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지났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선 아직도 전태일 열사가 필요해”
“수십 년 지났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선 아직도 전태일 열사가 필요해”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6.07.1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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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이수호 이사장이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와 문익환 목사의 부인 고 박용길 여사가 함께 한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 전태일 열사와 동갑내기다.

▲ 동갑이지만 성장과정과 지역이 달라서 처음에는 몰랐다. 전태일 열사는 대구 출생이지만, 나는 출신이 다르다. 전태일은 가난했지만,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어떻게 하든 자력으로 가난을 타개하려는 성격이었다. 한마디로 매우 도전적이고 정치적이었다. 때로는 가난 때문에 반항심에 가출을 여러 번 하다가, 어느 날 여동생과 같이 상경했다. 구두닦이, 신문배달, 리어카 밀어주기 등 온갖 잡일을 했다. 그렇게 밑바닥 일을 전전하다가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시다로 출발해 나중에 재단사가 된다. 그런 때에 대구로 올라온 저는 어렵게 중·고등학교를 나와 야간대학을 다니며 집안일까지 맡아 가장역할을 하다 보니, 사회문제에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당시 전태일이 분신해서 죽었다는 기사가 신문에 작게 나왔다. 하지만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가 군대에 다녀와서 경남 울진에 있는 시골 중학교 교사로 부임해 3년간 봉직한 후 1980년대 초에 서울로 올라왔다.

 

 

- 열사가 세상을 뜬 지 올해 11월로 46주기를 맞는다. 전태일문학상 등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오는 9월 3일은 이소선 여사 5주기이기도 하다. 노동계와 문화계는 예술적 소재로 전태일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명필름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는 소식도 있던데.

▲ 오래전에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기금을 모아 제작돼 상영되었는데,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영화를 명필름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제작해 전태일 열사를 알리려고 한다. 또한 평소에 ‘하나가 돼라’,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다’고 말씀하시던 이소선 여사께서 5년 전 소천하시면서 장례를 치르던 중,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미가입 노동조합, 시민사업 활동가, 일반시민 등이 모여 이 여사님 마지막 가시는 길에 하나 된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자는 취지에서 즉석 합창단을 만들어 진행했다. 장례가 끝나고 헤어지지 않고 뜻을 모아 ‘이소선 합창단’을 발족해 지금도 매년 정기공연을 하고 있다. 장례 당시에는 이 여사를 중심으로 한 노래를 했지만, 지금은 전태일의 정신으로 하나가 되자는 의미에서 작곡한 노래와 이전부터 부르던 민중가요도 부른다. 이 합창단은 아주 음악성이 높지만 일반 합창단이 부르는 곡들도 공연한다. 올해도 예년처럼 전태일문학상과 청소년문학상을 진행한다. 특히 올해는 이소선 여사 서거 5주년이다. 5주년 특별전으로 미술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또한 ‘이소선 합창단’의 합창과 함께 전태일 열사를 주제로 한 노동연극 등을 공연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전태일 기념관’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소극장을 빌리거나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자리가 있던 청계천의 다리에서 문학행사를 열 것이다.

 

 

-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던 자리와 열사가 일했던 평화시장 등이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 서울시가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해 표식을 해놓았다. 이는 우리 사회의 노동사에서 매우 의미 있고 뜻 깊은 일이다. 특히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70년대에 청계천 피복 공장에서 있었던 살아있는 노동 역사의 현장을 통해 역사를 직시하고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유산이다. 왜 70년대에 한 젊은 노동자가 자신의 몸을 불사를 수밖에 없었던가를 요즘 세대들이 보고 공부하면서 노동 역사를 깨우치게 될 것이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선 아직도 전태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전태일이 되어 그의 유지를 받들고 그 정신이 후대에 계승되도록 해야 한다.

 

 

- 교사 생활을 하며 전교조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후 교단에서 쫓겨나고 옥고를 치르는 등 숱한 고통을 당해야 했다. 전태일 열사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지게 됐는지.

▲ 10년간 해직을 당하기도 하고, 그 사이에 수배를 당했던 일을 합쳐 약 5년 정도 옥고를 치렀다. 복직도 못하니 길거리에서 10년 동안 방황하기도 했다. 그러다 DJ정권이 들어서면서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다시 복직되어 합법적으로 전교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 활동을 했다. 당시 1980년대는 광주민주화 운동이 터지면서 민주화 열망의 불꽃이 일던 시기였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교육상 문제점과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양심선언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전태일 평전’을 읽게 되면서 ‘우리 사회에 이런 청년노동자가 있었구나’ 느끼면서 많은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 또한 교사로서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길인지 고민을 하면서, 전태일의 삶을 따라가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때 30대 중반에 결혼해 자녀도 있었지만, 교사로서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신념이 강했다. 그러다 사회에 대해 차츰차츰 눈을 뜨면서,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해보자는 뜻을 펼치려 했지만, 당시 교육법이나 사회적인 분위기, 문화, 제도 등이 그럴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모순을 한번 획기적으로 개혁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뜻이 같은 동료 교사들과 힘을 합쳐 잘못된 교육을 고쳐보자는 교육운동을 시작했다. 이것이 결국 전교조까지 가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 나라는 교원노조법을 통해 전교조의 어떠한 정치적 활동도 금지하고 있다. OECD국가 중 유일하다. 이것이 18년간 손질하지 않은 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 해직교사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정부는 전교조에 법외노조로 치부했고 이는 또 대량해고로 이어졌다.

▲ 법외노조를 핑계로 대량해고와 함께 전교조 집행부도 전교조 조합원이 될 수 없게 됐다. 노조활동을 하다가 해고된 교사는 학교뿐만 아니라 노조에도 남지 말라는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해직교사의 노조가입을 막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되었음에도 이명박 정부부터 지금까지 민주주의는 계속해서 뒷걸음질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과 전교조에 대한 탄압 등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이 제일 심했다. 전교조는 공무원노조와 함께 사용자노조지만, 노동법외에 법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다. 전교조는 교원과 노동조합 결성에 대한 정식 법률을 갖고 있다. 이런 법률이 명확하게 있지만 허용하는 범위를 너무나 좁게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시비가 발생한다. 법대로 하지 않았다며 늘 문제삼는다. 전교조 조합원이 약 6만 명인데, 해고됐던 9명의 교사를 조합원으로 가입시켰다. 조합원 자격이 없는 교사를 가입시켰다는 것을 빌미로 해서 전교조 전체를 법외노조라고 규정해버린 것이다.

 

 

- 지금대로라면 내년 3월 국정교과서가 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먼저 다양성을 인정하고 가르쳐서 선택과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단 한가지의 교과서만 만들어서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매우 폐쇄적인 교육이다. 이는 교육의 원리와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는데서 기인한다. 물론 세상일이라는 게 항상 양면성이 있겠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경제를 일으키고 굶주림과 가난을 물리친 긍정적 측면과 함께 산업화 과정에서 있었던 인권침해와 유신헌법 개헌 등 독재를 한 과오도 있었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꾸 합리화하려는데 문제가 있다. 현재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상해임시 정부의 법통’이라든지 1948년에 건국했다는 점을 들어 ‘건국절’을 국정교과서에 넣으려 하고 있다. 이는 다시 유신시대로 회귀하려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국정교과서 문제 어떻게 다뤄져야 할 것으로 보는가.

▲ 지금 시점이 매우 중요한데도 교육부는 자체 내부고시를 통해서 일방적으로 교과서 저자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무리하게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정부여당을 저지할 유일한 방법은 야권이 단합, 법률을 제정해서 국정교과서 발행을 중지시키는 것이다. 다행히도 4.13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이 됐고 야권은 이 문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법안을 만들어서 중지시키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번 20대 국회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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