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악화일로,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악화일로, 누가 책임질 것인가?”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06.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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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1회

우리 사회에서 ‘인권(人權. Human Right)’이란 말은 여전히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일제 36년과 6.25전쟁, 군부독재 시대는 물론이고 민주화열망이 불타올랐던 1987년 이후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국민들의 인권은 묵살되기 일쑤다. 재벌경제체제에 종속된 수백 만 노동자들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조차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다. 1970년대 시작된 사회인권운동은 군사정권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밟고 일어선 ‘횃불’이었다.

20대 학생시절부터 인권운동에 투신한 박래군(55)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평생 ‘인권’ 외길을 걸어온 ‘인권전도사’다. 과거 그와 함께 했던 많은 운동권 출신의 지인들은 정치권 등 이른바 제도권으로 유입됐고 그는 홀로 남았다.

 

▲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개인적으로 정치보다 시민사회운동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견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지금 인권단체가 위기다. 인적자원도 부족하지만, 불신을 받는 것도 문제다.”

“한국 사회는 인권이 퇴보되면서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악화일로 상태다. 문제는 이것을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이다. 이런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인권의식이 살아나 자발적인 사회운동 확산이 매우 절실하다”는 박래군 상임이사의 입을 통해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인권재단 ‘사람’은 어떤 단체이며 그동안의 활동상황은 어떤가.

▲ 인권단체들은 규모가 큰 시민단체보다 태생적으로 매우 작고 영세하다. 한마디로 구멍가게다. 현장에서는 인권문제 사건이 빈발하지만, 소수 인력만으로 처리하는데 한계가 많다. 대부분의 NGO 인권단체들의 경우 인권활동은 빡센데 재정적 뒷받침이 열악하다. 또 먹고 사는 문제와 노후대비도 불투명하다. 실태를 보면, 월 100만 원 이하가 많고 소득이 제로인 사람도 많다. 알바로 생계유지를 하니 단체 활동비도 없고 단체발전은 기대도 못한다. 결국 모두 지치게 된다.

인권재단은 이런 실정의 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2년 6개월 동안 1000여 명의 독지가들로부터 약 9억6000만 원의 기금을 모았다. 또 ‘365기금’도 있지만, 모두 인권활동가를 돕는데 쓰인다. 인권운동측면에서 보면 이런 일은 거의 기적이다. 후원금도 십시일반으로 만원, 2만원, 결혼 축의금과 돌잔치 축의금을 낸 분들의 마음들이 모여진 귀한 돈이다. 이런 재원으로 활동가를 위한 포럼을 만들고, 인적자원 발굴지원, 최저생계비를 받도록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다. 한국의 기부문화도 전환점을 맞을 때가 됐다. 자유와 평등, 가치, 인권 등의 정신문화가 먼저 뿌리를 내려야 하지만, 사실 시민들은 이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인권이 살아있는 선진국처럼 시민들의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

 

 

- 재정적인 여건이 형성되면서 최근에 추진하는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 여러 일들이 많지만, 가급적 잔가지들은 줄여가면서 인권재단 업무와 4.16연대 일에 집중하고 있다. 요즘은 ‘손잡고’와 손해배상압류 해결에 총력을 쏟고 이들의 아픔을 줄여주려 한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집안이 거덜 난다. 아예 노조가 와해될 정도로 잔인하다. UN에서도 너무 잔혹하다고 지적했다. 19대 국회에서 손해배상관련 법안 발의를 했지만 불발됐다. 정부도 파업자에 대한 민형사상처벌 조항 폐지에 대해 답이 없다. 사업주와 노동자와의 불신의 골이 너무 깊다. 문제는 사유재산권 제도다. 이는 19세기 전근대적인 권리법이다. 20세기 수정자본주의를 거쳤지만, 아직도 사유재산을 신성불가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풍조다.

선진국에서는 공공이익을 위해서 국가가 사유재산권을 일정부분 침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는 사유재산권이 권력이다. 민법도 문제다. 기업주가 파업을 당하면 피해액만큼 노동자에게 피해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사고가 팽배하다. 법원도 노동 3권을 부정하는 판결을 계속 내리면서 고통을 가한다. 2년 전 쌍용자동차 파업노동자에게 내린 47억 손해배상판결만 해도 그렇다. 큰 틀에서 법제를 바꿔야 하지만, 19대 국회가 실패했다. 인권재단은 ‘손잡고’와 함께 노동전문가, 변호사 등과 공동연합을 통해 20대 국회에서 손배법 개정을 재추진할 것이다.

 

 

- 시민사회운동, 노동운동 등을 하다 제도정치권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박 이사는 여전히 재야에 있다.

▲ 정치보다 시민사회 저변확대에 매진할 것이다. 주위의 동료들은 주로 변호사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은 NGO단체가 위기다. 위기의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인적자원 부족과 이들에 대한 불신이 문제인데 이를 바꿔가야 한다. 또 하나는 중앙정치무대로 활동가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돈과 인력조직이 탄탄한 지자체 등에서 인권조례 등을 만들 때, 열악한 상황의 운동권 사람들을 흡수해 가는 일이 빈번하다. 인권단체와 기관과의 협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런 일이 불가역적으로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이를 비난해도 소용없다. NGO 단체들의 역량을 더 강화시켜 나가는 수밖에 방도가 없다.

 

 

- 양심수 석방, 고문추방, 군 인권, 의문사 진상규명 활동과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반대운동, 용산 철거민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위원장 활동 등을 하다 세 차례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 용산 사태 당시 고통을 같이 나눈 사람들이 있었기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젊은 시절 20대 때 운동하다 잡혀 구치소에 갇혔을 때는 툭하면 두들겨 맞기도 했지만…. 그나마 맷집이 있었으니까 살았다(웃음). 힘들었지만 견딜 수 있었던 건 같이 고생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권문제로 찾아오는 분들은 소위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모두 힘없고 억울하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저도 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는 과정에서 여론을 주도하면 힘을 얻는다. 힘없는 이분들, 공권력과 도저히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억울함을 풀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것이다. 사실 저도 이런 분들 때문에 힘을 얻는데 사람들은 그러는 저를 이해 못한다(웃음). 군대내 의문사 경우, 국가공권력에 의해 죽었지만 밝혀지지 않는다. 군대내 인권감시와 비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비리를 저지르면서 인권탄압을 통해 말을 못하도록 억압한다. 보이지 않게 지휘부가 이런 일을 저지른다. 때문에 군 인권문제는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한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국방부 옴부즈맨 등 인권관련 제도가 있지만, 지금은 모두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군 인권 감시를 위한 시민단체의 힘이 체계적으로 커져야 할 때다.

 

- 지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보훈처장이 불허했다.

▲ 이것은 과거 권력과 연관되어 있다. 현재 박근혜 정권은 과거의 권력이다. 80년대 유신시대나 전두환 정권 때와 같은 권력을 21세기 대한민국에 강제하려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강한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4.13 총선이 그렇게 표출된 것이다. 야당들이 난립했지만, 여소야대로 바뀐 것도 밑바닥 민심이 터진 것이다. 그럼에도 4.13을 무시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만 해도 그렇다. 이미 이 노래는 한국의 노래가 아니라, 아시아 민중들의 노래로 정착했다. ‘오월의 노래’에, 할머니 사망에 대해 ‘왜 쏘았지’ 하는 노래도 프랑스 노래에 가사만 붙인 것이다. 이런 보편적인 노래를 합창이냐 제창이냐는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너무나 편협한 일이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참사 발생 2년이 훌쩍 지났는데 그동안 활동을 해오면서 느낀 점을 얘기해 달라.

▲ 4.16연대는 세월호 책임자 처벌과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제 세월호로 새롭게 눈을 떴으며, 소수의 운동가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여서 갈 길이 멀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싶다. 사실 민주주의는 풀뿌리가 중요하다. 우리는 밑바닥이 너무 약하다. 바닥은 약한데 중앙권력만 군림하면 민주주의는 어렵다. 아래로부터 민주주의 토대가 강화돼야 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길을 가는데, 아무리 서두르고 지름길로 갔어도 모두 실패한 경험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 가능성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 2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곁에서 지켜본 유족들의 아픔, 그리고 그들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 유족들의 아픔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4.16 세월호 참사 이후로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국민은 희망을 잃고 국가를 잃었다. 이제 2년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시민사회단체의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 새로운 희망을 향한 강력한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크게 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 신호로 본다. 이들은 기존의 불신만 받는 운동권과는 확연히 다르다. 시민들이 스스로 움직이려는 자발성이 높고, 권위적인 것을 아주 싫어한다. 이들은 수평적 사고를 가진 30~40대로 특히 40대 아줌마들이 주축을 이룬다. 여성들이 중심세력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학생들이 사회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전국적인 대학생 사회모임들이 태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이 큰 틀을 다져 나가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울 것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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