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 가계부채 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까지 9년 동안 IMF 금융위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은 채 금융개혁을 미뤘다. 그런 사태를 이미 목격했음에도 한국의 금융개혁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정부는 그동안 재정확대에 의지한 ‘부채성장’을 이끌어왔다. 금융권은 정부 지시에 맞춰 저금리로 자금을 대량 방출했다. 투기용이던 뭐든 상관하지 않았다. 정부가 주도하고 나섰다. 그 여파로 일부 지역의 부동산은 급등했지만 서민경제에 대해선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특권층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정책을 추진했던 대통령에게 1차적 잘못이 있지만 그런 대통령을 뽑은 무지한 유권자의 책임도 크다. 이것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과 영국이 지난 2008년 이전부터 저금리대출을 미끼로 마구잡이식으로 대출을 풀었다가 폭삭 망했던 일을 기억해야 한다. 다행히 과도한 저금리대출 폐해에 대해 OECD 등 국가와 IMF 등 국제기구들이 반성하고 있고 세계경제포럼도 포용적 성장을 외치면서 잘못을 인정하는 추세다.

 

 

- 미국에선 국수적 패권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정권이 출범했다. 영국의 ‘브렉시트’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기류가 다소 기묘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 과거 때와 같은 호황국면이 끝나면서 세계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도 경제양극화 등 위기에서 탈출하려 몸부림치는 상황이다. 영국도 유럽연합에서 떨어져 나갔다. 영국청년들은 반대했지만 기득권층의 이기적 탐욕이 ‘브렉시트’(Brexit)로 표출되었다. 국수적 패권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정권 출범도 심상치 않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인해 미국의 공장들이 노동력 싼 해외로 이전하면서 노동자 일자리가 사라지고 양극화가 고착화되자 ‘나부터 살고 보자’는 보신주의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도 ‘잃어버린 25년’에 의한 경제악화가 아베라는 극우적 인물을 탄생시켰다. 과거 독일의 히틀러 나치시절과 유사한 시대적 상황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특히 OECD 국가 중에 미국과 영국의 침체가 가장 심각하다. 최근에는 중국이 선진국도 아니면서 곤경에 빠진 나라로 지목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더 심각한 나라를 한국이라고 본다. 한국은 이번에 치를 대선에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 극심한 경제양극화와 탄핵정국 등 국내외 변수로 인해 의외의 인물이 당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언론에 의한 현실 왜곡 문제에 대한 생각은.

▲ 미국의 CNN 등 보수언론들이 대선 당시 너무나 왜곡된 가짜뉴스들을 홍수처럼 쏟아냈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미국 언론보다 더 왜곡된 뉴스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왔다. 과거부터 보수언론들은 내용을 제대로 거르지 않고 여권후보와 재벌 편향적 입장만 대변하며 확대 재생산해왔다. 매우 후진적인 언론환경과 왜곡된 사회구조 속에서 대선을 치러야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 족벌세습 재벌들은 아직도 1997년 IMF 이전상황을 앵무새처럼 되뇌며 언제나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국민은 이제 속지 않는다. 언론은 정세를 판단할 정보적 가치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특히 선거에서 언론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보수언론의 잘못된 행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제 혁신해야 한다.

 

 

- 광장에서도 그렇고 사회 양극화 등 경제 불평등 해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우리 국민들에게 유일한 강점이 있다면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거나 전국단위로 수십 곳에서 외치는 촛불민심이다. 이런 점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강한 면이다. 촛불민심은 이제 강력한 힘으로 결집돼 재벌개혁과 사회양극화, 정경유착 문제를 해소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과거 4대강 사업과 같은 무분별한 자연환경 훼손도 막아야 한다. 지금 환경파괴 속도가 100km라면 20~30km로 낮추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렇게 부패한 정권과 경제 권력자들의 심각한 문제들을 얼마나 널리 많이 알리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속도를 내야 한다. 지금 OECD국가 중 한국이 자살률 1위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기피한다. 저출산과 고실업 사회로의 급락, 정말 심각한 문제다. 이런 모든 문제는 정치권과 관료, 재벌, 수구언론들이 민중을 기만하고 왜곡한 결과물이며, 한국사회가 인간다운 삶을 향유하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세계경제포럼은 향후 10년간 ‘불평등·양극화·환경파괴’의 세 가지 위기를 강조했다.

▲ 세계경제포럼은 본래 미국 월스트리트 자본 세력에서 한 발짝 멀리 떨어져 있었고 유럽에서 비교적 양심적인 자본가들의 연합체로 좀 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만든 플랜이다. 이들의 목적은 서방세계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중국의 시진핑을 통해서도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중국은 과거 등소평이 했던 것처럼 사회양극화와 경제 불평등을 야기한 채 WTO(세계무역기구)라는 국제체제에 편입했다. 일본도 충실하게 따라오다가 지난 90년대부터 25년 동안 경제침체 여파로 중국에게 경제대국 지위를 내주며 ‘잃어버린 일본’으로 전락했다. 우리도 제2의 일본이 되지 않으려면 세계경제포럼이 강조한 세 가지 위기인 ‘경제 불평등·사회양극화·환경파괴’를 지혜롭게 넘겨야 한다. 이것도 유럽의 살아있는 양심을 가진 대자본가들이 그나마 이 정도로 제시하는 것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 것처럼 한국 경제계도 경제문제에 쓴소리 하는 인사들을 싫어한다. 언론이 그랬고 재벌도 그랬다. 개인적으로 지금 경제 블랙리스트도 존재한다는 느낌이 든다. 나도 대상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위해 수십 년 걸어온 나의 철학과 생각은 틀리지 않았고 한 길을 갈 것이다.

 

 

- 마지막 질문이다. 국가는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위해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 우리 후대들을 바라볼 때 헌법전문에도 적시되어 있듯이 국민들이 ‘행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행감’을 지금보다 훨씬 덜 느끼고 능력을 최고로 발휘하도록 국가가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헌법 전문에도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중략)…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고 명시되어 있다. 헌법은 국가가 국민에게 이런 기회를 아주 높게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함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 모든 청년들이 자신의 능력과 재능 안에서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고 자본이나 관료에 의해 부당한 억압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은 연령 불문하고 인간다운 생활과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금의 촛불광장에서 민중의 중지를 모아 진정한 정치민주화와 경제민주화를 이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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