 결의해줄 것을 촉구했다. “만약 여러분 중에서 지금의 최저임금을 가지고 부양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번 그 돈으로 살아보라”고 의원들에게 말했다. 그것이 정당하다면 그 돈으로 당신들도 살아보라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법안에 찬성하라고 촉구했다. 이렇듯 미국의 집권당인 민주당은 직접 노동자를 대변하기도 하며 노동조합과 대치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도 노동자를 탄압했다. 미국의 민주당은 그렇지는 않았다.

 

 

- 미국발 리먼 브라더스 금융위기 당시에 세계 각국이 노동자 임금을 올리는 정책을 썼다.

▲ 지난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에 미국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금융위기를 초래 했다. 미국 발 금융 쓰나미가 전 세계를 강타할 시점에 독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사르코 지 대통령, 일본 후쿠다 총리, 중국 원자바오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이 발표한 경제정책을 보면 놀랍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과 맞섰던 정통보수주의자다. 프랑스 사르코지는 유럽에서 별명이 ‘신자유주의 전도사’이자 보수우익의 기수다. 그런데 이들이 취한 행동은 같았다. “빨리 노동자 임금을 올려라”였다. 미국 발 경제위기가 곧 강타할 것이니 임금을 즉각 풀라는 지시였다. 기업이 가진 돈을 신속히 노동자에게 풀어서 각 가정에 돈이 돌게 하라는 것이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도 경제위기 극복 대안으로 ‘중국은 더 이상 저임금 국가가 아니다’고 천명하고 노동자 임금을 올렸다. 하지만, 한국의 MB 정권은 오히려 ‘기업프렌들리’ 정책을 펴면서 허리띠 졸라매라는 식이었다. 대통령 업무 인수위원회 때부터 전 국민의 임금을 동결했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책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 하종강 교수 저서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 그렇다면 한국은 왜 선순환적 노동정책을 취하지 않았는가.

▲ 한국의 자본주의 성장과정을 잠깐 살펴보자. 일본 식민지 36년과 6.25 동족상잔을 3년간 겪으면서 남북한이 분단되었다. 이후 군사정부 30년이 흘렀다. 조선 구한말 190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본주의 뿌리가 내리기 어려운 시대적 여건이었다. 조선말기 일본에 의해 도장 하나로 나라가 넘어갔다. 회사 하나를 팔아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사회체제가 단 하나도 바뀌지 않은 채 식민지가 된 것이다. 물론 식민지가 된 나라는 우리만이 아니다. 그런데 식민지에서 해방된 이후 분단된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뿐이다. 분단된 이후로도 사회체계가 바로 잡혀지지 않았다. 식민지의 잔재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한국은 해방이후 분단이 되는 과정에서 친일파 청산이 안됐고, 계속해서 정치적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정치적 편향을 갖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노동자들을 대변해주어야 할 야당이 극도로 무기력한 상태다.

▲ 그저 무능할 뿐이다. 아는 후배가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에 청년비례대표를 신청했는데, 자신의 순수한 정치적 공약 등을 소개해야 하는데, 자기 이외에 노동권, 노동문제 등 노동정책을 해본 후보자가 한 사람도 없다는 거다. 더민주당 토론회에서 ‘왜 이 당에 왔나, 노동당이나 정의당으로 가면 될 텐데…’ 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노동’이라는 말은 하지 말고 그냥 ‘근로(勤勞)’로 쓰라고 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학 교수들을 보면, 그들의 복장에서 대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구별이 된다. 학생들이 넥타이에 정장을 입은 교수를 ‘프로페서(Professor)’라고 부르면 공화당 지지자다. 반면, 청바지에 캐주얼 복장을 하고 친구처럼 지내면, 그 교수는 대부분 민주당 지지자다. 한국은 여당 지지자나 야당 지지자나 복장에서 구별이 안 된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의 여당이 미국의 공화당과 비슷한 당이고, 더민주당을 미국 민주당으로 보는데 이건 착각이다. 더민주당이 미국의 공화당과 같은 정당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 노동자들의 정치권 진출과 정치세력화 대한 생각은.

▲ 우리나라는 노동계의 정치적 세력화를 매우 불순하게 본다. 그래서 파업을 할 때 정치적 요구가 있으면 그 자체를 불법파업으로 간주한다. 우리나라는 노동조합쟁의에 관해서만 파업을 할 수 있다. 노동조건 개선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비근한 예로 과거에 철도노조가 파업을 할 때, 모든 법규를 다 지켰는데 불법이 된 것은 요구조건이 정부의 철도민영화 정책 반대였기 때문이다. 노동쟁의가 정치적 사안에 반대하는 것을 불순하게 본다.

본래 노동운동이 정치세력화로 나가는 것이 유럽에서 보면 올바른 순서다. 편향적인 시각 은 버려야 한다. 오히려 유럽의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사회발전 법칙에 ‘양질전화(良質轉化) 의 법칙’이 수록되어 있다. 이는 ‘양적으로 축적되면 질적으로 변화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사회발전 변화의 3대 이론 중 하나다. 이것을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로 지목하고 아예 교과서에까지 넣고 있다. 그러니까 노동조합원 수가 많아지고 힘이 커져도 그것 자체는 노동운동일 뿐이다. 그렇게 정당을 만들어 정치세력화 하면서, 집권을 하면 많은 복지제도를 바꾸고 개혁을 통해 완전히 다른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대표적인 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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