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 차리는 정치권, 촛불의 힘으로 정치적 ‘협약’ 이끌어내야”
“정신 못 차리는 정치권, 촛불의 힘으로 정치적 ‘협약’ 이끌어내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7.02.2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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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 개헌과 선거개혁이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 많은 정치인과 학자들이 인정했듯이 1987년 민주화 체제는 한계를 드러냈다. 개헌을 통한 합리적 권력구조를 새로 창출할 단계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사익을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 개헌을 악용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개헌은 의원내각제나 내각 사이에 치밀한 권력분점과 견제장치를 갖춘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 비례대표제로의 선거개혁과 병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렇게 안 된다면 정당명부 비례제 또는 연동형 비례제 선거개혁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개혁을 통해 다당제 국회가 들어서면 다수 원내정당들은 국민 앞에서 선명한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경쟁을 통해 당내 민주화가 진화할 것이고, 공천권도 공정하게 행사될 것이다. 의회 또한 정당 간에 지속적인 정당연합을 하게 된다. 일시적 정책공조 등으로 다수세력을 통해 행정부 감시와 통제를 한다. 행정권은 의회의 다수 의견을 존중하게 되어 협상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든다.

 

 

- 독일식 비례대표제도에 대해 상세히 얘기해본다면.

▲ 비례대표 선거제도는 근본적으로 정당위주의 선거체계다. 정당 내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고서는 작동이 어렵다. 독일 선거체계가 성공한 이유는 정당 내 민주주의가 매우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선거체계는 19세기 다수대표 선거제에서 20세기에 비례대표 선거제로 변했다. 21세기는 혼합형 시대다. 현재 19세기형 선거제를 취하는 국가가 가장 많다. 1980년대 이후 독일식 선거제도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후 독일은 어수선한 정치 환경의 안정과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선거제도의 공이 컸다. 신흥 민주국가들이 안정된 정치 체제를 이룰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존의 민주국가들이 잘못된 선거제도의 불만을 해소할 방안으로도 활용됐다. 우리가 고려할 사항은 단일국가 한국의 경우 연방국가인 독일에 비해 선거체계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대통령중심제지만 독일은 의원내각제 정부 형태다. 의회선거를 통한 안정적 정부구성이 관건이다. 정부형태와 선거체계 결합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의원내각제+비례대표선거제, 의원내각제+다수대표선거제, 대통령제+비례대표선거제, 대통령제+다수대표선거제가 있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헌법적 사안들이다.

 

- 국회의원 선거체계 개선의 지향점은.

▲ 두 가지다. 정치적 통제와 정치적 경쟁이다. 정치적 경험과 정당정치 수준, 사회균열구조와 헌법상 정부형태, 민주주의 원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정당과 의회가 헌법상 기본원리인 국민주권주의와 권력분립주의에 더 초점을 둔다. 오늘날 의회정치는 정당중심이기 때문이다. 의회정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이라는 헌법상 제8조를 잘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를 통하여 정당 내, 정당 간 정치적 경쟁과 정당에 대한 선거권자의 정치적 통제가 잘 이뤄져야 가능하다. 따라서 선거권자의 실질적인 정치적 통제와 정치세력 간에 진정한 정치적 경쟁이 중요하다.

 

 

- 정당개혁도 시급한 사안이다.

▲ 정당개혁과 정당제도 개혁은 다르다. 정당개혁의 목표는 정당의 공공성과 책임성, 반응성이 뒤따라야 한다. 정당은 ‘대의민주주의 생명선’이다. 정당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 정당이 제 역할을 다하면 민주주의는 건강하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정당은 능력과 책임의 정당이어야 한다. 능력이 곧 정책이다. 국민 삶을 해결해줄 능력을 말한다. 정당의 능력은 바로 정권운영의 실력이기도 하다. 정당 정책 능력의 향상이 필요한 이유다. 정당개혁의 방향은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책임성과 능력이다. 대의민주주의 핵심기제로서 정당은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의 매개역할이 중요하다. 정당은 단순연결 기능을 넘어야 한다. 일정한 정치적 재량을 통해 책임 있는 결정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정당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언제든 지지를 철회하고 변경을 하게 된다. 여야 모두 역할에 충실하지 않으면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다. 정치가 유권자의 삶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게 존재 이유다. 리더는 있지만 리더십은 없는 정치에서 탈피하는 것도 여야 정당정치의 몫이다.

 

 

-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없다고 보는가.

▲ 여론조사는 2002년 이후 한국정치와 정당개혁이 만든 산물이다. 여론조사는 당시 당내 민주주의와 정당과 유권자 간의 연계를 강화하려는, 정당개혁 목표를 위한 가장 유효한 수단이었다. 이후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쓰였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자발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참여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답변도 주어진 질문에 수동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진정한 정치적 참여로 보기 어렵다. 정당약화를 가져오는 치명적 약점도 있다. 논란이 많은 동원과 조작가능성이다. 한 지역구에서 당원 200~300명이 집과 사무실 전화를 착신 전환시켜 지지율을 10% 높이는 편법이 드러났다. 때문에 20대 총선에서 도입한 것이 안심번호다. 이것도 문제다. 정치신인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공정한 경쟁기회를 주는데 실패했다. 정당이 상향식공천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현직 재공천 수단으로 변질됐다. 여론조사는 정당이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공천의 최종책임자는 정당이고, 공천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선거결과로 나타난다. 그것이 책임정당제이고 대의제 성공의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 향후 정세를 전망해본다면.

▲ 시민촛불의 탄핵에 대한 열망이 결국 승리할 것으로 본다. 대선국면으로 넘어가게 되면 후보자들이 확고한 정치개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당선자에게 정치개혁 수행 약속을 얻어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현재 국회에 과반의석을 독식한 정당이 없다. 얼마든지 협상을 통해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개혁도 완수할 수 있다. 개혁청사진이 성공하면 2020년 총선에서 수많은 신생 정책정당들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정당들도 분주해진다. 분화 내지는 연합, 통합 과정을 거치게 된다. 새롭게 정책정당으로 진용을 갖춘 정당들이 태동한다. 과거에 못 보던 정체성 확립과 탄탄하고 역량 높은 정치력과 지도력을 갖춘 견고한 정책정당을 보게 될 것이다. 적어도 2018년 말까지는 선거제도 개혁을 완료한 다음, 2020년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 만약 개혁이 불발된다면, 21대 국회이후 정치권은 거대 양당체제로 회귀하게 될 것이고 개혁은 먼 훗날 일이 될지도 모른다.

 

 

- 통일된 정치사회적 내부협약을 주창했다.

▲ 근세사에서 제국주의 미국과 일본을 욕하지만 결국 우리가 문제다. 우리가 칠칠치 못했고 역사를 통해 반성을 하지 못했다. 위정자들은 국제정세를 방관했다. 약소국으로 밀리며 강대국에 끌려 다녔다. 지금도 그렇다. 2016~2017년 혼돈 속 촛불정국에서도 정치권과 국회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되던 관심이 없다. 2년 후 의원배지를 다시 다느냐에 집중돼 있다. 정신 못 차리는 정치권을 향해 촛불의 힘으로 정치적 ‘협약’을 이끌어 내야한다. 국민들은 70년 동안 제왕적 대통령과 정치권력 기득권 세력들이 야합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 불평등, 양극화로 크나큰 고통을 받았다. 향후 정국을 풀어 나가려면 개인적으로 추진할 사안들이 있다. 현재의 적폐청산에 앞서 개헌도 중요하지만, 촛불시민-3대정당과 함께 일종의 ‘민정협약’을 맺는 거다. 헌법에 명시됐지만 그동안 정치가 민주공화주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직접민주주의 근본원칙과 틀을 더 강화하자는 취지다. 국민주권을 침탈하고 무시해 온 정치교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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