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자유한국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 이후 갈 곳을 잃은 자유한국당이 과연 정치적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 여전히 ‘원조 보수’를 자임하며 부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한국당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친박 대표 김진태 의원을 중심으로 경선을 이어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바라보는 입장은 저마다 온도 차이가 느껴지지만 ‘보수’라는 무게추는 확실하다. 친박과 비박의 해묵은 갈등이 공존하는 가운데 누가 한국당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 오를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한국당 내 경선 분위기를 살펴봤다.

 

 

한국당 내 경선의 핵심 키워드는 여전히 ‘박근혜’다.

박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모두 이어받을 수 밖에 없는 한국당으로선 탄핵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향후 여정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에게 가장 두려워지는 것은 대중에게 잊혀지는 것이다. 그 동안 정치적 위상과 입장을 180도 바꿔 극단의 자리로 옮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당 대선 후보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놓고 분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호위 무사를 자처했던 김진태 후보는 탄핵 자체에 대해 민심과는 커다란 거리를 보인다. 그는 “국민의 압도적 다수에 의해 탄핵된 게 아니”라며 “헌재에서 사법 심판을 받고, 여론 심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 자체를 아예 부정하는 뉘앙스다.

이에 반해 홍준표 후보는 “박 전 대통령 개인의 위기이지 보수 전체의 위기는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홍 후보는 박 전 대통령과 관련 “보수의 대표로 뽑았던 분이 대통령을 하면서 국민 앞에 부끄러운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에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탄핵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개인이 자초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인제 후보는 “홍 후보의 인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보수의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의회주의와 법치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어 “광화문 촛불시위에서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혁명 구호가 난무해도 야당 의원들 누구 하나 비판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 중심적 가치와 정체성이 흔들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관용 후보는 이와 관련 “보수의 위기는 기득권의 집착에서 비롯됐다”며 “성장 중심의 경제 정책과 국가 안보를 통해 국민의 삶을 지킨 뒤 국민 대통합으로 국가를 개조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거리를 뒀다.
 

‘사드 보복 대응’ 한 목소리

홍 후보의 ‘보수후보 단일화’ 주장에 대해서도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홍 후보는 “이번 대선 지형은 우리가 국민에게 알릴 시간도 없고 연정, 연대, 연합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주장하며 “좌파의 전유물이던 선거연대를 우파에서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을 그대로 바치는 것”이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친박 김진태 후보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했는데 정체성이 같다고 보느냐. 저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인제 후보 역시 “아무리 급해도 바느질을 하려면 실을 넣어야 한다‘며 ”보수 우파를 지지하는 민심을 우리 당으로 집결시키는 것이 우선 과제인데 다른 당에 기웃거려서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홍 후보의 안보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후보는 “홍 후보의 북한을 보는 시각을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보안법도 폐지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 명확한 답변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북한은 국제법상으로는 국가이고 우리 헌법상으로는 국가가 아니다”며 “국가보안법도 당시 노무현 정부가 폐지를 하려고 했는데 우리는 폐지를 막기 위해 개정을 하자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 대선 주자들이 이런 시각 차이에도 한 목소리를 낸 부분도 없지 않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집중 포화였다. 이와 함께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선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집권 여당에서 한순간에 몰락한 한국당이 대선 후보로 누구를 내세울지, ‘폐족’ 위기에 처한 친박진영이 생명 연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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