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대강 사업 피해 낙동강 농어민의 기막힌 현실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4대강 사업 준공 후 4대강은 하루하루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초여름부터 반복되는 심각한 녹조 현상과 물고기 떼죽음 그리고 뻘밭으로 변해가는 강바닥은 거의 시궁창을 방불케 합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듯 한반도 생명의 젖줄 4대강은 썩어가며 서서히 죽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낙동강은 1300만 시·도민의 식수원입니다. 4대강 사업 준공 후 식수원 낙동강에 매년 맹독성 물질을 내뿜는 남조류가 창궐함으로써 이 물을 먹고 사는 1300만 시·도민들은 식수 불안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 낙동강을 뒤덮은 녹조라떼. 2012년부터 매년 심각한 녹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 정수근

 

뿐만 아닙니다. 농민들은 4대강 사업이 만들어놓은 괴물 같은 보로 인해 지하수위가 상승해 농사를 망치게 됐고, 어민들은 썩어가는 강의 생태환경으로 인해 조업조차 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언제까지 이런 현실을 방치할 것인가요? 2012년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5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이 심각한 피해에 대해서 언제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것인가요? 이에 4대강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낙동강 수계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에서는 최근 대구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낙동강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농어민과 낙동강 물을 마시고 사는 시민들이 함께 모여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그 대책을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첫 발표 사례로 나선 구미내수면어업협동조합 이사장인 김길득 어민은 낙동강에서의 조업 현실과 낙동강의 실상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습니다.

 

 

▲ 2012년 늦가을에 일어난 물고기떼죽음.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매년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1년 고기 잡아 1000만 원도 못 번다”

“4대강 사업 후 어민들이 피해가 크다. 4대강도 우선 한 개의 강만 시험적으로 해봤어야 한다. 독일이나 외국도 보를 다 텄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도시가 크려면 물이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물을 너무 많이 가뒀다. 위에서 유입되는 양은 적으니 흐름이 없다. 갇힌 물은 썩기 마련이고 그런 물이 계속 내려가다 보니 부산 쪽은 아마 더 심각할 거다. 지금은 고기를 잡아도 쓸 수 있는 고기가 10% 정도다. 베스, 블루길이 90%다. 담수어종이 늘어난다. 1년 고기 잡아 1000만 원도 못 번다. 잘해야 800만 원이다.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물은 필요한 만큼만 가두고 터야 한다. 가두면 썩는다. 수위를 높여두면 농사짓는 사람도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4대강은 원천적으로는 원위치하는 게 가장 좋다. 물을 필요 이상 가둬두지 말라. 방류하라. 그래야 순환한다. 지금은 백사장이 없다. 백사장의 정화기능이 높다. 지금은 낙동강 바닥이 뻘이다. 통발 놔뒀다가 들면 뻘에 묻혀 있다. 그러니 제발 필요 이상 물을 가두지 말라.”

또 다른 어민 이경모씨도 장단을 맞추었다.

“구미보 위에는 수심이 깊은 데는 뻘이 1m 50cm에서 2m까지 쌓여있다. 수심이 10m다. 통발에 뻘이 당겨온다. 이틀 만에 나가보면 고기가 다 죽어 올라온다. 구미시에 이야기해도 규제밖에는 안 한다. 어민들이 하소연할 데도 없다. 오늘 이런 자리가 마련돼 이야기라도 할 수 있으니 좋다. 그래서 당장 뻘을 뽑아내야 한다. 준설선으로라도 뻘을 뽑아내야 한다. 수문을 열고 뻘을 뽑아내야 한다.”

 

▲ 4대강사업 피해 농어민, 시도민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하고 있는 이가 김길득 어민.
▲ 그물에 물고기는 없고 큰빗이끼벌레만 잔뜩 달려오는 것이 낙동강의 현실이다. 물고기 씨가 마른 것이다.

 

김길득 어민도 말한다.

“모래채취선이 많았다. 뻘이 쌓이면 위에서 물로 쏴도 안 나간다. 거기서 무슨 식물이 살 수 있나. 수위를 낮추고 모래톱도 드러나고 물이 흘러나가야 한다. 그래야 수질이 개선된다. 물을 가두면 안 된다. 지하수를 떠두면 나중에 못 먹는다. 같은 이치다. 도시가 크려면 물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냥 가둬놔선 안 된다. 원천적으로는 철거하던지 가두려면 댐으로 가두어야 한다. 강은 가두는 게 아니다. 선진국은 강을 다 트고 있다.”

쌓아놓았던 말이 터진 듯 이경모 어민은 그간 있었던 현실을 토로한다.

“구미보는 국토부에서 관리를 한다. 한번은 국토부 직원이 지난여름 전화를 해서 이곳에도 실지렁이 나왔냐고 묻더라. 그래서 그거 나온 지는 오래됐다 하면서 직접 배를 타고 나가보자 했더니, 큰일 났다 하더라. 자기들 다칠 생각만 하고 어민들 피해와 고생은 안중에도 없더라. 자기들 문책 당할 거만 생각하더라.”

 

▲ 낙동강 바닥에서 퍼올린 썩은 뻘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유일한 생명체인 실지렁이. 환경부 지정 4급수 지표종이다.

 

“4년 농사지으면서 빚만 1억”

4대강사업 후 강 주변의 농업 현실도 녹록치 않다. 두 번째 발표 사례로 나선 고령군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으로부터 4대강 보 주변의 농업의 현실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2011년 11월 26일부터 합천보의 본격적인 담수가 시작됐다. 바로 그해 비가 많이 왔다. 그전에는 들이 충분히 감당했다. 그 이후로 낙동강 경남특위에서 덕곡들이 습지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용역이 나왔다. 당시 박재현 교수는 ‘회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우곡 쪽이 더 위험하다. 습지화될 거다’라고 했다. 2012년도는 20%, 2013년도 40% 수박에 뿌리장애가 일어나 정상적인 성장이 안됐다. 올해는 80%까지 손실을 봤다. 2012년 연리들 18만평의 80%가 수박농사였다. 올해는 40% 정도밖에 안 된다. 2017년에는 수박농사가 15%로 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2012년도만 하더라도 수박 비닐하우스 한 동에 400~450만 원, 올해는 200~250만 원, 평균 15동 농사지으면 3000만 원이 농사소득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빚만 지게 되는 구조다. 최근에 한 방송(시사매거진 2580)에 나온 어느 농민은 이곳에서 4년 동안 농사지으면서 (수박값을 제대로 받지 못 해) 1억 원의 빚을 졌다고 한다.”

 

▲ 곽상수 이장이 제대로 자라지 않은 수박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이전에 8미터 아래에 있던 연리들의 지하수가 합천보 담수 이후 1미터만 파도 지하수가 철철 넘친다.

 

합천보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제방 옆 농지의 지하수위도 동반 상승해 수박농사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이 이곳 연리들의 현실이다. 과거 지하수가 8m 정도 깊이에 있었다면 이제 땅을 파면 1m 깊이까지 지하수가 올라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뿌리를 2m 이상 내리는 수박농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곳 연리들 외에도 칠곡보 옆 덕산들이나 함안보 주변 농지도 침수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 곽 이장이 제시하는 해법을 들어보자.

“제일 좋은 것은 보를 개방하는 것이다. 큰 태풍 몇 번 오면 뻘은 씻겨 내려간다. 개방 안 된다 하더라도 농사짓기 위해서는 물이 흘러야 한다. 최소한 최저수위라도 낮춰달라는 것이다. 농사를 짓기 위한 배수체계는 잡혀 있다. 연리들 12.24m이고, 수배로의 바닥고 높이는 8.87m다. 바닥고 만큼만 낮춰주면 물이 흐른다. 현재 수위보다 2m만 낮춰주면 가능하다. 2m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수문을 열어야 한다. 물이 흘러가면 생명도 살 수 있다.”

 

 

▲ 빨리 수문을 열지 않으면 더 심각한 재앙들이 속출할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는 고령군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

 

빠른 대책 없을 시 침수와 지하수 오염, 토양 오염까지

곽 이장은 빨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욱 심각한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침수 문제에 이어 지하수 오염과 토양 오염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농업의 문제는 담수 이후의 문제인데 바로 침수 문제다. 농업 형태가 갈수기 농업체계로 바뀌었다. 예년에는 수도작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왜관 이후 김해까지 시설 위주의 농업 형태인 갈수기 농업 형태로 바뀐 것이다. 이건 물이 필요 없는 형태다. 물을 빼줘야만 농사가 잘되는 형태다. 그런데 보로 인해 뒤틀려버린 것이다. 낙동강 연안 2~3km 사이의 들은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침수 문제다. 보로 막히면서 낙동강 물이 역류를 해온다. 합류지점에서 4.6km까지 물이 역류하게 된다. 강물 자체가 5급수로 썩어버렸다. 낙동강의 오염된 물이 4.6km 위에까지 흘러 들어오면서 지하수를 오염시켜버린다. 지하로 침투가 된다. 지금은 퍼올리면 냄새가 난다. 이틀만 놔두면 녹조가 생긴다. 엄청난 일이다. 적어도 왜관부터 김해까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토양오염도 발생한다. 땅이 습지화 되면 흙이 썩지 않는다. 거름이나 비료를 주면 흙이 분해가 돼야 한다. 그런데 물이 많을 경우는 땅이 썩지 않는다. 갈수기 농사는 9~10월에 비료를 투입하고 이듬해 6월에 복합비료를 또 살포한다. 이것이 장마 이후 낙동강으로 그대로 유입된다. 녹조가 점점 빨라지는 이유다. 토양이 썩었고, 토양의 비점오염원들이 강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유럽기준의 농업 형태와는 180도 다른 형태다. 4대강사업 할 때 낙동강 연안에 좋은 농업환경을 만들겠다는 주장이 다 거짓으로 드러나 버린 것이다. 보의 문제는 농업의 안정화와는 전혀 달리 가고 있다.”

 

▲ 맹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 해마다 심각한 녹조로 식수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곽 이장은 농민과 어민의 피해에 대해 반드시 국가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 동안 어민과 농민이 피해를 봤다. 여기에 대해 보상을 해줘야 한다. 복원 문제도 이야기하지만 정상적인 사회라면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어민과 농민의 피해에 대해 이야기해줘야 한다.”

 

 

▲ 부산경남 어민들이 보를 열어 낙동강을 살려내라며 지난여름 선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낙동강 보 수문 빨리 열어야”

마지막으로 낙동강 물을 먹고 살고 있는 대구시민을 대표해 대구 서구 주민 이형화 씨가 4대강사업 이후 믿을 수 없게 됐다는 대구 수돗물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서구에 살고 있다. 고향은 영덕 영해다. 올여름에 큰빗이끼벌레가 3급수 이하에서 살 수 없다는 뉴스도 보고 하던 차에 수돗물에서 일반 염소 성분은 아니고 락스 냄새가 나더라. 수도사업소에 전화를 했더니 집에 들러 물을 채취해 갔고 아무 이상이 없다 하더라. 대구시내 사람들 수돗물 끓이거나 정수해서 먹지, 생수 먹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다. 공무원도 수돗물 먹으라고 하지만 자기들은 안 먹더라. 다 정수기 이용하더라. 고향에 가면 수돗물 그냥 먹는다. 안심하고 먹는다. 대구서는 누가 수돗물 안심하고 먹나? 그만큼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류 독소 상당히 위험하다고 하더라. 그것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낙동강을 흐르게 해줘야 한다. 그것만이 강도 살고 우리 시민들도 사는 길이라 생각한다. 상황이 이리 심각한데 왜 빨리 수문을 안 여는지 정말 궁금하다.”

이경모 어민도 4대강사업 후 썩어가는 낙동강의 현실을 개탄했다.

“강에서 61년을 살았다. 4대강 사업 전에는 다슬기가 많았다. 지금 가보면 없다. 강물은 썩은 물이다. 자망을 넣어보면 말도 못한다. 항공방제도 문제다. 수로도 모두 시멘트다. 독극물이 다 강으로 들어온다. 밑바닥에 펄이 쌓일 수밖에 없다. 낙동강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 4대강사업 전의 창녕군 길곡면의 낙동강 모습이다. 유유히 흘러가는 아름다운 우리강의 참 모습이다. 이렇게 흐르는 강으로 빨리 되돌려야 강도 살고, 우리도 산다. ⓒ 정수근

 

낙동강 보 수문 완전 개방 소송에 참여하자

그렇다. 이경모 어민의 말처럼 낙동강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농민과 어민 그리고 낙동강 물을 마시고 사는 시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낙동강 회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 대책의 하나로 이들은 낙동강 전 수계의 농어민들과 시·도민들이 함께하는 ‘낙동강 보 수문 완전개방 소송’에 적극 참여할 것을 결의했다. 국민 소송인단을 모아 12월 중으로 정식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렇다. 낙동강이 살아야 어민도 살고, 농민도 살고 그 물을 마시고 사는 시·도민들과 야생동물들도 건강하게 살아간다. ‘낙동강 보 수문완전 개방 소송’(http://blog.daum.net/wildlifeweb)에 낙동강과 함께 살아가는 시·도민과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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