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발주 공사 ‘대변화’

재계의 저승사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최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와 20개 공공기관과 합동으로 공공발주 공사에 대해 ‘하도급대금 직불제 추진 방안’을 마련했다.
이는 공사․장비․임금․자재 대금이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공공발주자로부터 하도급업체에게 직접 지급되는 제도를 말한다. 그 동안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왔던 공정위는 올 한 해 동안 공공발주 공사 절반에 대해 ‘하도급대금 직불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하도급 대금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건설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불렸던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가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공정위가 최근 칼을 빼들고 해결책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직불금 규모는 총 16조원으로 전체 발주규모 34조 2485억원의 47%를 차지한다. 이중 지자체가 5조 3315억원, 공공기관이 10조 6154억원을 부담한다.

하도급대금 미지급은 하도급업체들에게 직접적이면서도 가장 큰 피해를 유발해 왔다. 최근 5년간 전체 하도급법 위반 행위 5834건 중 3567건(61%)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적인 법위반 행위로 꼽혀왔다.

지난 3월에는 공정위 사무처장을 의장으로 하고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하도급대금 직불제 추진협의회’가 구축되기도 했다.

여기엔 토지개발 분야(토지주택공사,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교통․항만 분야(철도시설공단, 도로공사, 철도공사,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환경․에너지 분야(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한전, 한수원,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남동발전, 동서발전, 환경공단) 등으로 구성됐다.
 

공정위 “해결 급선무”

직불규모와 비중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토지개발 분야 4조 7905억원(직불비중 37%), 교통․항만 분야 4조 7492억원(46%) 에너지․환경 분야 1조757억원(24%)이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서울․경기․인천․강원 등 중부권이 2조 4707억원(직불비중 86%), 영남권(경남․북, 대구, 부산, 울산)이 1조 796억원(73%), 호남권(전남․북, 광주, 제주)이 9499억원(77%), 충청권(충남․북, 대전, 세종)이 8313억원(72%)을 차지한다.

하도급대금 직불 유형으로는 ‘하도급지킴이(조달청 운영)’, ‘상생결제시스템(산업부 운영)’, ‘대금e바로(서울시 운영)’ 등 대금직불시스템을 활용한 직불과 직불조건부 발주를 통한 직불, 발주자와 원․수급사업자간의 사전 합의를 통한 직불 등이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방안은 우리나라 하도급업체들의 가장 절실한 애로사항인 대금미지급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나아가 중소기업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지원해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하도급대금이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발주자로부터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되는 경우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대금지급 보증의무를 면제해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공공사에서 발주처가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하청 업체들에게 공사 대금을 직접 주는 ‘하도급 대금 직불제’가 시행됨으로써 해당 중소기업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올해 하도급 직불제 도입 대상은 광역지방자치단체 17곳과 LH, 철도시설공단 등 공공기관 20곳이 발주하는 16조 원 규모의 사업이다.

이는 1년 전보다 2.5배 늘어나 전체 공공공사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하도급 직불제가 시행되면 원사업자와 하도급 업체가 계약 단계부터 계좌를 따로 만들고, 발주처는 이를 통해 임금과 자재 대금 등을 직접 지급하게 된다.
 

노조 “직접 임금 지급”

공정위는 민간에는 강제할 수 없지만 공공분야에서라도 하도급 직불제를 도입하면 중소 건설업체들이 원사업자인 대기업에서 돈을 못 받는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는 하도급 대금 직불제가 시행될 경우 현재는 한정돼 있는 원사업자의 대금지급 보증의무를 대금 직불시스템을 활용한 직불, 직불조건부 발주까지 확대해주기로 했다.

하도급업체들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그동안 대기업납품 중소협력사의 가장 큰 숙원 사항 가운데 하나였던 하도급대금 직불제가 시행되면 귀책사유 없이 억울하게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 노동자들은 공사 대금이 임금으로 지급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여서 직불제가 노동자에게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건설노조는 성명을 통해 “건설 현장 임금 체불의 97%가 공공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공정위는 하도급업체의 ‘먹튀’를 부추길 게 아니라 발주자가 노동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이번 대금직불시스템은 발주자가 계약체결 단계에서부터 원청업체, 하도급업체 등에 각자 입금계좌를 개설하도록 하고 대금액, 지급시기 등 계약내용을 시스템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도급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 공정위의 움직임이 업계의 고질병을 고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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