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철희의 바라래살어리랏다> 물메기

 

변산 모항 쪽에 눈 오신다 기별 오면 나 휘청휘청 갈까하네 
귓등에 눈이나 받으며 물메기탕 끓이는 집 찾아갈까하네
무처럼 희고 둥근 바다로 난 길 몇칼 냄비에다 썰어 넣고 
주인이 대파 다듬는 동안 물메기탕 설설 끓어 나는 괜히 서럽겠네 
눈 오신다 하기만 하면 근해(近海)의 어두운 속살 같은 국그릇에 코를 박고 
한쪽 어깨를 내리고 한 숟가락 후루룩 떠먹고
떠돌던 눈송이 툇마루 끝에 내려앉는 것 한번 보고 
여자가 옆에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겠네
변산 모항 쪽에 눈 오신다 하기만 하면

위의 시는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2008>에 실린 안도현 시인의 시 ‘물메기탕’이다.

첫눈이 내릴 무렵이면 부안은 물메기가 제철이다. 부안의 격포나 곰소, 부안시장통 어디를 가나 물메기가 가득가득 쌓여있고, 포구마을이 아니더라도 마당에 빨래 말리듯이 물메기를 빨래줄에 널어 말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부안 어디에서나 물메기국을 쉽게 맛볼 수 있어 안도현 시인의 싯귀처럼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물메기국이 더욱 그리워진다.

쏨뱅이목 꼼치과에 속하는 물메기는[cubed snailfish, Liparis tessellatus]는 우리나라 동해, 남해, 서해의 수심 100미터 내외에서 산다. 몸길이는 30센티미터 정도 자라며, 피부도 연하고, 살도 연하고, 뼈도 연하여 흐물흐물한 게 일정한 모양을 갖추기가 어렵다. 몸과 머리는 옆으로 납작하고 머리는 큰 편이다. 눈은 크며 머리의 등쪽 가장자리에 가까이 있다. 주둥이는 짧고 끝은 둔하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약간 짧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물메기를 ‘해점어(海鮎魚’라고 기록하고 “큰 놈은 길이가 두자를 넘고 머리가 크고 꼬리가 뾰족하다. 배는 누렇고 수염이 없다(담수에 사는 놈은 누렇고 수염이 있다.). 고깃살은 매우 연하다. 뼈도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酒病)을 고친다”고 했다.

또,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우리나라 호남 부안현(扶安縣) 해중에 수점(水鮎)이 있는데, 살이 타락죽 같아 양로(養老)에 가장 좋다”는 기록이 보인다. 여기에서의 수점은 물메기, 또는 같은 꼼치과에 속하는 꼼치·미거지·물미거지의 어느 하나를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자산어보>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흐물흐물하지만 비리지 않고, 부드럽고 담백하고 시원한 게 숙취에는 아주 그만이다. 어느 지역에선가는 떡국을 끓여 먹는다고도 한다. 그 떡국 분명 맛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물메기는 아귀처럼 찜요리를 해 먹어도 맛이 아주 그만이다.

<‘부안21’ 발행인. 환경생태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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