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1회

 

탄핵당한 대통령은 감옥에 있다. 세월호는 땅위로 올라왔다. 3년 전의 참사. 시작된 분노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이르러 폭발했다. 광장에서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 촛불은 1600만이 넘는 거대 들불로 번졌다. 세계가 주목했다. 촛불은 탄핵을 부르짖었고 구속을 외쳤다. 촛불혁명은 그렇게 이뤄졌다. 5월 9일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장미대선. 하지만 장밋빛 대선에 그쳐선 안 될 일이다. 우리에겐 남은 숙제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근혜 정권 4년, 권력에 취한 기득권 세력들은 국민을 분열시켰다. 무책임한 ‘갑’은 문제를 ‘을-병-정’에게 떠넘겨 이전투구 사회를 만들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공격하게 했다. 청년일자리를 중장년층이 빼앗았다고 선동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면서 경제는 급속도로 악화됐고 OECD 자살률 1위, 산재사망 1위의 불명예 국가가 되었다.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도 퇴행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대변인을 맡아 촛불을 이끌었던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한국사회는 극심한 양극화와 불공정, 불평등이 판치는 사회다. 부패한 권력과 재벌중심사회에서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이 약자끼리 헐뜯고 싸움을 붙이는 고도의 전략을 써왔다”고 지적한다.

안 처장은 특히 사드(THAAD) 배치 강행, 그로인한 중국의 경제보복 등 현 사태와 관련 “사드는 한반도를 도둑질한 ‘도둑사드’다. 경제파탄과 함께 공동체마저 파괴했다”고 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왕따’ 당하고 있는 한국 외교에 분노를 느낀다고도 했다. MB정권 5년과 박근혜 정권 4년이 빚은 국정파탄과 그로인한 경제-안보 붕괴 사태로 한반도는 극한의 상황이다.

5월 9일엔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망하고 있다. 안진걸 처장을 참여연대에서 만나 촛불혁명 이야기와 함께 노동, 복지, 남북관계, 경제, 외교, 대선 등 우리가 처한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다음은 심층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 전문은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대통령이 구속됐다.

▲ 지난 6개월은 국민들의 위대한 항쟁이었다.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다. 외신들과 외국 학자들, 세계시민들도 한국을 주목했다. 1670만 국민들이 모였음에도 폭력은커녕 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무혈시민혁명은 평화와 감동의 혁명이었다. 미국 CNN도 라이브로 중계 할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후, 세계외신들이 가장 많이 다뤘던 뉴스가 촛불집회다. 이것만 봐도 세계의 기념비적 사건이다. 어떠한 권력도 국민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강렬하게 던져 주었다. 권력이란 국민이 위임한 것이고, 정부는 국민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투명해야 한다. 국정도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에 기반을 둬야 하는 것이다. 소유격인 ‘Of’는 국민이 권력이고, ‘By’는 국민에게 뜻을 묻고, ‘For’는 국민을 받든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이다. 항상 국민과 소통하고 뜻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상식적(Commonsense)이어야 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독선과 불통이 지배했다. 대통령과 최순실, 비선들이 주인이었다. 국민에게 묻지도 않았고 심지어 기자들에게 질문조차 받지 않았다. 전 세계에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 박근혜 정권 4년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 대통령은 모든 문제를 최순실-정호성과 나눴다. 국민의 뜻은 묻지 않았다. 국민이 바랐던 재벌개혁은 안하고 온갖 특혜만 퍼주었다. 모든 것은 최순실과 비선라인이 저질렀다. 소수의, 그것도 극소수 0.0001% 기득권층이 주인이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못 찾아 아우성일 때 중동에나 가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당시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왜 구조하지 못했느냐’는 대통령의 엉뚱한 말에 국민들은 의아했다. 국민무관심 정권임이 드러났다. 너무 미련하고 무책임하고 반인간적이었다. 몇 마디 말만 들어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반인륜적인 폭압에 돌아가신 백남기 어르신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는 그래도 국민이 죽으면 일단 사과를 했고 병문안을 왔다. 박근혜 정권은 사과나 병문안도 없었다. 오히려 강제부검을 하며 국민들을 질리게 했다. 결국 국민 분노가 폭발했다. 어마어마한 대항쟁이 일어났고 정권을 끌어내리고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냈다. 입이 딱 벌어지는 놀라운 변화다. 세계 역사에 기록될 사건이다. 세계 다른 나라들에게 ‘민주주의란 바로 저런 것이다’는 교훈을 주었다.

 

 

- 촛불혁명에 대한 외신의 평가, 되짚어보자면.

▲ 지난 6개월 동안 외신보도는 수도 없이 많았다. 저 역시도 뉴욕타임즈에 보도됐었고 여러 동료들도 많은 외신을 탔다. 얼마 전에는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Amnesty) 스태프들과 스웨덴의 대화경찰(對話警察: 시민들의 고충과 애환을 들어주는 경찰)도 저희를 찾아왔었다. 또 외국 정부기관과 대사관, 언론, NGO 임원들도 찾아와 촛불견학을 했다. 한국의 촛불시위가 세계의 연구대상이 되었고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떨어뜨린 대한민국 국격을 국민들이 완벽하게 되살렸다. 국가 체면을 힘겹게 되살려 냈다. 국민들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만회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지난 6개월은 국민의 위대한 엄청난 저력을 온 몸으로 체험한 시간이었다. 같은 국민이었다는 게 너무나 자랑스럽고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

 

 

- 촛불집회 비용은 어떻게 충당했나.

▲ 100% 전액 개인기부였다. 여기에 2400개 시민단체들이 각각 10만원씩 후원을 했다. 참여연대도 200만원을 냈다. 또 일반시민들도 십시일반 성금을 보내주셨다. 그래도 집회 빚이 좀 있었는데 3일 만에 12억원을 보내주셨다. 이것도 기적이다. 촛불이 하는 일은 모든 게 기적이고 신기록이다. 기네스북에 올려도 될 정도다. 빚을 갚고 남은 모금액 10억원은 시민들에게 물어서 좋은 방향으로 쓸 예정이다. 이 돈은 저희 것이 아니다. 시민의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돌려드릴 것이다. 모든 집회의 지출내역은 홈페이지에 올린다. 모금내역과 사용내역을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차후 내부감사도 받을 예정이다. 4월 15일과 22일에도 촛불을 다시 켤 예정이다.

 

 

- 세월호가 침몰한 지 3년이 지났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 세월호 이후 필연적으로 발발할 수밖에 없는 조짐들이 있어 왔다. 참사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구조하지도 않았고 진상조사위원회마저 짓밟았다. 심지어 유가족들을 ‘빨갱이’로 몰아가 분열을 조장했다. 가족 앞에서 일베를 동원해 치킨을 먹는 행태까지 보였다. 국민 분노는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사망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이 응축되어 왔다. 올림머리에 이상한 짓을 한 대통령은 불통이었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국민이 죽었는데 아무런 반응조차 없었다. 지성의 전당인 이화여대는 학위장사를 자행했다. 돈이 되면 온갖 특혜를 다 주었다. 정유라 특혜문제로 학생들이 투쟁에 나섰다. 연약한 여학생 집회에 의경 수천 명이 동원돼 공권력을 휘둘렀다. 이런 것을 본 국민들은 ‘이 정권은 정말 말이 안 통하는 막무가내 정권’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국민을 함부로 대하는 정권이었다. 국민들의 분노는 쌓이고 쌓였다가 박근혜 정권이 샤머니즘 정권임을 깨닫고 폭발했다. 한통속인 재벌들과 경제공동체로서 뇌물을 주고받았다. 국민들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독하고도 기괴한 권력을 보았다. 심지어 삼성은 국민연금까지 동원했다.

 

 

- 촛불이 향후 바라는 건.

▲ 지난 9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대통령과 기득권층을 위한 정부였다. 재벌 대기업과 부동산 투기꾼들만 부귀를 누렸다. 국민들은 빈곤의 악순환과 양극화로 내몰렸다. 대다수 국민들은 노후걱정에 하루하루가 처절한 생존전쟁이다. 노동시간 세계 1위, 산재사망 1위, 자살 1위 등 절망적 사회에서 신음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이 보여주는 행태에 국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사드배치 조기추진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에 내수도 붕괴됐다. 경제와 안보도 무너졌다. 국민들은 이제 양심적이고 민주적인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판단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보다 더 나은 정부,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국민들의 마음을 결집할 것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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