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는 현실, 출산을 장려한다고?”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는 현실, 출산을 장려한다고?”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7.03.0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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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1회

탄핵정국에서 촉발된 사회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광장에선 태극기를 앞세운 이들과 촛불이 연일 부딪치고 있다. 대선을 향해 치닫고 있는 정치판은 말할 것도 없고 끝없는 추락 일변도의 경제상황 역시 희망의 빛은 찾아보기 힘들다. 광장의 촛불은 70년이 넘는 세월 사회 깊숙이 꽈리를 틀고 위세를 부려온 적폐의 청산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한다. 5%가 부를 독식한 왜곡된 경제체제의 대개혁을 원한다. 고용시스템이 무너지고 비정규직들로 넘쳐나는 사회에서 삶이 팍팍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정의로운 노동중심 정책을 부르짖는다.

 

▲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유례없는 불황은 소득 양극화와 직결돼있다. 밑바닥 경제혈맥의 흐름은 중단되다시피 한 상태다. 부패할 대로 부패한 ‘정치-관료-재벌’ 체제. 촛불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이유다. 매주 촛불은 타오르지만 지금대로라면 희망의 불빛은 요원하다. 대선 때문에 분주한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MB정부와 현정부를 거치면서 경제는 추락하고 국민들의 복지와 삶의 질은 나빠졌다. 저출산사회는 아이 키우기 두려운 현실이 만들어낸,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저소득층에 치우친 탁상행정이 문제다. 중산층 혜택도 미미하다. 출산감소를 오히려 부추긴다. 육아, 보통일이 아니다. 경제적 부담도 크다. 출산 이후 아내 소득마저 줄고 육아비용 지출만 증가했다.”

경제학자 우석훈(49. 성공회대 외래교수) 교수의 얘기다. ‘88만원 세대’ ‘모피아’ 등의 책을 발간, 화제를 모았던 그가 최근 육아기를 펴냈다. 다섯 살, 세 살 두 아들을 키우며 몸으로 체득한 육아의 세계를 경제학자의 촉으로 짚어냈다.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다산4.0)다.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육아의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뒤집어씌운다. 육아 부담을 개인이 짊어지는 데 한계가 온 것 같다.”

그는 고학력 전문직 출산여성들은 경력단절을 가장 우려한다고 말한다.

“전업주부라는 단어를 경멸할 정도다. 차라리 ‘잡리스’(Jobless)가 낫다. 산후휴가도 천차만별이다. 전문직을 빼고 일반직은 거의 혜택이 없다.”

우 교수는 육아체험을 통해 들여다본 복지정책의 문제점부터 소득양극화, 재벌개혁, 노동문제 등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종로 YMCA 부근에 있는 ‘문화공간 온’에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신작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에서 육아를 통해본 우리 경제의 현실을 지적했다.

▲ 직접 애를 키우다 보니 너무 힘들다. 육아정책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저소득층에만 치중해 있다. 일반 중산층에 대한 혜택도 별로 없다. 지원이 촘촘하지 않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갑자기 아이에게 고열이 나고 독감, 기관지 문제로 병원에 가서 응급검사를 받을 때가 있다. 보통 검사비로 50만원이 훌쩍 넘게 든다. 독감주사는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만, 폐나 알레르기 정밀검사는 안 된다. ‘다둥이’ 정책도 한마디로 탁상행정이다. 출산보다 경제적 문제로 더 걱정한다. 지금 두 아이가 있지만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이면 충분하다. 조기교육이 아이들 정서와 정신을 해친다.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유아 정신병 등으로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 한 명당 양육비가 2억 원이 드는 시대다. 아이가 둘이면 웬만한 중산층도 버티기 힘들다. 오늘 한두 푼 벌었다고 해서 함부로 쓰지 못한다.

 

 

- 출산 후 정부지원 체계는 어떤가.

▲ 산모가 임신하면 국가가 의료비와 해산급여를 지원해준다. 그런데 부부소득이 월 120만 원이하일 경우에만 적용된다. 법은 있지만 해당되는 이가 극소수인 것이다. 아이가 건강하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아프기라도 하면 당장 병원비가 겁난다. 출산 중 호흡곤란 증세로 집중치료를 받는 아기가 10명 중 1명꼴이다. 그런데 정부지원이 없다. 사각지대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도 부담스럽다. 예약도 힘들고 병원위생도 우려된다. 일본만 해도 출산 후 7~10일 정도 입원을 시켜주고 의료보험에서 비용을 지불한다.

아이를 낳으면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이유식을 만들어 주고 유모차와 분유를 마련하는 일이 마치 전쟁 같다. 육아, 보통 일이 아니다. 경제적 고통도 따른다. 출산 후 아내소득은 줄고 지출은 증가했다. 산모는 출산 후 100일 정도 쉬어야 한다. 하지만 육아경비를 벌기위해 일반 여성들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을 한다. 임산부 배려정책이야말로 최고의 정치경제학이다.

 

 

- 경력단절 여성들의 취업 문제도 심각하다.

▲ 전업주부의 경력단절도 문제다. 이런 여성들이 현재 700만 명이 넘는다. ‘전업주부’라는 말에 모멸감을 느낀다. ‘잡리스’(Jobless)가 낫다는 입장이다. 산후휴가도 천차만별이다. 전문직을 빼고 일반직은 거의 혜택이 없다. 일반 공무원과 로펌, 변호사, 회계사직도 회사를 너무 오랫동안 비우면 잘린다. 그런데다 정책은 돌봄 산업으로 쏠린다. 대부분 가사도우미나 육아도우미 등 케어산업이다. 불공평한 경제시스템이 성(性) 불평등과 경제 불평등을 야기했다. 경제적으로 청소시급자보다 가사도우미 시급이 낮다. 써도 문제가 있다. ‘캐어(Care)’하는 일은 인간에 대한 사랑의 발로다. 경제적 보상만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기업의 이익 추구 등 물질적 행위와 다르다. ‘일과 가정’의 양립도 여성에게 영원한 숙제다. 가정 내 육아와 가사도 여성의 몫이다. 스트레스와 시간의 부족을 호소한다. 이런 가운데 페미니즘 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계층과 결혼여부도 따지지 않는다. 수입과 국적, 자녀도 묻지 않는다. 페미니즘이 이상적 여성권리 차원에서 성불평등, 복지체계, 인력부족 등을 해결할 유일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몇 년 전 픽션과 논픽션을 가미한 소설 ‘모피아’를 펴내기도 했다.

▲ ‘모피아’는 재정경제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재경부 출신관료들이 산하기관과 경제계를 장악한 것을 뜻한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시민정부에서 경제쿠데타로 국권을 찬탈하려는 모피아들의 음모를 다룬 것으로 경제 관료들이 기득권과 결탁해 대통령을 압박한다는 내용의 가상소설이다. 2012년 무렵 이 책이 한때 제법 팔렸다. 영화로 제작하려했지만 MB정부 당시 드라마 판권이 불발됐다. 재정문제까지 겹쳤다. 오늘날 관료세계에서 힘이 센 부서가 인사권을 가진 부서다. 이들이 모든 관료인사와 부서를 장악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골라 중앙과 지방에 골고루 배치해 주요정보를 얻어낸다. 인맥은 함부로 내치지 않으며 사람들의 단점과 약점을 잡고 좌지우지 한다.

 

 

- ‘재벌과보호’가 소득불평등을 만들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노동운동 초기엔 생산성이 오른 만큼 임금도 올라갔다. 그러다가 1997년 IMF 이전, 임금인상률이 생산성 증가율에 약간 못 미쳤다. 신자유주의 이후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경제가 둔화되면서 정규직마저 임금과 생산 면에서 격차가 커졌다. 2008년 MB정권 당시 금융위기 속에서도 ‘임금 없는 성장’만 있었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임금불평등은 미국, 이스라엘, 터키에 이어 네 번째다. 국민연금 가입자도 정규직은 96%에 달하고 비정규직은 32%에 불과하다. 사회보험 가입에서도 차별이 심하다. 10대 재벌 사내유보금은 2013년 522조원에서 현재 900조원에 달한다. 실물투자가 대폭 줄어들면서 국민의 소비여력이 감소했다. 재벌도 투자처를 못 찾는 상태다. 정부와 정치권이 아무리 ‘투자확대, 일자리창출’을 외쳐도 소용없다. 법률로 강제하거나 돈벌이가 안 되면 재벌들은 투자하지 않는다. 한국은 소득집중도가 미국 다음이다. 상대적으로 평등한 나라에서 매우 불평등한 국가로 전락했다. 원인은 정규직 과보호가 아니라 재벌기업 과보호에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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