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사망한 집배원 70명, 극악한 실태

지난 6일, 안양우체국에서 일하던 21년 차 집배원이 자신이 일하던 우체국 앞에서 분신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뒤인 8일 사망했다. 이로 인해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전국집배노조는 진상규명과 집배노동현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 인원충원 등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루에 1000통, 한 사람 감당 못할 업무량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집배원들은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8시까지 13시간을 일한다. 하루 평균 1000통의 우편물을 배달했다. 토요일에도 격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기 때문에 매주 연장근로시간만 13시간이 넘는다.

 

 

분신한 A씨가 일했던 안양우체국의 집배부하량은 1.154로 경인지역 평균(1.132)보다 높다. 집배부하량 1.000은 우정사업본부가 규정한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이다. 집배노조 관계자는 “1.000 이상이면 각종 고지서와 택배, 등기 등 배달할 우편물이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다 지난달 A씨가 일하는 팀에 새 인력이 충원되면서 담당구역이 완전히 변경됐다. 하루 1000통∼1500통이 넘는 우편물을 배달해야 하는 구역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낯선 동네를 익히는데 주어진 시간은 고작 3일. 21년차 베테랑임에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이다.

집배노조에 따르면 올해에만 5명의 집배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사망한 집배원은 70명에 달하며, 이중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한 사람은 15명에 이른다. 2017년에만 12명이 과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출혈 등 뇌심혈관계 질병 또는 자살로 사망했다고 한다. 집배노조는 “집배노동 현장을 죽음의 일터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참사수준”이라고 했다.

일반 노동자보다 매주 12시간 이상 더 일해

집배노조는 집배원들의 주당 노동시간이 55.9시간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집배노조는 “집배원 1인당 연간 정규노동 시간은 2223시간인데, 노동자운동연구소 조사결과 실제로는 2888시간을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연평균 약 2800시간으로 일반 노동자보다 매주 12시간 이상 더 일하는 셈이다.

우정본부 관계자는 “우선 올 하반기 100명을 새로 뽑아 일손이 부족한 곳에 보내고, 장기적으로는 인력이 남는 곳의 정원을 줄여 업무량이 과도한 곳에 재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가 내놓은 충원 계획은 올해 상반기 160명, 하반기 100명에 불과하다. 우정본부는 전국 244개 우체국 중 62곳에서 589명이 부족하고, 162곳에서는 590명이 남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 집배노조는 “우정본부가 신도시 등 물량이 늘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100명 충원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는 것은 현 집배노동의 현실을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이라며 “최소 4000명 이상 충원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로자살은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우체국은 중대재해다발사업장으로 노동조합의 참여가 보장되는 국민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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