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명의 시계는 어디로?
한반도 운명의 시계는 어디로?
  • 김승현 기자
  • 승인 2016.10.1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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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남북관계, ‘온풍’ 사라진 자리에 ‘냉기’만 넘쳐

한반도를 둘러싼 냉기류가 가을 바람과 함께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 북한 엘리트들의 탈북사태가 연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핵 실험과 사드 배치 등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과 같은 얘기는 어느덧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팽팽한 ‘기싸움’을 하는 가운데 남북 관계는 내년 대선 정국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점검해 봤다.

 

 

한반도 운명의 시계는 과연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 것일까.

최근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이 잇따르면서 남북 관계는 더욱 경색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북한의 공포 정치와 국제사회의 압박 등 여러 요인이 복합된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과거 ‘생계형 탈북’ 추세에서 최근 북한 고위 간부들까지 탈북을 감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핵 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를 하면서 해외 파견자들을 중심으로 엘리트층의 탈북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에 입국한 탈북민은 1천3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854명)보다 21% 늘었다. 탈북민 수가 연간 3천명에 육박했던 2000년대 말과 2010년대 초에 비하면 그 수는 감소했지만 질적으로는 달라졌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엘리트층과 이른바 출신 성분이 좋은 해외 파견자 탈북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북한 내 핵심 권력부에서 일했던 고위급 인사의 탈북도 바뀐 추세를 보여준다. 지난해엔 국가안전보위부의 국장급과 대남 공작업무를 담당하는 정찰총국의 대좌가 탈북했다.
 

‘평양 초토화’ VS ‘불바다’

올해 들어서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던 태영호 공사와 중국 베이징 북한대표부에서 근무하던 보건성 1국 출신 간부가 한국으로 망명하는 등 북한 내 권력층의 망명이 본격화됐다.

“평양 민심이 뜨겁다”는 탈북 인사의 말도 전해졌다. 이처럼 엘리트 층의 탈북이 늘면서 김 위원장의 공포 정치도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심각한 통제와 탄압은 탈북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140여명의 고위 간부를 처형했다는 얘기까지 전해진다.

최근엔 태영호 공사의 한국 망명 책임을 물어 유럽지역을 담당하는 궁석웅 외무성 부상의 숙청 가능성까지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내 한 언론은 궁 부상이 지방 협동농장으로 혁명화 교육을 가고 외무성 유럽 라인의 간부 4명이 지방으로 좌천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반발도 그 수위를 높여가는 추세다. 북한은 최근 우리 군이 밝힌 ‘평양초토화 작전’ 등 작전 체계와 관련해 또 다시 ‘불바다’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와 관련 “미국은 물론 남조선은 순식간에 완전 불바다, 완전 잿더미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미국과 괴뢰군부깡패들의 군사적 도발 망동은 북침전쟁을 일으키기로 작정한 자들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망동짓”이라고 비난하며 “남조선괴뢰들이 미국과 야합해 핵전쟁도발책동을 일삼는 이상 그에 따른 우리의 군사적 대응조치는 보다 선제적이고 더욱 공격적인 것으로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앞서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한 ‘대량응징보복’ 작전 개념은 지도상에서 평양의 일정 구역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드는 개념인 것으로 전해진다. 평양을 일정한 구역으로 나눠 핵무기 사용 징후 등 유사시 전쟁지휘부가 숨을 만한 해당 구역을 초토화시키는 방안이다.

남한과 북한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서로에 대한 ‘무력 응징’을 언급하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 대통령의 ‘탈북 촉구’

북핵 실험과 북한 엘리트 탈출은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 입장과 맞물리며 한동안 경색 국면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지지율 바닥을 찍고 있는 박 대통령은 북한에 외교 봉쇄 경고와 함께 탈북을 촉구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핵 개발을 멈추지 않으면 최소한의 외교적 관계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외교봉쇄를 경고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문제 삼으면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박탈 필요성을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또 탈북자를 “먼저 온 통일”이라고 언급하며 “자유와 인권을 찾아올 북한 주민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조속히 갖추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국군의날 기념사를 통해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다”며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란다”고 탈북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야권에선 남북 대화의 길은 전혀 만들지 못하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만 높이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손실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가 준비하고 있는 시베리아횡단철도가 한반도를 제외하고 일본과 손을 잡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일본 홋카이도까지 연결하자고 일본측에 제안한 사실이 나왔다.

이 같은 안이 현실화될 경우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한반도종단철도와 연결해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부상하려는 한국 정부의 계획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러시아가 일본으로 계획을 변경했다는 얘기다.
 

대선 정국의 ‘신북풍’

얼마 전 산케이신문은 러시아가 현재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된 시베리아철도를 연장해 사할린 섬을 거쳐 홋카이도로 연결하는 사업을 일본 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시베리아철도와 일본 철도망이 연결되려면 다리 또는 해저터널을 건설해야 하지만 그 편이 한반도 통로를 연결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박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부산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철도를 연결하겠다며 러시아 철도에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하지만 정작 남북 관계의 매듭을 풀지 못하면서 발목을 스스로 봉쇄할 위기에 처하게 된 셈이다.

국내 정치와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낙제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로선 임기 말을 맞아 ‘안보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활로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예상이다.

내년 대선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 동안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북풍’은 그 어느 때보다 굵직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총선 때도 박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며 위기를 거듭 거론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군에 “만반의 준비를 하라”며 “대한민국과 대통령에 대한 도발을 하겠다는 도전이자 전 세계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북풍 의혹은 이전에도 여러차례 제기된 바 있다. 13대 대선 때는 KAL기 폭파사건이 발생했고,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15대 총선 때는 북한이 비무장지대 무장시위를 벌이면서 당시 신한국당 승리에 기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후보등록일을 며칠 앞두고는 김민석 당시 국방부 대변인이 “북한은 나라도 아니고,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가 여당 내에서까지 비판을 받았다. 북핵 실험이라는 중대 변수 속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남북 대치 상황에서 한반도의 ‘온풍’은 과연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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