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철희의 자연에 살어리랏다> 개쓴풀

용담과 쓴풀속의 두해살이풀인 개쓴풀(Swertia diluta (Turcz.) Benth. & Hook. f. var. tosaensis (Makino) H. Hara)은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의 습지나 물기가 많은 곳에 자란다. 부안에는 부안댐 주변이나 청림 등지에서 관찰된다.

쓴풀은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맛이 쓴 풀이다. 도대체 얼마나 쓰기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일까? 쓴풀을 일본에서는 센부리라 부른다는데, 일본의 3대 민간약 재료로 알려진 ‘센부리(千振)’라는 이름은 맛이 아주 써서 천 번을 우려도 한결같이 쓰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일본의 의사이자 본초학의 대가인 이누마 요쿠사이(飯沼慾齋, 1782~1865)의 『초목도설(草木圖說)』에도 나오는데, "복통에 잘 듣고 벌레를 죽이는 살충 효과가 있는 식물"로 소개되어 있다.<창씨개명된 우리풀꽃-이윤옥 지음-인물과 사상사-2015>

 

 

그런데 이름 앞에 ‘개’자가 붙은 개쓴풀은 쓴 것일까? 어떤 문헌에는 “개쓴풀은 나도쓴풀이라고도 하는데, 다른 쓴풀류처럼 쓴맛이 없다하여 개쓴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고 기록되어 있는가 하면, 또 떤 문헌에는 “개쓴플은 쓴풀보다 덜 쓰다”고 기록되어 있다. 사실 필자도 개쓴풀에 관한 글을 진작에 올리려고 했으나, 그때마다 개쓴풀이 쓴풀보다는 덜해도 쓰긴 쓴 것인지, 아니면 위의 어느 기록처럼 쓰지 않은 것인지 확인해 두지 않아 미루어오다가 깨쓴풀 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제서야 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꽃과 줄기, 잎 등 전체를 입에 넣고 씹자니 쓴 맛이 입안에 번지는데, 그 쓴맛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변산에서 아직 쓴풀이 발견되지 않아 쓴풀의 쓴 정도는 알 수 없으나, 개쓴풀의 쓴맛은 예전에 입에 넣고 씹었다가 혼이 난 소태나무보다는 덜 써도 내가 맛 본 그 어느 초본식물보다 썼다. 그러나 뿌리에서는 쓴맛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 “개쓴플은 쓴풀보다 덜 쓰다”가 옳은 듯하다.  

 


쓴풀의 줄기는 곧추서며, 높이는 30cm 정도로 자란다. 가지가 갈라지고, 높이 5-30cm이다. 줄기에서 가지가 몇 가닥 갈라지며 전체에는 털이 없다.

잎은 마주나며, 길이 2-5cm, 폭 0.3-1cm 정도로 긴 타원형으로 잎 끝은 둔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9월부터 10월에 걸쳐 피는 꽃은 가지 끝, 또는 위쪽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리며, 흰색에 연한 자주색 줄이 나 있다. 꽃의 지름은 지름 1.5~2cm 정도로 작은 편이다. 꽃받침과 꽃부리는 5갈래로 갈라지며, 꽃잎 안쪽 밑 부분에는 흰털이 수북이 나 있고 그 털 속에는 두 개의 선체가 숨겨져 있다. 10~11월에 익는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한방에서는 개쓴풀을 소화불량·식욕부진, 청열해독 등에 약재로 쓴다. 

<‘부안21’ 발행인. 환경생태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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