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사람특별시’가 기반이었다. ‘위코노믹스’(Weconomics, 공유경제)는 혁신과 협치를 이뤄냈다. 노동이사제와 청년수당, 반값등록금, 원전하나줄이기 등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새로운 정부와의 협치도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기존 정책들의 추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새로운 혁신적 정책들이 뒤를 잇고 있다. 그럼에도 난제는 산적해있다. 서울특별시 얘기다. 그 중심에 35대와 36대에 걸쳐 6년간 서울시를 이끌어온 박원순 시장이 있다.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중도사퇴했던 박 시장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실존적 결단과 자기 확신, 충분한 준비가 필요한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며 “단순 포기가 아닌 시정의 책무가 먼저라는 마음으로 불출마 선언을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남은 임기 1년. 여전히 동분서주하고 있는 박 시장에게 지난 6년과 향후 1년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박원순 서울시장

 

- 진행상황이 어떤가. 청년수당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 지난해 서울시는 청년보장의 정식 출발에 앞서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오는 7월이면 절차적, 제도적으로 완성된 서울형 청년보장의 혜택이 5000명의 청년(19세~29세 미만, 중위소득 150% 이하 미취업청년, 6개월간 50만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게다가 얼마 전 문 대통령이 일자리 추경 예산안을 제안하면서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벤치마킹한 청년구직촉진수당(3개월간 월 30만원)을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나. 내년이면 서울 발 청년수당이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 같다. 청년수당의 전국화에 만족하지 않고,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청년 정책들이 진정한 희망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정책 당사자인 청년들과 제도 혁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가겠다.

 

- 미세먼지와 황사 등이 시민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대책이 있는가.

▲ 2016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한국의 조기사망자가 2060년 5만 2000명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지금 미세먼지 문제는 가장 큰 시민 일상 속 위협이자 재난이다. 게다가 서울시 미세먼지의 55%는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되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 자체 요인은 22% 정도인데, 이를 배출원 별로 따져보면 경유차 등 교통에서 37%, 대형건물 등의 난방, 발전에서 39%, 비산먼지에서 22%가 발생한다. 이에 서울시는 우선 55%나 차지하는 국외요인을 줄여나가기 위해 제 취임 이후 ‘호흡공동체’인 베이징, 도쿄, 울란바토르 등 동북아 4개 도시와 적극 공조하는 환경외교를 펼쳐오고 있다.

2015년 ‘서울-베이징 통합위원회 환경팀’을 신설했고, 2016년 ‘동아시아 맑은 공기 도시협의체’가 출범했다. 또 2016년에 열린 ‘동북아 대기질 국제포럼’에 도쿄, 상하이 등 10개 도시가 참여했다. 올핸 ‘국제 자동차 친환경등급제(Global Car Scoring System)’ 서울-파리-런던시장 공동선언, 그리고 10월엔 시장 포럼 시 ‘동북아 수도 협력기구’ 설립을 추진한다.

서울시내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시장령으로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를 7월부터 실시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가동하기로 했다. 익일 예보 ‘나쁨’(50㎍/㎥ 초과)일 경우 공영주차장을 전면 폐쇄하고 자동차 2부제를 실시하며 이에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무료 운행할 것이다. 또 석탄화력발전과 관련해선 7월 중 보령, 태안 등과 우호교류 협약을 맺어 지역 공조를 통해 해법을 찾아가고자 한다.

 

▲ 미세먼지 대토론회에서 대책 발표

 

- 올 여름에도 도심 ‘열섬’ 현상이 우려된다. 기후환경에 대한 복안은.

▲ 폭염, 열대야는 기후변화가 가져온 우리 일상의 재해로,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과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특히 콘크리트 건물의 밀집, 늘어나는 포장도로 등 도시화의 고밀도화로 열섬현상이 더욱 가중되면서 폭염과 열대야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시는 기후변화라고 하는 범지구적 문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시민과 함께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 에너지 생산을 두 축으로 한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을 제 취임 이후 시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 결과 5년째를 맞는 지금 원전 약 1.5기 분량에 해당하는 에너지 366만TOE를 생산 및 절약했고 온실가스도 819만 톤을 감축하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1000개의 숲, 옥상텃밭, 도심 내 친수 공간을 조성하는 등 수목과 식생을 적극 활용해 도시화에 따른 열섬 효과를 완화시켜 가고 있다. 또, 폭염특보 발령 시 도로 물청소, 공중 물분사(쿨링포그) 등을 시범 실시해 달궈진 도로 등 도심의 열을 식혀갈 것이다. 무엇보다 약 1만 명에 달하는 에너지빈곤층 시민에게는 폭염, 열대야 시 선풍기, 생수, 쿨 매트 등을 지원하는 등 기후변화가 일상의 위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해 나가겠다.

 

- 건강과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도시농부가 늘고 있다. 서울시에서 도시 옥상 녹화사업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아는데, 현황과 비전은.

▲ 도심 속 녹지 량은 살기 좋은 도시의 척도다. 그러나 서울의 녹지는 75%이상(164㎢)이 도시 외곽에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특히, 도심 열섬현상 등이 새로운 환경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서울의 부지 여건으로 인해 생활권 내 녹지 확충이 녹록치 않다. 이에 서울시가 대안으로 찾는 것이 옥상녹화다. 옥상녹화는 토지보상비 없이도 토지의 입체적 이용이라는 혁신을 통해 생활권 녹지를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01년 ‘초록뜰(서울시청 3동 옥상)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02년부터는 민간건물 옥상녹화에 착수해 지난해까지 농구장(420㎡) 700면에 해당하는 면적(29만6414㎡)을 조성, 완료했다. 특히 제 취임 이후에는 체험형 텃밭을 도입해 시민 누구나 푸른 도시를 만드는데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 요즘 길가다 보면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던데, 어떤가.

▲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서비스 개시 14개월 만에 누적 대여건수가 172만 건을 돌파하는 등 서울시민의 생활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년 11월 실시한 ‘서울공공자전거 여론조사’ 결과 이용시민 86%가 따릉이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99%의 절대적인 수의 시민들이 따릉이 확대 설치를 바란다고 답해주셨다. 이 같은 시민 바람에 발맞춰 서울시는 올 한 해 따릉이 1만 4400대를 추가 배치, 2만대 시대의 문을 열고자 한다. 이렇게 되면 서울의 따릉이는 프랑크푸르트의 넥스트바이크(Nextbike=3000대, 2016년 기준), 뉴욕의 시티바이크(Citibike=6000대, 2016년 기준)를 넘어 가장 대중화된 공공자전거 서비스인 파리의 벨리브(Velib=2만 3600대, 2016년 기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현재 11개 자치구에만 있는 대여소(450개소)도 25개 전 자치구(1300개소)로 확대, 따릉이 한 대로 출퇴근과 통학이 가능한 자전거 생활권을 넓혀가겠다.

 

- 광화문광장과 인근 도로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드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도로를 지하화 하겠다는 것인데, 자세히 설명한다면.

▲ 광화문광장은 600년 역사의 국가상징의 공간이며 3.1운동, 4.19혁명, 월드컵 응원, 1500만 촛불문화제가 펼쳐진 광장민주주의의 역사적 거점이자 민주주의의 성지다. 광화문광장의 지하화 안 역시 광화문광장의 정체성인 역사성, 민주성, 시민성을 강화하고 서울로 7017부터 시작되는 도심 보행의 연속성을 이어가기 위해 전문가와 시민들이 오랜 논의 끝에 도출한 안이다. 물론, 아직은 향후 공사비용, 사업기간, 기술적 실현가능성, 단계별 추진방안, 교통처리대책 등을 검토하고 시민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게다가 청와대 집무실 이전 등 광화문 대통령시대와 병행 추진돼야 하는 사업이다.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오는 12월까지는 광화문광장의 재구조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 북촌과 서촌처럼 남산 아랫자락 남촌을 재생하는 남촌재생플랜사업이 추진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 남촌재생플랜은 청계천, 남산 그리고 ‘서울로 7017’과 맞닿아 있는 회현동 일대 ‘남촌(南村)’ 지역 50만㎡를 북촌, 서촌을 잇는 브랜드 명소로 가꾸기 위한 서울형 도시재생 플랜이다. 남촌은 북촌과 마찬가지로 조선시대 대표적인 주거지로, 명동이나 남대문시장과 같은 주요 명소와 접해 있음에도 모래 속 보물처럼 그 가치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회현동 일대 5대 숨은 명소를 중심으로 재생을 추진, 남촌의 상징적인 거점들을 만들고 이 거점들을 중심으로 재생 동력, 지역경제 활력을 확산시켜 나가려고 한다. 회현동 입구에 있는 ‘500년 은행나무’ 주변을 통합광장으로 조성하고 단원 김홍도의 스승인 표암 강세황의 집터에 기념 공간을, 소파로 아래에는 무장애 산책로와 전망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20세기 근현대 건축 자산 밀집 지역엔 주민참여 방식의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서울의 마지막 시민아파트인 ‘제2시민아파트’ 역시 문화예술인들의 장기임대 창작공간으로 리모델링할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5대 거점을 남산, 서울로 7017, 명동 등 주변 명소와 연결해 남촌의 옛 길을 서울의 새로운 보행네트워크로 복원하겠다. 현재 진행 중인 ‘남산 예장자랑 재생사업’, ‘남산애니타운 사업’, ‘남산 역사탐방로 조성사업’과도 연계해 서울 관광 1번지인 남산일대의 새로운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만들어내겠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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