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사람 써서 최대한 빼먹는 문화 정착, 어렵고 힘든 일자리 모두 알바”
“잠시 사람 써서 최대한 빼먹는 문화 정착, 어렵고 힘든 일자리 모두 알바”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06.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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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구교현 노동당 대표-1회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다. 노동자들은 최악이다. OECD 국가 중 가장 잘못된 산업구조와 고용 없는 성장 속에 인공지능과 로봇, 컴퓨터 발달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울고 간신히 얻어낸 일자리마저 하루아침에 빼앗기는 일이 다반사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법안은 노동의 절벽시대를 절감케 한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시급을 받으며 고달픈 알바를 하면서 산업재해를 당해도 하소연 할 곳 없는 ‘노동지옥’의 현장을 겪어온 노동당 구교현 대표(38)는 “한국은 최장 노동시간을 통해 사업주만 배불리는 구조다. 임금과 노동 조건이 최악이다. 이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줄인 만큼 일자리를 나누면 100만개가 늘어난다”고 강조한다. “이 문제에 대해 과거 MB정권이 근로시간 단축위원회를 열었지만 형식적이었다. ‘기업프렌들리’ 정책으로 재벌들은 관심조차 없었고, 최저 임금도 올리면 안 된다는 입장만 되풀이 한 결과 오늘과 같은 사태를 맞은 것이다.” 최저 임금 1만원과 주 노동시간 35시간으로의 단축, 국민기본소득제 보장을 주장하는 노동당 구교현 대표와 함께 이 시대 가장 불행한 이슈가 돼버린 노동현안들을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구교현 노동당 대표

 

구 대표는 2001년 사회당에 입당해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후 장애인 인권단체와 알바노조에서 인권․노동 운동을 해왔다. 2015년 9월 진보신당의 후신인 노동당 7기 당대표로 선출됐다. 구 대표는 여러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면서도 세차장, 택배, 햄버거 배달 등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2013년 8월엔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알바노조(알바연대)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4월 20대 총선에선 노동당 비례대표 2번 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노동당 정당득표율이 0.38%에 그쳐 당선엔 실패했다. 다음은 구교현 대표와의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알바노조 위원장 출신이자 4.13 총선에 노동당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해 ‘최저임금 1만 원법’과 ‘노동시간 주 35시간 단축’ 등을 공약했다. 반응이 어땠나.

▲ 국민 모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해주자는 것이 노동당의 핵심목표다. 전반적으로 긍정과 부정이 교차했지만, 1만원 올리면 자영업자 죽고 경제가 무너질 거라는 혹평이 온라인을 달궜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수준에 비해 임금이 너무 낮다. 이제 올려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국회의원 세비는 2011년 1억2960만원에서 올해 1351만원이나 올랐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는 2011년 90만 여원에서 올해 35만원 오른 126만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경영계는 올해도 임금동결을 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것이다. 노동당은 3개월 평균 주당 35시간 일하면 사용자 의무가 아닌 자동적 정규직 노동자로 고용된 것으로 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해도 임금하락을 막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지난 총선에서 조세재정개혁안과 재벌증세ㆍ불로소득증세ㆍ소득세 과세 강화에 대한 공약도 내놓았다.

▲ 한국은 너무 재벌중심 구조다. 재벌증세와 자본증세, 불로소득 증세를 통해 총 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 이상으로 높여야 안정적인 복지기반이 마련된다.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 혜택을 없애고, 특히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불로소득도 그렇다. 임대소득 세원을 세밀하게 파악해 여타 소득처럼 종합과세를 부과하고, 이자와 배당소득이 100만 원 이상이면 무조건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하는 것이다. 소득세 또한 종합소득 3억 원 초과 시 현행 38%에서 48%로 올리고 기독교와 불교, 천주교인 등에 대한 종교인 과세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 최저 임금 1만원법 국회 입법 촉구 농성

 

 

- 진보정치가도 학생운동권 출신도 아니다. 햄버거 배달, 세차장, 택배기사, 공사장 일용직 등 ‘거친’ 노동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우리사회에서 알바는 최악의 불안정 노동’이라고 주장했는데.

▲ 어렵고 힘든 일자리는 모두 알바 형태를 띤다. 고용주는 잠시 사람을 쓰며 최대한 빼먹는 문화가 자연스레 정착했다. 사업주도 힘든 일을 하기는 싫고 귀찮으니까 손쉬운 알바를 쓰는 구조다. 알바시간 동안 최대한 쥐어짠다. 오래하면 골병난다. 요즘은 서비스 업종 알바가 많다. 편의점이 대표적인데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다. 손님이 반말하거나 돈을 던지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화풀이를 하는 갑질 행태가 만연해있다. 그러면 알바생은 자신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무가치한 존재가 아닌가하는 비하감이 든다. 택배도 대부분 자영업 형태의 소사장제다. 건당 얼마씩의 비용을 받고 휴가도 없이 뛴다. 산재혜택도 없다. 물류창고에서 무거운 택배물건을 분류하다 허리를 다치거나 물건을 나르다 다친다. 저도 무거운 박스를 잘못 들다가 인대가 늘어나 힘든 적이 있다. 또 일명 퀵서비스라고 하는 오토바이 배달은 배달시간 때문에 신호를 못 지킨다. 도로 역주행은 다반사다. 한번은 신촌로터리에서 유턴을 하다가 버스와 정면으로 부딪칠 뻔했다. 다행히 버스가 멈춰서면서 화를 면했다.

 

 

-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서 정치는 노동자의 삶을 대변하지 못하는 듯하다. 노동당은 ‘정치 없이 사는 사람들의 대변자’를 자처하고 있다. 향후 어떤 노동정책을 구상하고 있는지 밝혀 달라.

▲ 기본적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필요에 따라 쉬고 싶으면 쉬고, 일할 때 일하는 구조여야 한다. 그래야 삶의 질이 향상되고, 개인 취미생활과 문화와 여가활동이 늘어나 바닥경제가 살아나게 된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일하고 싶지 않은데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나간다. 이런 구조에서 자아실현의 기회는 없다. 삶 자체가 대단히 비극이다. 노동시간을 줄이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이는 허구가 아니다. 최저임금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줄이면 국민이 행복해지고 국가도 행복해진다. 여행을 하거나 책을 읽고 자원봉사 등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나라, 그런 노동문화 정착이 노동당의 최종적 지향목표다.

 

 

- 국민기본소득제와 국민배당제 등 복지정책에 대한 노동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 국민기본소득이란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재산이나 노동의 유무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실험적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했거나 논의를 하고 있다. 성남시 이재명 시장이 추진하는 청년수당도 제한된 계층에 대한 부분적 소득이다. 노동당의 기본 정책인 18세 이상 전 국민에게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주려면 약 167조 원의 재정이 든다. 재정적인 방안은 현재 OECD 국가보다 10%가 낮은 총 조세부담률을 평균이상으로 올리면 가능하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추징하느냐다.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수백조 원의 보유금을 가진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30%로 올리고,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 혜택은 전액 박탈하는 방법으로 실효세율을 대폭 올려야 한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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